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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을 향한 다섯 군대의 충돌 속 빛나는 각자의 용기와 감정의 결말, 영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

by 미잉이 2025. 6. 11.

'호빗: 다섯 군대 전투(The Hobbit: The Battle of the Five Armies, 2014)'는 피터 잭슨 감독이 연출한 ‘호빗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J.R.R. 톨킨의 소설 <호빗>을 기반으로 한 영화 시리즈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에피소드입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 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드워프들의 고향 에레보르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권력, 보물, 복수, 정의의 충돌이 중심축이 됩니다. 이번 작품은 전작 '스마우그의 폐허'의 이어지는 부분으로, 드래곤 스마우그의 최후와 함께 다섯 개의 종족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투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기존 3부작 중 가장 많은 액션이 집중된 파이널 에피소드로, 드라마적 깊이보다는 전쟁 서사와 감정의 결말, 캐릭터들의 선택에 초점을 맞추고 전개됩니다. 드워프, 엘프, 인간, 오크, 독수리라는 다섯 세력의 충돌은 물리적인 전투를 넘어, 각자 내면의 갈등과 집단적 욕망이 맞물린 정치적 서사로 확장되며,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톨킨 세계관의 철학이 짙게 녹아 있습니다.

 

용의 죽음 이후, 보물을 향한 다섯 군대의 충돌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전작에서 드래곤 스마우그가 분노한 채 에레보르를 떠나 인간들의 마을 에스가로스로 날아가는 장면에서 곧바로 이어집니다. 스마우그(베네딕트 컴버배치 )는 불을 내뿜으며 도시를 불태우고,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하지만 마을의 궁수 바르드(루크 에반스)는 전설 속 검은 화살로 스마우그를 맞추며 마침내 드래곤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합니다.

스마우그의 죽음은 곧 에레보르에 남겨진 엄청난 보물의 소유권을 둘러싼 전쟁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고향을 되찾은 드워프의 왕 토린 오켄실드(리처드 아미티지)는 보물과 왕좌를 차지하게 되지만, 점차 ‘용의 병(Dragon sickness)’이라는 정신적 광기에 빠져들게 되고, 탐욕에 사로잡혀 동료들과의 신뢰마저 무너뜨리기 시작합니다. 그는 절대 군대를 철수하지 않으려 하고, 과거 맹세했던 협정도 무시한 채 고립된 상태로 요새를 봉쇄하며 외부의 접근을 막습니다.

한편, 드워프의 보물을 일부 요구했던 에스가로스의 생존자들은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엘프 군대와 함께 에레보르로 향합니다. 엘프의 왕 스란두일(리 페이스)은 자신의 유산인 백옥 보석을 되찾기 위해, 인간과의 동맹으로 군대를 이끌고 전장에 도착합니다. 토린은 이들의 요청을 거부하며 전쟁을 불사하려 하고, 결국 양측은 대치하게 됩니다.

이때 진짜 위협은 북쪽에서 몰려오는 오크의 대군이었으며, 그 중심에는 사우론의 심복 아조그(매너 베넷)이 이끄는 잔혹한 세력이 있었습니다. 아조그는 에레보르를 함락하고 북부를 장악하려는 사우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자 하며, 이 거대한 충돌은 곧 다섯 군대의 전면전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가장 인간적인 시선을 지닌 호빗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는 전투를 막기 위해 혼자 행동에 나서고, 스란두일과 바르드에게 몰래 아르켄스톤(드워프 왕족의 상징 보석)을 넘기며 토린을 설득하려 하지만 실패합니다. 토린은 빌보를 배신자로 몰고 분노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내면의 갈등과 회복의 계기를 얻게 됩니다. 결국 토린은 마지막 순간에 이성을 되찾고, 자신의 탐욕을 뉘우치며 드워프 전사들과 함께 전장에 나섭니다.

전투는 거대하고 격렬하게 전개되며, 오크와 바르굴(늑대), 고블린과 거인 등 수많은 종족이 충돌하고, 후반에는 대독수리와 베오른의 참전으로 전세가 역전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토린과 그의 조카들 필리, 킬리는 오크의 수장 아조그와 싸우다 차례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특히 킬리와 엘프 타우리엘(에반젤린 릴리)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전쟁의 비극 속에서 상처로 남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빌보가 고향 샤이어로 돌아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며, 그의 여행이 단순한 모험이 아닌, 인간성과 우정, 정의와 용기의 여정이었음을 조용히 드러냅니다.

전쟁과 선택의 기로에서 빛나는 각자의 용기

빌보 배긴스(마틴 프리먼)는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관찰자이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무게가 실립니다. 빌보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따라 행동하며, 정의롭고 진실한 용기란 무엇인지 끝까지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토린 오켄실드(리처드 아미티지)는 드워프들의 왕으로 돌아왔지만, 권력과 보물에 대한 욕망으로 점차 광기에 사로잡히며 내면의 어둠과 싸우는 인물로 변모합니다. 결국에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전장에서 장렬히 싸우다 목숨을 잃으며 진정한 리더로서의 면모를 회복합니다.

바르드(루크 에반스)는 인간 군대를 이끄는 실질적인 지도자이자, 가족과 공동체를 위한 정의로운 리더입니다. 스마우그를 죽인 후에도 권력을 탐하지 않고, 백성을 지키기 위한 실용적인 판단을 계속해 나가는 인물입니다.

스란두일(리 페이스)은 엘프의 왕으로서 처음엔 냉철하고 이기적인 모습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드러나며 타인과 공감할 줄 아는 존재로 변화합니다. 타우리엘과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상실과 사랑의 의미를 다시 인식합니다.

타우리엘(에반젤린 릴리)은 원작에는 없던 영화 오리지널 캐릭터로, 킬리와의 관계를 통해 종족 간의 경계를 넘은 감정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명령보다 감정을 따라 행동하며,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적인 여성 캐릭터로 완성되었습니다.

대서사시의 정점에서 만나는 감정의 결말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그동안 축적해 온 서사를 감정적으로 완결 짓는 작품입니다. 거대한 전쟁 장면과 CG, 다이내믹한 액션 연출은 물론 볼거리지만, 이 영화가 진정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선택, 그리고 상실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에 있습니다.

용기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옳은 길을 택하는 것’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탐욕과 복수, 권력의 충돌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정의와 연대, 자기희생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영화입니다. 또한 오랜 톨킨 세계관의 팬들에게는 '반지의 제왕'으로 연결되는 시점에서의 감정적 여운을 남기며 시리즈 전체를 더욱 풍성하게 완성합니다.

 

 

'호빗: 다섯 군대 전투' 인간의 욕망과 오만, 그리고 그로 인한 비극과 치유를 동시에 담은 이야기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진짜 영웅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빌보처럼 조용하지만 올곧은 사람이 역사의 중심에 서게 되는 이유는, 그의 선택이 항상 타인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서 충분한 마무리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톨킨 세계관의 정수를 스크린에 가장 강렬하게 담아낸 피날레이자, 세대를 넘어 다시 꺼내 보고 싶은 가치와 교훈이 담긴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