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신저스(Passengers, 2017)'는 모튼 틸덤 감독이 연출하고,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이 주연을 맡은 SF 로맨스 영화입니다. 우주를 향해 떠나는 대규모 이주 프로젝트라는 설정 속에서, 의도치 않게 90년 일찍 깨어나 버린 두 승객이 서로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지만, 동시에 생존과 도덕적 딜레마에 부딪히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블록버스터적 스케일의 비주얼과 로맨틱 드라마의 결합은 신선했으며,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극의 감정선을 강하게 끌어갑니다. 특히 이 영화는 ‘우주 속 고립’이라는 SF적 상상력에 ‘사랑과 윤리, 인간의 선택’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녹여낸 점에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깨어난 자와 깨어나게 된 자, 영화 '패신저스'의 줄거리
우주선 아발론호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새로운 행성을 향해 5000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우고 항해 중입니다. 이들은 모두 긴 항해 동안 동면 상태에 들어가 있으며, 도착 예정 시간은 120년 후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기계 오작동으로 인해 승객 중 한 명인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이 무려 90년이나 일찍 깨어나 버립니다.
짐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새로운 행성에서의 삶을 기대하며 여행에 나섰지만, 혼자 깨어난 그는 끝없는 외로움과 고립 속에서 점차 절망에 빠집니다. 아무리 애써도 다시 동면 장치로 돌아갈 방법은 없고, 자신은 결국 혼자 늙어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유일한 대화 상대는 인공지능 바텐더 아서(마이클 쉰)뿐입니다.
그러던 중, 짐은 또 다른 승객인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작가로서 새로운 행성에서의 삶과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이주를 결심한 사람이었습니다. 짐은 그녀의 인생과 꿈을 알게 되면서 강한 호감을 느끼고, 결국 외로움과 욕망, 그리고 사랑에 대한 갈망 끝에 그녀를 의도적으로 깨우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오로라가 깨어난 뒤,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랑에 빠지고, 서로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곧 오로라가 자신이 깨어난 진짜 이유를 알게 되면서 관계는 균열을 맞습니다. 짐의 선택은 배신과 사랑 사이에서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두 사람의 관계는 위기에 직면합니다.
이 와중에 우주선은 점점 더 심각한 시스템 고장으로 인해 전체 승객의 생명이 위험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짐과 오로라는 자신의 감정과 갈등을 넘어, 우주선과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협력해야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진심과 선택의 무게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고립된 우주 속 두 사람,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은 현실적인 기술자이자 모험심을 가진 인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 우주 이주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혼자 일찍 깨어난 그는 극한의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냅니다. 그의 선택은 도덕적으로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만, 동시에 인간적인 고뇌와 사랑의 욕망을 보여주는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작가로, 새로운 행성에서의 경험을 글로 기록하려는 열망으로 이 여정을 택했습니다. 그녀는 깨어난 이후 처음에는 짐에게 끌리지만, 진실을 알게 되면서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자신의 감정과 선택을 다시 직시하게 되고, 우주선과 생존을 지켜내는 과정에서 내적으로 성장합니다.
아서(마이클 쉰)는 인간과 다름없는 태도와 유머를 가진 인공지능 바텐더입니다. 그는 짐과 오로라의 유일한 대화 상대이자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하며, 때로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두 주인공의 고립감을 완화시킵니다.
이외에도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승무원 구스티(로렌스 피시번)는 짧지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는 두 사람에게 우주선의 문제를 알리고, 승객 모두의 생존을 위해 짐과 오로라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인물입니다.
SF 속에 담긴 인간의 윤리와 사랑
첫째,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거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친밀한 인간 드라마입니다. 5000명의 승객이 잠든 고요한 우주선 안에서 단 두 사람만이 깨어난다는 설정은 외로움과 사랑, 선택과 도덕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둘째, 화려한 비주얼과 우주선의 세트 디자인은 관객을 몰입하게 만듭니다. 무중력 수영장 장면이나 아발론호의 내부 구조는 우주 공학적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하며, 극적인 긴장감을 배가시킵니다.
셋째, 짐과 오로라의 관계는 단순한 멜로를 넘어 깊은 윤리적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짐의 선택은 사랑의 발로인지, 이기적인 자기 보존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에게 끊임없는 토론거리를 제공합니다.
넷째, 크리스 프랫과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는 영화의 핵심 감정선을 생생하게 살려냅니다. 특히 오로라가 진실을 알게 된 후의 감정 폭발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다섯째, 영화는 결말에서 단순한 파국이 아닌, 서로의 용서와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며 인간의 사랑과 공존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제시합니다. 그것은 우주라는 냉혹한 공간 속에서도 결국 인간을 지탱하는 힘은 사랑과 연대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패신저스(2017)'는 거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은 두 사람의 관계와 선택에 집중하는 친밀한 드라마입니다. 영화는 화려한 SF적 설정 속에서 인간이 외로움과 고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짐의 선택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나약함과 진심은 관객이 쉽게 단죄할 수 없는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는 결국 ‘우리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혼자라면 견디기 힘든 우주에서도, 사랑과 동행이 있다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깊은 울림을 줍니다. '패신저스'는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원하는 관객에게도, 사랑과 인간성에 대한 성찰을 원하는 관객에게도 충분한 만족을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