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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의 심리와 긴장과 사유, 그리고 무너지는 균형, 영화 '스토어웨이'

by 미잉이 2025. 9. 19.

조 페나 감독이 연출한 '스토어웨이'는 2021년 공개된 미국 SF 스릴러 영화로, 화려한 특수효과보다는 현실적인 과학적 상황과 인간의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 작품입니다. 제목 그대로 ‘스토어웨이(Stowaway)’는 밀항자, 즉 예상치 못한 동승자를 의미하며, 영화는 화성 탐사 임무를 위해 출발한 우주선에 의도치 않게 한 명의 추가 인원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대부분의 SF 영화가 외계 생명체, 미래 사회, 전투 등 장대한 상상력을 내세운다면, '스토어웨이'는 철저히 제한된 공간 속에서의 생존 문제, 산소라는 한정된 자원, 그리고 누가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극한의 윤리적 딜레마를 다룹니다. 그 때문에 이 영화는 ‘현실적 우주 스릴러’로 평가받으며, 관객에게 긴장감과 함께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킵니다.

 

우연히 생겨난 한 사람, 그리고 무너지는 균형, 영화 '스토어웨이'의 줄거리

영화는 화성 탐사 임무를 떠나는 3명의 대원으로 시작됩니다. 미션 지휘관 마리나 바넷(토니 콜렛), 생물학자 데이비드 김(다니엘 대 김), 의학 연구원 조이 레븐슨(안나 켄드릭), 이 세 사람은 각자의 임무를 맡으며 2년 동안 화성에서 연구를 수행한 뒤 귀환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우주선은 궤도에 진입해 임무를 시작하려는 순간, 이들은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합니다.

우주선의 내부에서 의도치 않게 숨겨져 있던 인물, 즉 엔지니어 마이클 애덤스(샤미어 앤더슨)가 발견된 것입니다. 그는 사실 임무와 관련 없는 지상 지원 인력이었으나, 발사 과정에서 실수로 우주선에 갇혀 그대로 올라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당황하지만, 마이클은 분명 악의적 의도가 없고 오히려 생존을 위해 다른 이들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임이 드러납니다.

문제는 우주선의 자원이 정확히 세 명의 생존을 기준으로 계산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산소량은 이미 한계치로 설계되어 있었고, 추가 인원의 존재는 곧 네 사람의 생존을 모두 위협하는 치명적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혹시 모를 예비 장치나 대체 자원이 있지 않을까 확인하지만, 계산은 냉정했습니다. 네 명이 동시에 살아남을 수는 없었고, 결국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이후 영화는 네 인물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선택과 갈등을 통해 전개됩니다. 마리나는 지휘관으로서 냉정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데이비드는 과학자로서 현실적인 계산을 근거로 합리적인 선택을 주장합니다. 반면 조이는 인간적 연민과 도덕적 책임 사이에서 고민하며, 끝까지 마이클을 살리려 애씁니다. 마이클 역시 자신 때문에 전체 임무가 위태로워진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본능적으로 살아남고 싶다는 욕망과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결국 이들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집단의 생존과 개인의 생존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직면합니다.

네 사람의 심리와 역할,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마리나 바넷(토니 콜렛)은 임무의 지휘관으로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인물입니다. 그녀는 상황을 냉정히 판단하려 하지만, 동시에 팀원들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심리적 갈등을 겪습니다. 마리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리더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간적인 고민과 연민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으로 관객에게 복합적 인상을 남깁니다.

데이비드 김(다니엘 대 김)은 생물학자로서 임무 수행의 과학적 목표에 충실하려 합니다. 그는 철저히 계산에 기반하여,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이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인간적인 감정과 냉정한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과학자의 윤리적 한계를 드러내는 상징적 인물입니다.

조이 레븐슨(안나 켄드릭)은 의학 연구원으로, 영화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끝까지 마이클을 살리기 위해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며, 계산과 논리를 뛰어넘어 인간 생명 자체의 가치를 지키려 합니다. 조이의 행동은 관객이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는 지점이며,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마이클 애덤스(샤미어 앤더슨)는 ‘스토어웨이’ 그 자체이자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물입니다. 그는 원래부터 이 임무에 참여할 계획이 없었으며, 우연히 갇혀 올라온 피해자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존재는 다른 세 명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그는 죄책감과 생존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마이클은 무력한 인물 같지만, 결국 인간의 존엄성과 삶에 대한 욕망을 보여주며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긴장과 사유를 동시에 주는 작품

첫째, '스토어웨이'는 단순한 SF 스릴러가 아니라 인간의 윤리적 선택을 다룬 작품입니다. 누가 살아야 하고, 누가 희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극단적이지만, 실제로 사회에서도 자원과 생존을 둘러싼 갈등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둘째, 영화는 화려한 액션이나 특수효과에 의존하지 않고, 현실적인 과학적 설정과 제한된 공간을 통해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산소 부족이라는 단순하지만 절대적인 조건은 관객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들며, 상황의 리얼리티가 주는 공포는 오히려 외계인의 위협보다 더 직접적입니다.

셋째, 네 인물이 보여주는 다양한 심리적 반응은 관객이 스스로를 대입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지휘관의 책임, 과학자의 계산, 연구원의 연민, 그리고 의도치 않게 휘말린 무고한 인물의 공포. 이 네 가지 시각은 인간이 위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폭넓게 보여줍니다.

넷째, 영화는 철저히 밀폐된 우주선 내부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사실상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현대 사회의 현실적인 고민과 맞닿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우주라는 배경 속에서 인간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깊이를 제공합니다. 단순히 누가 살아남느냐의 문제를 넘어, 인간이 끝까지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스토어웨이'는 거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도덕성과 윤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네 명의 인물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생존을 갈망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한다면 다소 담백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사유의 무게를 던집니다. 결국 관객에게 남는 것은 “만약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물음일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스토어웨이'가 가진 힘이며, 이 작품을 단순한 SF 스릴러 이상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