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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낙원 속 피어나는 감정과 감성의 깊이,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by 미잉이 2025. 10. 9.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는 2017년 개봉한 프랑스의 대규모 SF 블록버스터로, ‘제5원소’의 감독 뤽 베송(Luc Besson)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야심작입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전설적인 그래픽노블 <발레리안과 로렐린(Valérian et Laureline)>을 원작으로 하며, 1960년대부터 연재된 이 만화는 ‘스타워즈’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할리우드 SF 영화들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는 상상력을 극대화한 시각적 디자인과 독창적인 우주 세계관으로 주목받았으며, 루크 베송이 자신의 모든 창작적 역량을 쏟아부은 비주얼 아트의 결정체로 평가됩니다. 주연은 데인 드한(Dane DeHaan)과 카라 델레바인(Cara Delevingne)이 맡았으며, 이 외에도 클라이브 오웬, 리한나, 이선 호크 등이 출연하여 독특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완성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우주 오락물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 사랑, 그리고 용서의 메시지를 담은 철학적 SF로서의 면모도 가지고 있습니다.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동안 펼쳐지는 압도적인 시각효과는 관객에게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체험을 선사하며, 특히 루크 베송 특유의 감성적 상상력이 곳곳에서 빛을 발합니다.

 

인류의 탐욕 속에서 피어난 마지막 낙원,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줄거리

28세기의 미래, 인류는 우주 전역의 다양한 외계 종족과 평화로운 교류를 이어가며, 그들의 기술을 바탕으로 초거대 우주도시 ‘알파(Alpha)’, 일명 천 개 행성의 도시를 건설합니다. 알파는 수많은 문명과 종족이 공존하는 상징적 장소이자, 은하계 지식과 문명의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그 평화의 중심에서 정체불명의 에너지 신호가 탐지되며, 알파 내부의 한 구역이 위험 지역으로 지정됩니다.

은하 연방의 요원 발레리안(데인 드한)과 그의 파트너 로렐린(카라 델레바인)은 이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두 사람은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서로 끊임없이 티격태격하지만, 동시에 묘한 감정을 쌓아가며 강한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임무의 시작은 거대한 인터디멘션 시장 ‘빅 마켓’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은 현실 세계와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발레리안과 로렐린은 외계 종족에게서 중요한 유물 ‘컨버터’를 회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유물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한때 평화로운 행성 뮬(Mül)의 생태계를 지탱하던 생명체였습니다.

뮬 행성은 과거 은하 전쟁 중 인간의 무기 실험으로 인해 완전히 소멸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행성의 생존자 일부는 비밀리에 살아남아, 자신들의 고향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발레리안은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오해하지만, 점차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면서 인류의 책임과 죄를 깨닫게 됩니다.

로렐린과 함께 진실을 파헤치던 그는, 알파 내부의 부패한 사령관 필립스(클라이브 오웬)가 뮬의 파괴를 은폐하기 위해 거짓 보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령관은 자신의 명예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무고한 종족을 희생시켰고, 발레리안과 로렐린은 이에 맞서 정의를 선택합니다.

영화의 후반부, 뮬의 생존자들은 인간의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자신들의 낙원을 복원하려 합니다. 발레리안은 처음에는 명령을 따르는 군인으로서 행동했지만, 로렐린의 신념과 사랑을 통해 결국 인간다운 결정을 내립니다. 그는 뮬의 생존자들에게 그들의 유물을 돌려주고, 사령관의 죄를 세상에 드러내며 평화를 회복시킵니다.

인간과 외계,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감정,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발레리안(데인 드한)은 은하 연방의 특수 요원으로, 냉철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충동적인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임무 중심적인 군인으로 시작하지만, 로렐린과의 관계를 통해 점차 인간적인 감정을 배우게 되며, 결국 정의와 사랑 사이에서 성숙한 결단을 내리는 인물로 성장합니다.

로렐린(카라 델레바인)은 발레리안의 파트너이자 동등한 능력을 지닌 요원으로, 뛰어난 판단력과 도덕적 신념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녀는 발레리안에게 언제나 냉철한 조언을 건네며, 임무보다 더 큰 가치인 ‘양심’을 지켜내려 노력합니다. 그녀의 존재는 발레리안이 변화하도록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필립스 사령관(클라이브 오웬)은 알파의 군사 지도자로서, 자신의 과거 실수를 숨기기 위해 뮬 행성의 비극을 조작한 인물입니다. 그는 권력과 책임의 갈림길에서 결국 타락한 인간의 상징으로 그려집니다.

버블(리한나)은 변신 능력을 가진 외계인 엔터테이너로,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가장 감정적인 장면을 선사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예술적 퍼포먼스와 슬픈 내면을 통해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오버론 장관(이선 호크)은 알파 내부의 정보 중개인으로, 혼돈의 세계에서 생존하는 현명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의 존재는 영화의 유머와 긴장감을 동시에 완화시킵니다.

시각의 향연, 감성의 깊이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압도적인 비주얼입니다. 루크 베송은 프랑스 특유의 예술적 감각과 기술적 정교함을 결합하여, 그 어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우주를 창조했습니다. 알파의 구조, 외계 종족의 디자인, 빅 마켓의 차원 이동 시퀀스 등은 마치 한 편의 미술 전시를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또한 이 영화는 단순한 시각적 향연을 넘어 ‘인류의 오만과 용서의 가능성’을 그려냅니다. 뮬의 비극은 인간의 탐욕이 부른 결과이며, 발레리안과 로렐린의 선택은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루크 베송은 화려한 CG 속에서도 인간성과 감정의 본질을 잊지 않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데인 드한은 냉소적이지만 내면의 불안을 품은 요원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카라 델레바인은 지적이고 당당한 여성 캐릭터로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또한 리한나의 감성적인 연기는 영화의 리듬을 잠시 멈추게 할 만큼 인상적이며, 그녀의 장면은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감독의 메시지를 담은 핵심적인 순간입니다.

음악 또한 영화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Alexandre Desplat)의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화면의 스펙터클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우주 속의 감정선을 한층 풍부하게 만듭니다.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는 단순한 SF 블록버스터를 넘어, 감성과 철학, 그리고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우주 서사시입니다. 영화는 때로는 복잡하고 장황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루크 베송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것은 “문명과 기술의 진보가 진정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발레리안과 로렐린의 여정은 단순한 임무 수행이 아니라, 인간성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사랑과 신념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를 구하고, 동시에 진정한 평화를 찾아냅니다. 루크 베송은 이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우리가 만든 세계가 정말 아름다운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발레리안'은 상업성과 예술성이 만나는 경계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영화입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감히 도전적이고 시각적으로 풍성한 작품입니다. 보는 동안 현실을 잊고 다른 차원의 세계로 여행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 그것이 바로 루크 베송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천 개 행성의 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