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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기차 속 상상과 진실 사이 그리고 기억과 진실의 퍼즐, 영화 '걸 온 더 트레인'

by 미잉이 2025. 7. 12.

2017년 국내 개봉한 영화 '걸 온 더 트레인(The Girl on the Train)'은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폴라 호킨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심리 스릴러입니다. 감독은 테이트 테일러(Tate Taylor)이며, 주연은 에밀리 블런트, 그리고 헤일리 베넷, 레베카 퍼거슨, 저스틴 서룩스 등이 함께 출연하여 인물 중심의 촘촘한 감정 연기와 복잡한 서사를 긴장감 있게 풀어냅니다.

이 영화는 기억과 감정,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여성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가는 심리극으로, 표면적으로는 실종 사건을 다루는 스릴러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의 상실감, 집착, 자아붕괴, 그리고 사회의 편견이라는 깊은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매일 같은 기차, 매일 같은 창밖, 어느 날 그녀가 사라졌다, 영화 '걸 온 더 트레인' 줄거리

주인공 레이첼 왓슨(에밀리 블런트)은 남편과 이혼한 뒤, 뉴욕 외곽의 한 도시에서 매일 기차를 타고 도시를 오가는 삶을 반복합니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 상태로 힘겹게 살아가며, 이전의 삶에 대한 집착과 상실감 속에서 현실 감각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인물입니다. 특히 그녀는 기차를 타고 지나가는 집들을 바라보며, 한 커플의 삶을 상상합니다. 그녀가 매일 기차에서 지켜보는 커플은 메건(헤일리 베넷)과 그녀의 남편 스콧(루크 에반스)입니다. 레이첼은 그들을 보며, ‘행복한 부부’라는 판타지를 만들고, 그 모습에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창밖으로 메건이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그 순간 레이첼의 상상은 무너지고 분노와 혼란에 휩싸입니다. 그 직후, 메건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레이첼은 갑작스럽게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그녀는 전 남편 톰(저스틴 서룩스)의 새 아내 애나(레베카 퍼거슨)가 메건과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과, 실종 당일 자신이 근처에 있었지만 기억이 없다는 점으로 인해 점점 의심을 받게 됩니다.

술에 취해 기억이 흐릿한 상태였던 레이첼은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고, 경찰과 주변 인물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조각을 맞추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메건과 스콧의 관계도, 애나와 톰의 결혼도, 그리고 톰과 레이첼의 과거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충격적인 진실입니다. 메건은 비밀스러운 과거를 지닌 인물이었고, 톰은 레이첼과의 결혼 당시부터 조종과 폭력, 거짓말로 관계를 통제하던 인물이었습니다. 결국 사건의 실체는 레이첼의 트라우마와 기억을 직면하면서 밝혀지며, 그녀는 자신을 무너뜨린 사람을 향한 마지막 반격을 선택하게 됩니다.

기억과 현실, 상상과 진실 사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

레이첼 왓슨(에밀리 블런트)은 한때 사랑했던 남편과의 이혼 후 삶이 무너진 여성으로,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며 매일 기차를 타고 이전의 삶을 바라보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현실 도피와 자책, 상실감 속에서 환상과 진실을 혼동하며, 관객에게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의 시점을 제공합니다. 에밀리 블런트는 흐트러진 감정과 내면의 공허함, 분노와 슬픔을 모두 세밀하게 연기하며, 복잡하고 불안정한 주인공을 깊이 있는 캐릭터로 완성합니다.

메건 힙웰(헤일리 베넷)은 겉으로는 아름답고 자유로운 여성처럼 보이지만, 과거의 트라우마와 상실, 혼란 속에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고,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 채 방황하다, 결국 사건의 중심에 휘말리게 됩니다.

애나 왓슨(레베카 퍼거슨)은 레이첼의 전 남편 톰과 결혼해 딸을 낳고 살아가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처음에는 레이첼을 병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지만, 점차 톰의 실체를 마주하면서 혼란을 겪습니다. 애나는 현실을 유지하려 하지만, 진실과 직면하면서 이전의 삶에 의문을 품게 되는 복잡한 감정선을 보여줍니다.

톰 왓슨(저스틴 서룩스)은 레이첼의 전 남편이자 애나의 현재 남편으로, 처음에는 다정한 사람처럼 묘사되지만, 점차 그의 조작적이고 폭력적인 본성이 드러나면서 영화의 숨겨진 핵심 인물로 부상합니다. 그는 여러 인물에게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해 왔고, 레이첼을 오랫동안 조종하며 정신적으로 파괴해 온 인물로 밝혀집니다.

여성 시점 심리 스릴러의 정수, 기억과 진실의 퍼즐 맞추기

'걸 온 더 트레인'은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가’를 쫓는 추리극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기억이 흐릿한 여성의 시점을 통해, 우리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인간 심리의 허점을 섬세하게 파고드는 심리극입니다.

첫째, 비신뢰적 시점으로 구성된 내러티브가 영화의 긴장감을 이끌어냅니다. 레이첼은 자신의 기억조차 믿을 수 없고, 술에 취해 본 것과 상상 속 이미지가 뒤섞이기 때문에, 관객은 그녀와 함께 혼돈의 퍼즐을 조각내어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에 몰입하게 됩니다.

둘째,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가 영화의 중심축입니다. 그녀는 외면적으로는 피폐하고, 내면적으로는 무너져 있는 인물을 극도로 현실적으로 연기하며, 영화의 정서적 깊이를 끌어올립니다. 관객은 레이첼을 불편해하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상처와 분노에 공감하게 됩니다.

셋째, 여성 중심의 스릴러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레이첼, 메건, 애나 세 여성이 겪는 상실과 트라우마, 사회의 편견과 조작은 여성의 서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미스터리 스릴러로서 드문 구조입니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와 방관자 사이의 관계가 뒤바뀌는 전개는 관객에게 도덕적 딜레마와 현실적인 공포를 함께 제공합니다.

넷째, 원작 소설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영화만의 시각적 긴장과 연출이 돋보입니다. 기차라는 이동 수단을 활용한 창밖 시점, 과거와 현재의 교차 편집,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는 음악과 색채는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며, 심리적 밀도를 시각적으로도 효과적으로 표현합니다.

 

 

'걸 온 더 트레인'은 개인의 기억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자신의 환상에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줍니다. 레이첼은 자신의 기억과 싸우며, 동시에 과거의 감정에서 벗어나야만 진실을 볼 수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결국 진짜 자신을 회복하는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걸 온 더 트레인'은 불완전한 기억과 그 기억에 사로잡힌 인간의 심리를 집요하게 탐구하는 동시에, 여성의 상실, 분노, 회복이라는 주제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심리 스릴러의 수작입니다. 심리적인 깊이와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강렬한 감정의 흐름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는 단연코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