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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예술가와 길 위에서 발견한 따뜻한 다큐멘터리,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by 미잉이 2025. 8. 27.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Faces Places, 2018)’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으로 불리는 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젊은 사진작가 JR이 함께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예술 작업을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예술이 어떻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념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따뜻한 여정입니다. 영화는 두 예술가가 프랑스 시골 마을을 여행하며 만난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을 거대한 벽화로 남기는 과정을 따라가는데, 이를 통해 평범한 개인들의 삶이 얼마나 특별하고 가치 있는지, 또 예술이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어떻게 발휘하는지 관객에게 차분히 전합니다.

 

길 위에서 발견한 얼굴과 이야기,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의 줄거리

영화는 아녜스 바르다와 JR이 프랑스의 작은 마을과 시골을 여행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들은 카메라와 이동식 사진 부스를 가지고 다니며, 길 위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을 즉석에서 사진으로 찍고, 그것을 거대한 포스터 형태로 인쇄해 벽이나 건물, 담장에 붙이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사진을 넘어선 기록입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공장에서 평생 노동을 해온 사람들의 얼굴을 거대한 벽에 붙임으로써,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의미를 담습니다. 또 농촌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의 얼굴을 곡식 창고 벽에 남김으로써, 사라져 가는 농촌의 가치를 다시금 부각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농부, 노동자, 주민들이지만, 그들의 얼굴은 영화 속에서 위대한 역사와 예술로 승화됩니다.

여정을 함께하는 두 예술가의 관계도 중요한 축입니다. 88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호기심 많고 유머러스한 바르다와, 나이는 젊지만 늘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미스터리한 JR의 대비는 영화에 특별한 매력을 더합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세대와 감각을 지녔지만, 사람을 향한 애정과 예술을 통한 기록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조화를 이루며 여정을 이어갑니다. 영화는 종종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세대 간 차이와 공감, 예술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는 영화가 단순히 작업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삶과 예술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던지도록 만듭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고령인 바르다가 점차 시력이 약해지고, 세월의 흐름이 그녀의 예술 활동을 제약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JR과의 협업은 그녀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동시에 관객에게도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창작과 소통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합니다.

두 예술가와 길 위에서 만난 얼굴들,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아녜스 바르다는 영화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오랜 세월 동안 영화와 사진을 통해 사람과 삶을 기록해 온 거장입니다. 그녀는 노년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세대와 소통하며 창작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르다의 시선은 언제나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고 그 가치를 발견해 내는 데 집중합니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단순히 작업을 지휘하는 감독이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예술가로 등장합니다.

JR은 프랑스의 거리 예술가이자 사진작가로, 항상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다니는 개성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거대한 사진 설치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바르다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확장합니다. 젊고 자유로운 감각을 지닌 그는 바르다의 경험과 균형을 이루며 세대를 넘어선 예술적 파트너십을 보여줍니다.

마을 주민들은 영화에서 또 다른 주인공입니다. 노동자, 농부, 우체부, 그리고 단순히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다양한 개인들의 얼굴이 작품 속에서 빛을 발합니다. 이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벽화로 남겨진 얼굴을 통해 관객은 그들의 삶이 역사와 예술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삶을 예술로 바꾼 따뜻한 다큐멘터리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입니다. 농부나 노동자, 시골 주민 등 우리가 흔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커다란 벽화로 변할 때, 관객은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또한 세대를 초월한 협업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노년의 거장 바르다와 젊은 거리 예술가 JR의 만남은 단순한 콜라보레이션을 넘어, 서로 다른 세대가 어떻게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예술이 단절을 넘어 소통의 다리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이 영화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예술은 거창한 미술관이나 유명 갤러리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길 위의 얼굴과 삶 속에서도 충분히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관객에게 예술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삶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바르다 개인의 삶과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시간과 기억의 소중함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녀가 세월과 함께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장면들은 단순한 예술 기록을 넘어, 인생 그 자체를 돌아보게 하는 울림을 줍니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Faces Places, 2018)’은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얼굴을 통해 삶을 기록하고, 그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나아가 관객에게 자신과 주변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철학적이고 따뜻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예술이란 결국 사람을 향한 시선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나이와 세대를 넘어서는 협업이 얼마나 풍부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도 증명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관객은 길을 걷다 마주치는 평범한 얼굴들조차 더 이상 평범하게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 얼굴 속에 담긴 삶과 이야기를 떠올리며, 우리가 사는 세상 그 자체가 거대한 예술임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예술과 삶의 경계를 허물고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게 만드는 귀중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