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Oz the Great and Powerful, 2013)'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 성격을 띤 영화로, 오즈라는 세계에 '위대한 마법사'가 어떻게 도착하게 되었는지를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감독은 '스파이더맨' 삼부작으로 유명한 샘 레이미, 주연에는 제임스 프랭코, 밀라 쿠니스, 미셸 윌리엄스, 레이첼 와이즈 등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하여 화려한 비주얼과 판타지 감성을 담아냈습니다
디즈니가 제작한 이 작품은 1939년작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명성을 잇기 위해 클래식한 감성과 현대적 시각효과를 절묘하게 혼합했으며, 전체적으로는 아이들이 보기에도 적합한 순한 판타지이면서도, 어른이 보기엔 인간적인 성장담이 녹아 있는 의미 있는 이야기로 완성됐습니다. 특히 2D에서 시작해 오즈 세계로 넘어가면서 풀컬러로 변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시청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연출로 평가받았습니다.
거짓말로 시작된 여행, 진심으로 완성된 변화
1905년 미국 캔자스. 오스카 딕스(제임스 프랭코)는 작은 마을 유랑극단에서 마술사로 일하고 있는 인물로, 겉은 그럴듯하지만 실상은 허세와 사기, 야망으로 똘똘 뭉친 인물입니다. 그는 마술보다는 입담과 화려한 연출로 관객의 눈을 속이며 살아가고 있었고, 내심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있지만 현실은 초라하기만 합니다. 어느 날 오스카는 불륜 스캔들로 쫓기다 열기구를 타고 달아나던 중 거대한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미지의 세계 '오즈'에 떨어지게 됩니다.
오즈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자신이 예언에 나온 '위대한 마법사'로 오해받으며 환영받습니다. 그를 가장 먼저 만난 이는 테오도라(밀라 쿠니스)라는 아름다운 마녀로, 그녀는 오스카가 마법사라 믿고 오즈 왕국을 구해줄 인물이라 말합니다. 테오도라는 그를 자매인 에반노라(레이첼 와이즈)에게 소개하는데, 에반노라는 에메랄드 시티를 지배하고 있는 마법사이며, 자신들의 적인 '악한 마녀 글린다'를 물리치면 왕국의 보물을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오스카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점점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에반노라야말로 진짜 악한 마녀이며, 글린다가 오히려 선의 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오즈를 구하는 영웅이 되기 위해 진짜 마법을 부릴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속임수와 트릭으로도 정의를 지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됩니다. 오스카는 글린다와 힘을 합쳐 에반노라의 군대에 맞설 전략을 세우고, 마술과 기계 장치, 그리고 사람들의 힘을 모아 위대한 '쇼'를 준비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테오도라가 에반노라의 계략에 휘말려 악한 마녀로 타락하게 되는 비극적인 변화를 목격하게 되고,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누군가가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며 진짜 ‘위대한 존재’가 되기 위한 여정에 더욱 몰입합니다. 결전의 날, 오스카는 죽음을 가장한 트릭과 환상으로 에메랄드 시티를 구하고, 에반노라를 몰아내며 오즈 왕국의 진정한 수호자로 인정받게 됩니다. 그는 마침내 ‘오즈의 마법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람으로 변화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마법과 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
오스카 ‘오즈’ 딕스(제임스 프랭코)는 허풍쟁이 마술사로 시작하지만, 오즈라는 세계에서 진짜 영웅이 되기 위한 내면의 변화를 겪는 인물입니다. 그는 처음엔 욕망과 허세로 가득했지만, 점차 사람들의 신뢰를 받고,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면서 '진짜 마법은 기계나 주문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핵심 인물입니다.
테오도라(밀라 쿠니스)는 순수하고 정의감 넘치는 마녀로 처음엔 오스카에게 마음을 열지만, 그의 거짓말과 언니의 조작으로 인해 분노와 배신감에 타락해 악한 마녀로 변하게 되는 비극적인 캐릭터입니다. 그녀의 변화는 이야기의 비극성과 감정선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에반노라(레이첼 와이즈)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거짓을 퍼뜨리고 사람들을 속이는 냉정하고 치밀한 마법사로, 외형은 아름답지만 내면은 차갑고 무자비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테오도라를 조종하고, 왕국을 지배하려 하지만 결국 오즈의 기지와 민중의 연대에 의해 몰락하게 됩니다.
글린다(미셸 윌리엄스)는 선한 마녀이자 진실과 희망의 상징인 인물로, 에반노라에 의해 누명을 쓰고 오랜 세월을 숨겨진 채 살아왔습니다. 그녀는 오스카에게 진정한 리더가 되는 길을 열어주며, 사람들이 가진 믿음과 용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파이니(목소리: 잭 브레이어)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유쾌한 날아다니는 원숭이로, 오스카와 처음부터 함께하며 충직한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코믹하면서도 충성스러운 캐릭터로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켜 줍니다.
차이나 걸(목소리: 조이 킹)은 다리가 부러진 채 폐허 속에서 오스카와 만나 동행하게 되는 도자기 인형 소녀로, 겉은 깨지기 쉬운 존재이지만 누구보다 용기 있고 진심 어린 마음을 지닌 인물로서, 오스카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동화 같은 비주얼, 그리고 어른을 위한 성장 판타지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의 가장 큰 강점은 눈을 사로잡는 시각적인 화려함입니다. 오프닝의 흑백 화면에서 컬러 세계로 전환되는 연출은 마치 극장 커튼이 열리는 느낌을 주며, 오즈의 숲, 에메랄드 시티, 마녀의 성 등 각 배경은 미술과 CG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디즈니다운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 영화는 단순한 선악 대결이 아닌, 거짓말과 진심, 허세와 책임감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주인공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색합니다. 오스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 아니라, 속임수와 쇼맨십으로 사람을 현혹하던 인물이지만, 점차 ‘믿음’과 ‘희망’을 주는 리더로 변모합니다. 이 변화는 전통적인 영웅서사와는 다른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제임스 프랭코는 능청스러운 사기꾼에서 진심을 다하는 지도자로 변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밀라 쿠니스는 순수함과 분노 사이의 극단적인 감정을 잘 표현했고, 미셸 윌리엄스와 레이첼 와이즈는 각각 선과 악의 대표주자로서 클래식한 동화 속 마녀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위대한 마법사’라는 거짓된 이름으로 시작된 한 남자의 여정이 결국 진짜 위대함의 의미를 깨닫는 감동적인 성장 이야기로 완성되는 영화입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고, 믿음을 만들어내는 용기와 진심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 영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속 오즈의 세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새롭게 구성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인간적인 메시지와 감정을 잘 살려낸 이 영화는 아이와 어른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영화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갖고 있는 욕망, 허세, 그리고 불완전한 인간성을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결국에는 누구나 '진짜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