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봉한 영화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I, Frankenstein)'은 메리 셸리의 고전 ‘프랑켄슈타인’을 현대적 세계관으로 재해석한 액션 판타지 영화입니다. 원작의 고뇌와 윤리적 질문을 바탕으로 하되, 중세 판타지와 초자연적 존재들을 포함한 완전히 새로운 서사 구조를 시도한 작품입니다. 괴물로 태어난 존재가 인간과 괴물 사이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자, 선과 악의 경계에서 자유의지를 시험받는 이야기입니다. 에런 에크하트가 주인공 아담 역을 맡아, 고통과 분노, 고독 속에서도 끝내 정의를 택하는 ‘인간 아닌 인간’의 모습을 강렬하게 그려냅니다.
창조와 저주의 사이, 전쟁 속에 휘말린 한 존재
18세기,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죽은 인체를 이어 붙여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창조된 존재는 인간과는 전혀 다른 괴이한 외형과 인간 이상의 힘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고, 사회와 창조주로부터 모두 버림받게 됩니다. 괴물은 분노와 상처 끝에 빅터의 아내를 살해하고, 빅터는 복수심에 휘말려 북극까지 괴물을 쫓다 생을 마감합니다. 홀로 남겨진 존재는 자신에게 ‘아담’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세상을 떠돕니다.
수 세기가 흐른 뒤, 아담은 인간들이 모르는 전쟁의 한가운데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가르골(천사 계열의 수호자)과 데몬(지옥의 악마) 간의 고대 전쟁이었습니다. 데몬의 군주는 아담을 탐냅니다. 왜냐하면 아담은 죽지 않는 몸과 영혼이 없는 존재, 즉 완벽한 데몬의 병사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데몬 군주 나베리우스(빌 나이)는 프랑켄슈타인의 창조 기술을 연구하고 인간 영혼 없는 군단을 만들어 지상 정복을 꾀하려 합니다.
가르골의 여전사 레오노르(미란다 오토)는 아담을 경계하면서도 그가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동시에 아담은 인간 과학자 테라(이본느 스트라호브스키)를 통해 자신과 같은 존재들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점차 아담은 자신이 괴물이 아닌,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인류의 편에 서서 데몬과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가르골과 힘을 합쳐 데몬 군단의 부활 실험을 저지하고, 스스로의 존재 목적을 찾는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영화는 ‘나는 괴물이 아니다. 나는 아담이다’라는 선언과 함께, 괴물이라 불렸던 존재가 스스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마무리합니다.
괴물이 아닌 존재,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물들
아담(에런 에크하트)은 이 영화의 핵심 캐릭터이자, 존재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품은 인물입니다. 그는 죽지 않는 육체와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갖춘 채 수백 년을 외롭게 살아온 존재로, 단순히 괴물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본성과 창조의 한계에 대한 실험 그 자체입니다. 아담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묻고, 복수심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아가며 결국 선택의 주체가 됩니다. 에런 에크하트는 내면의 고통과 결단을 동시에 표현하며 캐릭터에 깊이를 부여합니다.
레오노르(미란다 오토)는 천사 계열의 수호자 가르골 군단의 지도자로, 정의롭고 절제된 인물입니다. 그녀는 아담을 처음엔 위협적인 존재로 보지만, 점차 그에게도 ‘영혼’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입니다. 그녀는 가르골 군단이 인간을 지키는 데 헌신하도록 이끌며, 아담에게도 인간의 편에 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베리우스(빌 나이)는 데몬의 군주이자 이중적 얼굴을 가진 악역입니다. 겉으로는 인간 세계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류 멸망을 꾀하는 강력한 적입니다. 그는 영혼 없는 병사 군단을 창조해 지구를 점령하려 하며, 아담의 존재를 자신의 목적에 이용하려 합니다. 빌 나이는 이 인물을 교활하면서도 냉정한 적으로 훌륭하게 연기하며 긴장감을 더합니다.
테라(이본느 스트라호브스키)는 생명공학 박사이자 아담과 인간 세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자입니다. 그녀는 아담의 정체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인간성을 발견하고 그에게 동정과 연대를 느끼게 됩니다. 테라는 단순한 여성 조연이 아니라, 지식과 감정을 통해 극을 이끄는 또 다른 주체로 등장합니다.
정의는 형태가 아니라 선택에서 비롯된다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의 첫 번째 감상 포인트는 바로 고전 문학의 현대적 재해석입니다. 원작이 인간의 오만, 창조의 윤리, 그리고 사회로부터의 배제를 다뤘다면, 이 영화는 그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판타지 액션이라는 외피를 통해 새로운 장르적 재미를 더합니다. 괴물로 태어난 존재가 수백 년 후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기존 프랑켄슈타인 서사에 없던 주체적 성장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두 번째는 비주얼과 세계관 설정입니다. 가르골 군단의 스테인드글라스 성, 중세풍의 전투복장과 현대 건축이 공존하는 도시 풍경, 데몬과 가르골의 공중 전투 장면 등은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전통적인 종교적 상징과 SF적 요소가 공존하는 세계는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색다른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세 번째는 괴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선과 악의 싸움을 넘어, ‘괴물은 외형으로 결정되는가, 행동으로 결정되는가’라는 주제를 관객에게 던집니다. 아담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선택을 하며, 정의를 위해 싸우고, 누군가를 지키려는 존재로 변모합니다. 이는 우리가 누군가를 ‘괴물’로 낙인찍기 전, 그의 선택과 마음을 먼저 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은 기존의 괴물 이미지에 도전장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괴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는 편견을 깨고, 외형보다는 내면의 선택과 책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영화는 인간과 괴물, 선과 악, 생명과 무생명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SF와 판타지의 틀 안에 잘 녹여내며, 액션과 감성, 그리고 사유가 조화를 이룹니다.
주인공 아담은 세상에 의해 괴물로 정의된 존재지만, 끝내 자신의 길을 선택하며 진정한 자유와 정체성을 찾아갑니다. 그의 여정은 곧 인간성 회복의 서사이며,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영웅은 반드시 인간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괴물로 태어난 이가 더 인간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은 판타지 액션을 통해 따뜻하고 깊은 울림을 전하는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