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개봉한 영화 '비공식작전'은 1980년대 레바논 내전이라는 배경 속에서 실종된 외교관을 구출하기 위한 비공식 외교 미션을 다룬 범죄·첩보·로드무비 형식의 작품입니다.
연출은 김성훈 감독(드라마 ‘킹덤’ 시리즈 등)이 맡았으며, 하정우와 주지훈이 각각 주인공인 외교관과 현지 택시기사 역을 맡아 서로 너무도 다른 두 남자의 환상적 케미스트리로 극을 끌고 갑니다.
이 영화는 정치와 외교라는 무겁고 복잡한 소재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적절한 유머, 긴박한 추격, 사막을 가르는 모험, 그리고 인간적인 정서를 고루 갖춘 하이브리드 영화로 주목받았습니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각색되었으며,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성 회복과 연대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레바논 내전, 사라진 서기관, 비공식 탈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영화 '비공식작전'의 줄거리
영화의 배경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 당시 그곳은 15년간 이어진 내전의 한복판으로, 치안이 붕괴되고 정치적 이권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혼돈의 지역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레바논에 파견된 오재석 서기관이 실종된 지 40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단서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뒤늦게 신입 외교관 민준(하정우)을 현지로 보내 수색을 지시합니다.
하지만 그의 임무는 철저히 ‘비공식’입니다. 즉, 정부 차원에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외교관을 찾아오라는 무리한 지시였고, 민준은 홀로 낯선 아랍 세계 한복판에 던져집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언어도 문화도 낯선 환경에 좌충우돌하며, 수소문 끝에 ‘판수’(주지훈)라는 현지 택시기사를 만나게 됩니다.
판수는 레바논 출신이지만 한국말을 능숙하게 구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입니다. 그는 돈만 받으면 무엇이든 하는 인물로, 처음엔 민준을 단순한 ‘손님’으로 대하지만, 점차 민준이 진짜로 서기관을 찾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의 진심에 서서히 동조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레바논 각지에 흩어져 있는 단서를 추적하며 전쟁 지역을 누비게 됩니다. 민병대의 위협, 폭탄 테러, 무장 단속, 외교권력의 회피 등 온갖 위험과 음모가 얽힌 베이루트 시가지와 사막을 가로지르며 도망과 추적을 반복합니다.
민준은 점차 현지의 정치·종교 갈등과 무기 밀매 문제 속에 외교관 실종이 단순 납치가 아니라, 더 복잡한 배경과 정치적 책임 회피 속에서 묻힌 사건임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방법으로 수소문을 계속하며, 종교지도자와 무기상, 현지 정보원 등을 거쳐 오재석 서기관이 살아 있다는 결정적 단서를 확보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는 베이루트 중심가에서 벌어지는 목숨 건 탈출 작전이 펼쳐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걸고 외교관과 함께 목표지점까지 질주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민준은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이 일은 기록에 남지 않는 ‘비공식작전’으로 남게 되었음을 회상하며, 눈빛으로 모든 의미를 전달합니다.
낯선 공간, 낯선 조합의 등장인물들
박민준(하정우)은 외교부 소속 신입 외교관으로, 정해진 매뉴얼과 원칙을 따르려는 모범적인 인물입니다.
그러나 내전이 한창인 레바논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처절하게 체험하게 되고, 단순한 외교적 수사나 보고만으로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영화 속 민준은 점점 유연한 사고와 결단력을 갖춘 인물로 변화하며, 상황을 뚫고 나가는 능동적 주체로 성장합니다.
김판수(주지훈)는 레바논의 현지 택시 운전사로, 겉으론 가볍고 장난기 많은 성격을 가졌지만 전쟁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 본능과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복합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처음엔 민준을 수익의 대상으로 여겼지만,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외교관을 구출하려는 그의 진심을 느끼면서 점점 동지로 변해갑니다.
판수는 이 영화의 정서적 중심축이며,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뜨겁게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오재석 서기관(임형국)은 납치된 서기관으로, 비록 등장 시간은 짧지만 그를 찾기 위한 여정의 목적이자 모든 감정의 출발점입니다.
그는 마지막에 보여준 태도를 통해, ‘사람을 구하는 것’의 의미가 단순히 명령이나 업무가 아님을 상기시켜 주는 상징적 존재로 작용합니다.
외교와 인간, 로드무비와 코미디가 만나는 절묘한 균형
'비공식작전'은 여러 장르를 혼합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의 중심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드문 영화입니다.
무겁고 복잡한 배경을 설정했지만, 그 안에서 유쾌함과 감동을 모두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서사의 힘이 큽니다.
실종 서기관 구출이라는 국가적 사건을 다루면서도, 국가의 책임보다는 현장에서 뛰는 한 사람의 진심과 인간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관객의 공감을 얻습니다.
특히 ‘비공식’이라는 설정은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 혼돈의 세계를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합니다.
두 번째로는 하정우와 주지훈의 케미스트리입니다.
서로 극과 극의 성격과 삶의 방식을 가진 두 인물이 점차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위트 있고 따뜻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려냄으로써 영화의 감정선을 이끕니다.
두 배우 모두 자신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세 번째는 로드무비 스타일의 연출과 리얼리즘의 조화입니다.
영화는 베이루트의 좁은 골목, 폐허가 된 건물, 사막의 광야 등 레바논 현지에서 실제로 촬영한 배경 속에서 진행되어 몰입도가 뛰어납니다.
추격전과 폭파 장면 등 액션 요소도 적절히 배치되어 긴장감과 역동성을 더합니다.
또한, 외교의 한계와 인간 본연의 의지를 대조시키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도 이 영화의 큰 강점입니다.
시스템이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나서야 하고, 그것이 바로 공무원도, 시민도 아닌 ‘사람’이라는 존재임을 영화는 말합니다.
'비공식작전'은 거창한 영웅담도 아니고, 전쟁 블록버스터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 사람을 위해 또 다른 사람이 움직인다’는 진심이 국경과 언어, 체제를 넘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입니다.
하정우와 주지훈이 만들어낸 케미스트리는 단순한 브로맨스 이상의 감동을 전하며, 극한의 공간 속에서 피어난 연대와 용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선택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실제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았을지 몰라도, 영화는 그 ‘비공식’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기록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말해줍니다.
'비공식작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닌, 의미 있는 감동을 찾고 있는 관객에게 반드시 추천할 만한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