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초 비가론도 감독의 '콜로설'은 2017년 공개된 독립 영화로, 괴수 영화와 드라마, 블랙코미디가 혼합된 독특한 작품입니다. 흔히 괴수 영화라 하면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장대한 스케일을 떠올리지만, 이 영화는 괴수를 하나의 은유적 장치로 사용해 인간의 심리, 폭력, 자기 파괴적 습관을 담아냅니다. 주인공 글로리아 역은 앤 해서웨이가 맡아 기존의 화려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망가진 청춘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연기했습니다. 단순히 ‘괴물과 인간의 전투’가 아니라, 자기 안의 괴물을 마주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기존 장르 문법을 뛰어넘으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뉴욕에서 한국까지, 괴수와 연결된 삶의 균열, 영화 '콜로설'의 줄거리
영화는 뉴욕에 살던 글로리아(앤 해서웨이)가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파티와 술에 의존하며 생활을 이어가던 그녀는 결국 남자친구 팀(댄 스티븐스)과의 관계마저 파탄에 이르고, 모든 것을 정리한 채 고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온 글로리아는 어린 시절 친구였던 오스카(제이슨 서디키스)와 재회하고, 그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일을 도우며 생활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술에 의존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고, 그녀의 무기력한 태도는 삶의 변화를 가로막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사건이 세계를 뒤흔듭니다. 한국 서울에 정체불명의 거대한 괴수가 나타나 도심을 파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공포와 충격에 빠지지만, 글로리아는 뉴스 속 괴수의 움직임을 보며 기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이후 그녀는 자신이 놀이터에서 취하는 행동이 그대로 서울의 괴수에게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즉, 그녀의 몸짓과 걸음걸이가 괴수의 움직임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던 이 상황은 곧 심각한 문제로 발전합니다. 글로리아의 실수로 괴수가 서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자, 그녀는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이 실제 사람들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죄책감에 휩싸입니다. 이후 그녀는 술을 끊고 자신을 바로잡으며 괴수와의 연결을 통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더 복잡하게 얽힙니다.
어린 시절 친구 오스카가 자신도 괴수와 비슷한 방식으로 서울에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오스카는 점점 폭력적이고 통제하려는 본성을 드러내며 글로리아를 위협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겉으로는 친절하고 다정한 친구처럼 보였지만, 내면에는 열등감과 파괴적 욕망을 감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글로리아는 자신을 억압하고 조종하려는 오스카와 대립하게 되고, 괴수와의 연결은 그녀가 자신의 내면적 문제와 주변의 독성을 극복하는 과정의 상징이 됩니다. 마지막 순간, 글로리아는 자신이 가진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여 오스카를 제압하고, 마침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되찾는 결단을 내립니다.
인간과 괴수의 이중적 자화상,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글로리아(앤 해서웨이)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방황과 무기력 속에 살아가던 인물이지만 괴수 사건을 계기로 자신을 직면하게 됩니다. 그녀는 술과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스스로를 파괴하던 과거를 버리고, 자신이 지닌 힘과 책임을 자각하며 성숙해 갑니다. 글로리아는 단순히 괴수와 연결된 주인공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인간의 상징으로 그려집니다.
오스카(제이슨 서디키스)는 글로리아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따뜻하고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내면에 감춰진 폭력성과 통제욕이 드러납니다. 그는 글로리아와 마찬가지로 괴수와 연결되는 능력을 지니지만, 그 힘을 협박과 지배에 사용합니다. 오스카는 결국 괴수보다 더 무서운 ‘인간 내면의 괴물’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팀(댄 스티븐스)은 글로리아의 전 남자친구로, 그녀의 방황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관계를 정리하지만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며 갈등을 유발합니다. 그는 글로리아에게 현실적인 안정감을 주려 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억압하고 판단하는 태도로 나타나며 주인공의 변화와 독립성을 부각하는 인물입니다.
괴수와 로봇은 영화의 상징적 장치로, 단순한 파괴자가 아니라 주인공과 오스카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글로리아의 괴수는 그녀가 가진 불안정한 자아와 동시에 성장 가능성을 상징하며, 오스카의 로봇은 그의 파괴적 욕망과 독성 권력을 드러냅니다.
괴수 영화의 새로운 해석
첫째, '콜로설'은 기존 괴수 영화의 공식을 뒤엎습니다. 거대한 괴수와 도시의 파괴를 스펙터클로 소비하지 않고, 이를 개인의 심리적 문제와 성장 서사에 연결합니다. 괴수의 존재가 곧 인간 내면의 그림자라는 설정은 독창적이며 철학적인 울림을 줍니다.
둘째, 앤 해서웨이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그녀는 망가진 청춘의 불안정함과 동시에 성장해 나가는 강인함을 모두 표현하며, 관객이 글로리아의 변화를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게 만듭니다.
셋째, 영화는 여성의 자립과 독립을 강조합니다. 글로리아는 남성들의 억압적 시선과 통제 속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인물로 거듭나며, 이는 현대적 페미니즘의 맥락에서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넷째, 블랙코미디적 요소와 스릴러적 긴장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재미를 제공합니다. 술에 취해 괴수가 비틀거리듯 걷는 장면이나, 두 인물이 괴수와 로봇으로 대립하는 장면은 기묘하면서도 풍자적인 매력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개인적 이야기와 동시에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내면에 ‘괴물’을 품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통제하고 극복하느냐가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콜로설'은 괴수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내적 갈등과 성장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글로리아는 자신 안의 괴물을 직면하고, 타인의 통제에서 벗어나며, 마침내 자신을 온전히 주체적으로 세워갑니다. 오스카라는 인물은 그 과정에서 인간 내면의 폭력성과 독성을 대변하며, 관객에게 “괴물은 외부에 있는가, 아니면 우리 안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영화는 거대한 스펙터클을 기대하는 블록버스터 팬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깊이 있는 메시지와 신선한 장르 결합을 원하는 관객에게는 충분히 매혹적인 작품입니다. 결국 '콜로설'은 괴수를 통해 인간을 이야기한 영화이며, 삶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보이지 않는 괴물과 싸우는 용기를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