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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지옥에서 지성을 무기로 싸우는 인물들과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화, 영화 '인페르노'

by 미잉이 2025. 5. 28.

'인페르노 (Inferno, 2016)'는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버트 랭던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로, 전작 '다빈치 코드''천사와 악마'에 이어 또다시 톰 행크스가 하버드 대학교 상징학 교수 로버트 랭던 역을 맡아 스릴 넘치는 추적극을 이끌어갑니다. 이번 작품은 특히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인페르노 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와 예술, 철학, 역사적 상징의 해석이 엮여 있는 지적 추리물로, 숨 가쁜 액션과 복잡한 퍼즐 풀이가 절묘하게 맞물리는 작품입니다. 전작들보다 더 어두운 분위기와 음모론, 그리고 인류의 생존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감독 론 하워드는 익숙한 리듬감 있는 연출로 혼란스러운 서사를 탄탄하게 정리하며 긴장감 있는 전개를 이끌어냅니다. 이탈리아 피렌체, 베네치아, 터키 이스탄불 등 고대와 현대가 어우러지는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단순한 모험 이상으로, 인간성과 도덕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객을 깊이 있는 생각으로 이끕니다.

 

기억을 잃은 교수, 그리고 단테의 지옥에서 던지는 인류의 운명

영화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병원에서 기억상실 상태로 깨어난 로버트 랭던 교수(톰 행크스)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머리에 큰 상처를 입은 채로 혼란스러운 꿈과 환영에 시달리며,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곁에는 자신을 치료하던 여성 의사 시에나 브룩스(펠리시티 존스)가 있고, 그녀는 그에게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전해줍니다. 병원에 무장한 요원이 들이닥치면서, 랭던과 시에나는 급히 병원을 탈출하게 되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그는 자신이 지니고 있던 미스터리한 원통형 장치를 발견하게 되고, 이 안에는 단테의 지옥을 모티브로 한 퍼즐과 지도, 그리고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인페르노’에 대한 단서가 숨겨져 있습니다. 퍼즐을 풀어나가며 그들은 단테의 작품과 관련된 미술 작품과 유적지들을 따라 이동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과거의 인연과 복잡한 조직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을 알게 됩니다. 랭던은 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려는 인물로 테크노 미래주의자 베르트란 조브리스트(벤 포스터)를 알게 되고, 그는 지구의 인구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조적 파괴’를 선택한 인물입니다. 조브리스트는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계획이 실행될 수 있도록 치밀한 퍼즐을 설계해 두었고,, 랭던은 그를 막기 위해 시에나와 함께 단서를 좇게 됩니다.

하지만 이야기 중반, 시에나가 사실 조브리스트의 연인이자 계획을 함께했던 인물임이 드러나며 믿었던 동료의 배신이라는 전개가 등장하고, 랭던은 다시 혼자가 되어 미스터리를 추적하게 됩니다. 유네스코 소속의 WHO 요원 엘리자베스 신스키와 과거 인연이 있던 랭던은 그녀와 협력하게 되고, 그들은 바이러스가 숨겨졌을 가능성이 있는 장소가 터키 이스탄불의 하기아 소피아 지하에 있는 예르바탄 사라이(지하 궁전)임을 추론합니다. 최종 결전은 바로 그곳에서 벌어지고, 시에나는 인류를 위해 ‘정화’를 외치며 바이러스를 활성화하려 하지만, 결국 랭던과 WHO 팀의 저지로 계획은 좌절됩니다. 영화는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지기 전 막아냈다는 안도와 함께, 과연 인류는 그 경고를 듣고 달라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열린 질문을 남기며 마무리됩니다.

진실과 거짓 사이, 지성을 무기로 싸우는 인물들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시리즈 내내 일관된 캐릭터로, 뛰어난 상징 해석 능력과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 속 미스터리를 추적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기억을 잃은 상태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도 지성을 무기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단순한 지식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점차 세계를 구하기 위한 행동가로 성장합니다.

시에나 브룩스(펠리시티 존스)는 처음엔 믿을 수 있는 동반자처럼 등장하지만, 후반부 그녀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며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냅니다. 지능이 뛰어난 동시에 강한 신념을 지닌 인물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단순한 악역 이상의 복합적 감정을 전달합니다.

베르트란 조브리스트(벤 포스터)는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적지만,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사상적 중심축입니다. 인류를 살리기 위해 절반을 없애야 한다는 극단적 선택은 많은 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악당이면서도 일견 설득력 있는 문제제기를 합니다.

엘리자베스 신스키(시드세 바벳 크누센)WHO 고위 인사로, 랭던과 과거 인연이 있는 인물이며, 그의 도움을 받아 조브리스트의 계획을 막으려 합니다. 신스키는 공권력의 입장에서 인류 전체의 안전을 지키려는 책임감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해리 심즈(이르판 칸)는 베네티안 보안 회사의 수장으로, 랭던을 협박하는 듯하지만 또 다른 방향에서 사건을 조율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며 서사의 긴장감을 더합니다.

문화예술, 철학, 미스터리의 절묘한 조화

'인페르노'의 가장 큰 매력은 단테의 신곡을 중심으로 한 역사적, 예술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액션과 퍼즐 풀이를 넘어서, 예술과 문학 속에서 현실의 위협을 연결 짓는 이 영화는 관객에게 새로운 지적 자극을 제공합니다. 단테의 지옥도를 해석하며 인간의 죄와 구원에 대해 사유하게 만들고, 피렌체와 베네치아, 이스탄불의 고대 유적지들은 배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 채 퍼즐의 일부로 기능합니다.

또한 시간제한이 있는 미션 구조, 즉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까지 단서를 찾아야 한다는 ‘카운트다운’ 형식은 영화의 긴박함을 유지하는 장치로 뛰어난 몰입감을 유도합니다. 랭던의 기억 상실 설정은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퍼즐을 하나씩 풀어가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하며, 서사 전개에 효과적인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시리즈 특유의 철학적 논쟁도 이번 영화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입니다. 인류의 과잉, 생존의 윤리, 선택과 희생이라는 주제를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맥락에서 던지며, 단순히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닌 다양한 시각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고전 음악을 활용한 웅장한 사운드트랙, 유적지를 활용한 생동감 있는 로케이션 촬영이 어우러져, 문화·예술·미스터리·액션이 조화롭게 융합된 작품으로 완성도를 높입니다.

 

 

'인페르노'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선 작품입니다. 단테의 지옥이라는 상징을 현대적 위협으로 연결 지으며, 인간 존재의 본질, 생존을 위한 선택,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는 끝까지 ‘정답’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객 스스로가 인류의 생존과 도덕 사이에서 균형점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정보와 속도가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 한 편의 영화가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질문, '인페르노'는 그 역할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수행합니다. 랭던 시리즈의 팬은 물론, 문화예술과 스릴러의 교차점을 찾는 관객에게도 이 작품은 충분히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