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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과 씁쓸함 같은 사랑과 상실 조용히 스며드는 영화 '케이크메이커'

by 미잉이 2025. 8. 28.

'케이크메이커(The Cakemaker, 2018)'는 오피르 라울 그라이저 감독이 연출한 이스라엘·독일 합작 드라마로, 2018년 개봉해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소박한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체성과 신앙, 죄책감과 용서, 그리고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케이크’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내며, 음식과 사랑을 잇는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드라마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또한 동성애, 불륜, 가족, 종교와 같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자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잔잔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접근해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사색에 잠기게 만듭니다.

 

달콤함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비밀스러운 사랑, 영화 '케이크메이커'의 줄거리

베를린의 작은 카페에서 케이크를 만드는 제빵사 토마스(팀 칼코프)는 어느 날 출장차 독일을 찾은 이스라엘인 사업가 오렌(로이 밀러)을 만나게 됩니다. 오렌은 토마스의 케이크를 맛본 뒤 매료되고, 곧 두 사람은 우연처럼, 그러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오렌은 이미 예루살렘에 아내와 아들이 있는 기혼자였습니다. 두 사람은 몇 달 동안 비밀스럽게 사랑을 이어가지만, 오렌은 독일과 이스라엘을 오가며 두 세계를 오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마스는 오렌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충격과 상실감에 빠진 토마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함께,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워지는 현실에 괴로워합니다. 결국 그는 오렌의 흔적을 좇아 예루살렘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오렌의 아내 아나트(사라 아들러)를 찾아가게 됩니다.

토마스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아나트의 카페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처음엔 의심과 경계가 있었지만, 그의 정성 어린 제빵 솜씨와 성실한 태도는 곧 아나트의 신뢰를 얻습니다.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아나트는 남편의 죽음 이후 무너졌던 삶을 토마스와 함께 조금씩 회복해 갑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언제나 말할 수 없는 비밀, 즉 아나트의 남편과 자신이 사랑했었다는 진실을 품은 채 그녀 곁에 머뭅니다. 시간이 흐르며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싹트고, 결국 아나트는 토마스에게 점점 끌리게 되지만,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것은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예감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 불편하면서도 아름다운 관계를 통해 사랑과 상실, 용서의 본질에 대해 묵묵히 질문을 던집니다.

사랑과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토마스(팀 칼코프)는 독일 베를린에서 작은 제과점을 운영하는 섬세한 제빵사입니다. 그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을 지녔지만, 케이크와 빵을 만들 때만큼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성실합니다. 오렌과의 만남은 그의 삶에 가장 뜨겁고 치명적인 사랑을 남겼고, 오렌의 죽음 이후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흔적을 좇아 이스라엘로 향합니다. 토마스는 아나트의 곁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지만, 언제나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딜레마 속에서 괴로워합니다. 그의 모습은 사랑이 때로는 달콤하면서도 파괴적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렌(로이 밀러)은 이스라엘 출신의 기혼 남성으로, 일 때문에 자주 독일을 오가다 토마스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는 아내와 아이를 둔 가장이면서도 토마스와의 관계에 진심을 다하며, 두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입니다. 오렌은 영화 속에서 직접적인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그의 부재가 남긴 공백은 이야기 전체를 지배하는 중요한 축으로 작용합니다.

아나트(사라 아들러)는 오렌의 아내이자 예루살렘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강인한 여성입니다. 남편의 죽음 이후 혼자 아이를 키우고 가게를 꾸려나가야 하는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가지만, 토마스와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삶의 균형을 되찾습니다. 그녀는 토마스를 통해 새로운 희망과 안정감을 느끼지만, 결국 진실 앞에 서야 하는 현실에서 복잡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이외에도 아나트의 아들, 가족, 그리고 종교적·문화적 배경을 보여주는 주변 인물들이 등장해 이스라엘 사회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조용히 스며드는 감정의 힘

첫째, '케이크메이커'는 음식과 사랑을 연결하는 특별한 방식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영화 속 케이크와 제과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기억과 사랑, 그리고 상처를 위로하는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토마스가 만든 케이크는 오렌을 떠올리게 하고, 아나트와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며, 또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대신 전달합니다.

둘째, 영화는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탐구합니다. 불륜, 동성애, 그리고 상실 이후의 새로운 사랑까지, 각 인물들이 겪는 사랑은 도덕적 잣대로 단순히 옳고 그름을 평가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합니다. 이 영화는 사랑이 반드시 순수하고 완벽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복잡하고 불편하며, 그러나 여전히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셋째, 영화는 문화와 종교의 경계를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독일과 이스라엘이라는 다른 문화권, 유대교적 규범과 개인적 욕망의 충돌은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합니다. 특히 토마스가 유대교적 규율을 지키려 노력하는 장면들은 사랑이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시험받는 것임을 상기시킵니다.

넷째,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차분한 카메라 워크, 절제된 대사, 그리고 섬세한 표정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빵이 오븐에서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과정을 지켜보듯, 인물들의 감정이 서서히 피어나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자극적인 장면 대신 여백을 두는 방식은 오히려 더욱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케이크메이커(The Cakemaker, 2018)'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사랑과 상실의 복합적인 맛을 전하는 영화입니다. 토마스, 오렌, 아나트 세 인물의 얽힌 관계를 통해 영화는 관객에게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사랑이 남긴 상처와 흔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영화 속에서 케이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관계와 기억, 그리고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상징하는 중요한 모티프가 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본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하나의 삶의 초상을 경험한 것 같은 깊은 여운을 느끼게 됩니다. 사랑은 때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그 자체로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영화는 조용히 전해줍니다.

'케이크메이커'는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한 번 본 이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는 작품입니다. 마치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이 입안에 사라진 후에도 그 여운이 오래 남듯, 영화가 전하는 감정 역시 깊고 오래도록 스며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