'베놈(Venom, 2018)'은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베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독립 슈퍼히어로 영화입니다. 소니 픽처스가 제작하고 루벤 플라이셔(Ruben Fleischer)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톰 하디(Tom Hardy)가 주인공 에디 브록(Eddie Brock)과 외계 생명체 베놈(Venom) 역을 동시에 소화하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기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는 독립된 세계관을 구축한 이 영화는, 전통적인 '영웅'과는 다른, 다크 히어로(anti-hero)를 중심으로 한 액션 서사입니다. 악당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들을 구하는 복합적인 성격의 베놈 캐릭터는, 지금까지의 슈퍼히어로물에서 볼 수 없었던 이중적 매력과 블랙 코미디를 제공합니다.
개봉 당시엔 호불호가 갈렸지만, 흥행 면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8억 5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속편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와 향후 마블 캐릭터들과의 연결 가능성을 남기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공생인가, 지배인가? '베놈'의 줄거리
영화는 우주 탐사선이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Symbiote)를 지구로 가져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 생명체는 숙주와 결합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존재로, 인간의 몸에 기생하면서 상상 이상의 신체 능력을 부여합니다.
이 탐사를 지원한 라이프 재단(Life Foundation)은 재단의 CEO 칼튼 드레이크(Carlton Drake)의 지시 아래 외계 생명체를 무기화하거나 인간의 진화를 위한 실험체로 사용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수많은 윤리적 문제를 동반하며, 내부 고발자가 생겨나게 됩니다.
한편, 에디 브록은 사회고발적인 성향의 기자로, 라이프 재단의 비리를 취재하던 중, 드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민감한 질문을 던졌다가 하루아침에 직장과 약혼자까지 잃게 됩니다.
그러나 몇 달 후, 라이프 재단 내부 직원인 도라 스카스가 에디에게 접근해 재단의 위험한 실험을 밝히려 하고, 에디는 몰래 침입한 실험실에서 심비오트 중 하나와 접촉해 기생당하게 됩니다. 이 외계 생명체가 바로 ‘베놈’이며, 그 순간부터 에디는 두 개의 의식이 공존하는 상태가 됩니다.
초기에는 몸이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움직이고, 머릿속에서 들리는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혼란을 겪지만, 점차 에디와 베놈은 서로 적응하며 이상한 '공생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베놈은 굶주린 본능과 파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지만, 에디와의 대화를 통해 인간적인 감정을 배우게 되며, 에디 또한 점차 그 힘을 받아들입니다.
한편 드레이크는 다른 심비오트 ‘라이엇(Riot)’과 결합하게 되고, 라이엇은 베놈보다 훨씬 강력하며 지구에 심비오트 군단을 불러오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에디와 베놈은 이 위협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고, 최종적으로 라이엇과의 격전 끝에 그를 저지하는 데 성공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에디와 베놈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악을 처단하는 새로운 방식의 '히어로'로 활동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공생하는 두 존재와 다층적인 등장인물들
에디 브록 (톰 하디)은 정의감이 넘치는 기자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데 주저하지 않지만, 이로 인해 커리어와 인간관계 모두에 상처를 입게 되는 인물입니다. 외계 생명체 베놈과 결합한 후에는 혼란과 공포, 그리고 점진적인 수용이라는 심리적 변화를 겪으며, 스스로 ‘영웅도 악당도 아닌 존재’로 성장합니다.
베놈 (목소리: 톰 하디)은 외계 심비오트로, 처음엔 숙주를 지배하려 하지만, 에디와의 교류를 통해 점점 인간적인 감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의 유머러스하면서도 공격적인 말투는 영화의 긴장감 속에서도 블랙 코미디적인 해소를 제공합니다.
앤 웨잉 (미셸 윌리엄스)은 에디의 전 약혼자이자 변호사로,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면모를 지닌 인물입니다. 에디와의 관계가 단절된 이후에도 위험 속에서 그를 도우며, 후반부엔 잠시 베놈과 결합해 '쉬 베놈'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칼튼 드레이크 (리즈 아메드)은 라이프 재단의 창립자로, 겉보기엔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가이지만 실제로는 비윤리적인 실험과 외계 생명체의 무기화를 통해 인류를 지배하려는 야망을 지닌 악당입니다. 라이엇과 결합하면서 점점 괴물로 변모해 갑니다.
라이엇은 심비오트 종족 중 가장 강력한 개체로, 드레이크와 결합한 뒤 지구를 침략하려는 본능을 드러내며, 베놈보다 빠르고 공격적이며 다기능 무기를 형성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추천 포인트: 다크 히어로의 신선한 매력과 이중 연기의 묘미
'베놈'은 기존 히어로 영화와는 결이 다른 '반(反) 영웅'의 매력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정의를 위해 싸우지만 언제든 폭주할 수 있고, 자신의 이익도 포기하지 않는 베놈은 지금껏 보지 못한 복합적인 성격의 히어로입니다.
또한, 톰 하디의 1인 2역 연기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에디와 베놈, 두 인물의 대사를 혼자서 소화하며 극의 몰입감을 끌어올렸고, 목소리의 톤과 감정을 완전히 분리해 내 관객이 두 존재의 차이를 명확히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액션도 특유의 잔혹하면서도 기괴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심비오트 특유의 형태 변화, 검은 점액질의 움직임, 몸 밖으로 튀어나오는 촉수 형태의 공격 등은 기존 마블 영화에서 보기 어려운 독창적인 시각효과를 보여줍니다.
또한, 중간중간 등장하는 베놈 특유의 블랙 코미디는 영화 전체의 무거움을 적절히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에디와 베놈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대화하는 장면은 유쾌하면서도 독특한 리듬을 형성합니다.
'베놈'은 영웅도 악당도 아닌 존재가 어떻게 세상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영화입니다.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정체성과 책임감, 공존에 대한 테마를 내포하며 관객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을 다시 던집니다.
또한 베놈은 인간성과 외계 생명체의 공생이라는 주제를 통해, 단순히 ‘힘이 센 존재’가 아닌 공감과 관계 속에서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에디와 베놈은 서로 다르지만, 함께 있을 때 더 강해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영웅상의 가능성을 열어 보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베놈'은 기존 마블 팬은 물론, 히어로물에 지친 관객에게도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며, 이후의 스파이더맨, 모비우스, 마블 유니버스와의 연결 가능성을 암시하는 흥미로운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