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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바꾼 선택으로 인한 영웅들의 조우와 초인의 책임, 영화 '플래시'

by 미잉이 2025. 7. 21.

2023년 개봉한 영화 '플래시(The Flash)'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핵심 히어로 중 한 명인 배리 앨런(플래시)을 주인공으로 한 첫 단독 실사 영화입니다.
감독 안드레스 무스키에티(Andrés Muschietti)가 메가폰을 잡았고, 주연은 에즈라 밀러(Ezra Miller)가 맡아 전작 '저스티스 리그'에 이어 다시 한번 배리 앨런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작품은 DC의 멀티버스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영화로, 시간여행과 현실 변화에 따른 후폭풍을 다룬 감성적이면서도 철학적인 히어로물로서, 단순한 슈퍼히어로 액션이 아니라 가족, 상실, 선택과 희생의 주제를 중심에 두고 있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전달합니다.

DC 유니버스의 리부트 전환점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영화이며, 기존의 히어로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주된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흥미롭고 감정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과거를 바꾼 선택, 무너진 현실, 영화 '플래시' 줄거리

영화는 고속으로 움직일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 즉 ‘스피드 포스’의 힘을 가진 히어로 배리 앨런이 어느 날 문득 자신의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시작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살해당하고, 그 누명을 쓴 채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보며 자란 배리는 지금까지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어머니를 구하고 가족을 되찾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품고 있습니다.

배리는 동료 히어로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결국 과거로 돌아가 어머니가 살해당하기 전의 시간을 바꾸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으며, 그가 원래 살던 세계와 전혀 다른 ‘분기된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는 젊은 시절의 자신을 만나게 되고, 이 세계에는 슈퍼맨이 존재하지 않으며, 브루스 웨인도 그가 알고 있던 인물이 아닙니다. 대신 브루스 역은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고전 배트맨이 등장하며, 이는 팬들에게 강한 향수를 자극하는 전개로 이어집니다.

이 새로운 세계는 제넬 장군(조드)이 이끄는 크립톤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플래시는 이 세계의 슈퍼걸(사샤 칼)과 연합하고, 변형된 배트맨과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고, 아무리 되돌려도 어머니의 죽음을 막기 위해선 세계의 균형이 무너지며, 자신과 타인 모두가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냉정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플래시는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결국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과 세계를 지키기 위한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며, 진정한 히어로로서의 책임을 자각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어머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장면을 통해 깊은 감정적 결말로 이어집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영웅들의 조우,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배리 앨런 / 플래시(에즈라 밀러)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히어로로,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파급효과와 마주합니다. 그는 두 명의 배리로 등장하며, 과거와 현재, 성숙과 미숙함의 상징으로 자기 자신과의 갈등을 통해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는 복합적인 캐릭터입니다.

브루스 웨인 / 배트맨(마이클 키튼, 벤 애플렉)은 두 명의 버전으로 등장하며, 각각 현실과 대체세계의 수호자로서 배리의 선택에 중요한 조언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은 고전적인 미학과 함께 은퇴한 영웅의 회귀라는 서사적 감동을 선사합니다.

슈퍼걸 / 카라 조-(사샤 칼)은 이번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로, 슈퍼맨 대신 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녀는 강인하면서도 상처받은 영혼을 지닌 인물로, 배리의 이상과 정의감에 공감하며 또 다른 형태의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노라 앨런(마리벨 베르두)과 헨리 앨런(론 리빙스턴)은 배리의 부모로, 영화의 감정선 전체를 지배하는 상징적 인물들입니다. 특히 어머니 노라는 배리의 결정에 핵심적인 동기가 되며, 마지막 이별 장면에서 영화의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형성합니다.

멀티버스, 감정, 그리고 초인의 책임

'플래시'는 시간여행과 멀티버스라는 복잡한 서사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가족과 인간성이라는 보편적인 감정 코드로 연결하면서 관객들에게 보다 깊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첫째, 이 영화는 단순히 히어로 액션에만 의존하지 않고, 과거를 바꾸려는 인간의 본능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도미노 효과를 치밀하게 묘사하여 감정과 철학이 균형을 이루는 스토리텔링을 선보입니다.

둘째, 멀티버스를 활용한 전개 방식은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과거 DC 영화들과의 연결 고리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마이클 키튼 배트맨의 부활은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니라, 플래시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정서적 연결점입니다.

셋째, 두 명의 플래시가 공존하며 벌어지는 유머와 갈등은 극의 긴장감을 해소시키면서도, 성장과 자각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대화하는 구도는 히어로 서사에서 흔치 않은 구성이며, 관객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넷째, 시각적 연출과 속도감 있는 액션은 플래시 특유의 ‘시간 왜곡’ 능력을 시각적으로 잘 구현하였으며, 스피드 포스 공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영화적 상상력과 기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남습니다.

다섯째,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배리의 결단은, 히어로란 단지 능력이 아닌, 올바른 선택과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존재임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관객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깁니다.

 

 

'플래시'는 단순한 영웅담을 넘어, 한 사람의 아들이자 친구이며 동료인 배리 앨런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여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은 놀라운 힘이지만, 그로 인해 변해버린 현실과 소중한 이들의 운명을 보며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한계를 깨닫는 모습은, 플래시가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결정적인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DC 유니버스의 새로운 전환점이자, 멀티버스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며, 동시에 과거에 대한 집착보다 지금 여기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용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휴먼 히어로 영화입니다. 빠르게 달릴 수는 있지만, 멈춰 서서 진실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바로 플래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진짜 히어로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