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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도 기쁨도 없는 세상에서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인 진실을 선택한 자들, 영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

by 미잉이 2025. 6. 26.

2014년 개봉한 영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The Giver)'1993년 출간 이후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로이스 로리의 동명 청소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디스토피아 SF 영화입니다. 필립 노이스 감독, 제프 브리지스, 메릴 스트립, 그리고 브렌튼 스웨이츠가 출연해 단순한 청소년 성장물이 아닌, 인간 본성과 자유의 의미를 진중하게 되짚는 작품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SF 액션이 아니라, 감정이 통제되고 고통이 제거된 사회에서 기억과 진실을 알게 된 소년의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무채색의 삶에 서서히 색채가 스며들듯, 감정과 기억이 회복되며 세상이 변화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섬세하게 풀어내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전합니다.

 

고통도 기쁨도 없는 세상, 진실을 기억하는 단 한 사람

영화는 먼 미래, 모든 감정과 기억이 제거되고 평등과 질서를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완전하게 통제된 사회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이곳에서는 각자의 역할과 규칙이 철저히 정해져 있고, 모든 사람은 "감정 억제제"를 매일 복용하며 고통, 분노, 기쁨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 사랑, 전쟁, 음악, 진짜 가족 개념조차 모두 사라졌으며, 그 누구도 과거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주인공 조나스(브렌튼 스웨이츠)는 성년의식에서 ‘기억보관자(Receiver of Memory)’라는 중요한 직책을 부여받습니다. 이는 단 한 명에게만 허락된 자리로, 이 사회가 제거한 모든 기억, 역사, 감정, 경험을 보존하고 후대에 전달할 책임이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기억전달자(Giver)로부터 기억을 전수받으며 처음으로 고통과 아름다움, 진정한 감정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는 눈 내리는 겨울의 추위, 사랑하는 사람과의 포옹, 전쟁의 참상, 음악의 울림 등 다양한 기억을 통해 인간다움의 본질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기억들이 숨겨졌던 이유, , 고통과 갈등, 인간의 파괴성을 알게 되고 큰 충격에 빠집니다.

조나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진짜가 아님을 확신하게 되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 또한 감정이 통제된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괴로움을 느낍니다. 특히 친구 피오나(오데야 러시)와 양육소에서 맡은 아기 게이브가 체제의 희생양이 될 위기에 놓이자, 그는 이 사회의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기억의 경계를 넘어가는 위험한 결단을 내립니다.

영화는 조나스가 기억의 경계를 넘으며, 진짜 인간성, 자유, 감정, 사랑을 세상에 다시 불러오는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리며 마무리됩니다.

기억을 전하고, 진실을 선택한 자들

조나스(브렌튼 스웨이츠)는 주인공이자, 기억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사회가 정의한 '완벽함' 속에 살았지만, 기억을 통해 고통과 기쁨, 사랑과 죽음의 진실을 받아들이며 자유의 의미와 책임을 자각하게 되는 성장형 캐릭터입니다. 그의 여정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본질적인 인간됨을 찾아가는 변화의 과정입니다.

기억전달자(Giver, 제프 브리지스)는 과거의 모든 기억을 보존하고 있는 인물로, 조나스에게 진실을 전달하는 멘토이자 안내자입니다. 그는 깊은 슬픔을 안고 있으며, 과거에 자신의 딸을 잃은 트라우마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기억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며 살아온 인물로서, 조나스에게 진실을 넘겨주는 순간은 상징적인 감동을 줍니다.

수석 장로(메릴 스트립)는 이 사회의 수장을 맡고 있으며, 모든 것을 통제하고 기억을 숨기는 정책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평화와 질서를 위해 감정과 기억을 제거한 것이 옳다고 믿지만, 동시에 인간성의 상실을 용인한 체제 수호자이기도 합니다. 메릴 스트립의 냉정한 연기는 이 인물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 줍니다.

피오나(오데야 러시)는 조나스의 친구이자 사랑의 감정을 처음 깨닫게 해주는 인물입니다. 그녀 또한 기억을 통해 변화하게 되고, 사회가 강요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미래 세대의 희망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게이브는 아기이자 조나스가 가장 깊이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존재로, 사회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방출’하려는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게이브를 구하려는 조나스의 결정은 영화의 가장 큰 갈등이자,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기억과 감정은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첫째, 이 영화는 감정이 제거된 완벽한 사회라는 디스토피아 설정을 기반으로, 오히려 감정과 기억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만드는 철학적 문제의식이 핵심입니다. 단순한 반(反) 유토피아물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것이 진짜 인간다움'이라는 역설을 품고 있습니다.

둘째, 영화의 시각적 구성과 상징성입니다. 처음에는 흑백으로 시작한 화면이 조나스가 기억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점점 컬러로 바뀌는 연출은 감각적으로 탁월하며, 감정과 기억이 돌아오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명장면입니다. 이 전환은 단순한 색채 변화가 아닌, 내면의 각성을 형상화한 영화적 장치입니다.

셋째, 현대 사회를 향한 질문이 담긴 메시지입니다. 영화는 ‘질서와 안전’을 위해 개개인의 감정, 개성, 기억을 희생시키는 체제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는 디지털 기술과 규칙, 집단적 기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사회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질문이기도 합니다. ‘자유로운 감정’은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없으면 진정한 삶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도 유효한 교훈입니다.

 

 

'더 기버: 기억전달자'는 판타지나 액션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질문과 메시지는 철학적이고 사회적입니다. 감정 없는 평화, 기억 없는 질서가 과연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인가? 영화는 이 질문을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관객에게 던집니다.

조나스가 겪는 고통과 깨달음은 곧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현실의 축소판이며, 그는 우리 각자가 삶에서 마주해야 할 선택의 상징으로 존재합니다. 고통 없는 세상이 아니라, 고통을 이해하고 수용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세상이 진정한 인간의 삶임을 이 영화는 감동적으로 전합니다.

진실은 불편하지만, 잊힌 진실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힘입니다.
'더 기버'는 그 잊힌 기억을 우리 마음에 다시 새겨주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