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봉한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입니다. 팀 버튼 감독이 특유의 감각으로 연출을 맡아 어둡지만 매혹적인 세계관과 독창적인 캐릭터 디자인, 그리고 기묘한 아름다움을 스크린에 구현해 냈습니다. 각본은 제인 골드먼이 맡았고, 주인공 제이크 역에는 에이사 버터필드, 미스 페레그린 역에는 에바 그린, 그리고 강렬한 빌런인 배런 역에는 사무엘 L. 잭슨이 출연하여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다룬 초능력 이야기 그 이상으로, 시간 루프와 정체성, 가족애, 용기, 상실, 그리고 자기 수용에 대한 주제를 담아내며 관객에게 신비롭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팀 버튼 감독 특유의 고딕적이면서도 동화 같은 비주얼은 영화 전반에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내는 몰입감을 줍니다.
할아버지의 비밀을 따라 도착한 시간 속 섬, 그곳에서 진짜 ‘나’를 만나다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평범한 소년 제이크 포트먼(에이사 버터필드)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인 에이브 포트먼(테런스 스탬프)의 기묘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왔습니다. 할아버지는 그에게 보이지 않는 괴물, 공중에 떠 있는 소녀, 투명 인간, 불을 다루는 소년 등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 살던 시절의 기억을 이야기해 주었고, 제이크는 그것을 단순한 동화나 허풍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숲 속에서 의문의 괴물에게 살해당한 할아버지를 직접 목격한 제이크는 큰 충격을 받게 되고, 그의 말이 허구가 아닌 실제였음을 의심하게 됩니다.
할아버지가 남긴 단서를 따라 영국 웨일스의 외딴섬으로 떠난 제이크는, 1943년 9월 3일이라는 하루가 무한 반복되는 시간 루프 안에 존재하는 ‘이상한 아이들의 집’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곳은 미스 페레그린(에바 그린)이라는 보호자의 관리하에,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전쟁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숨어 살아가는 공간이었습니다. 공중에 뜨는 소녀 에마(엘라 퍼넬 분), 강한 힘을 지닌 브론윈, 식물을 조종하는 피오나, 투명인간 밀러드, 불을 다루는 올리브, 미래를 꿈꾸는 호레이스 등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가족처럼 함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제이크는 처음엔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의문을 품지만, 점점 자신 역시 ‘특이한 아이(Peculiar)’이며, 괴물을 볼 수 있는 능력자인 ‘할로우 게이스트 추적자’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이곳에 온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협하는 ‘배런(사무엘 L. 잭슨 분)’과 그의 하수인들이 루프 세계를 침략하려는 계획을 막기 위한 사명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배런과 그의 일행은 불사의 존재가 되기 위해 과거에 금기를 어긴 실험을 하다가 괴물로 변해버린 할로우 게이스트(Hollowgast)들이며,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제이크의 존재는 그들에게 위협이자 목표가 됩니다. 미스 페레그린이 납치되고 루프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제이크는 아이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간 루프를 넘나드는 싸움에 나서고, 결국에는 두려움과 혼란을 극복하고 진정한 리더이자 전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결국 아이들은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 배런과 할로우들을 물리치고, 제이크는 현실 세계로 돌아갔다가 다시 루프를 거슬러 돌아와 에마와 아이들을 찾아갑니다. 그렇게 제이크는 이상하다고 여겨졌던 능력과 삶이, 결국은 자신이 받아들여야 할 정체성이자 삶의 일부임을 인정하게 되고, 새로운 가족과 함께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특별함이 두려움이 아닌 힘이 되는 곳, 그들이 만들어낸 세계
제이크 포트먼(에이사 버터필드)은 영화의 주인공으로,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십 대 소년이지만, 괴물을 볼 수 있는 드문 능력을 지닌 특이한 존재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무 능력도 없는 무력한 존재라 여겼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며 자신이 가진 ‘다름’이 오히려 공동체를 지키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성장해 가는 인물입니다.
미스 페레그린(에바 그린)은 ‘임브린’이라는 시간 조절 능력을 가진 존재로, 루프를 유지하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날카롭고 지적인 모습과는 달리 아이들에겐 따뜻한 어머니 같은 존재이며, 위험 앞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리더이자 수호자입니다. 에바 그린의 미스터리하면서도 품위 있는 연기가 돋보이는 캐릭터입니다.
에마 블룸(엘라 퍼넬)은 공중에 떠오르는 능력을 지닌 소녀로, 발에는 납 신발을 신고 있어야 땅에 붙어 있을 수 있습니다. 과거 제이크의 할아버지와 가까웠으며, 이후 제이크에게 마음을 열고 그와 함께 성장하게 되는 감성적이고 의연한 캐릭터입니다.
배런(사무엘 L. 잭슨)은 할로우들을 이끄는 악당으로, 실험으로 인해 괴물이 되어버린 존재 중 유일하게 인간의 형상을 되찾은 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눈동자가 흰색이며, 사람의 눈을 먹고 불사를 추구하는 잔혹하고 이기적인 인물로, 사무엘 L. 잭슨 특유의 위트와 공포가 절묘하게 섞인 빌런 연기가 인상 깊습니다.
아이들(브론윈, 밀러드, 피오나, 올리브 등)은 저마다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능력으로 우열을 나누지 않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협력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존재들입니다. 이들은 제이크에게 ‘다르다는 것’이 결코 약점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
팀 버튼의 감성으로 재해석된 진정한 다름의 의미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단순히 판타지 요소와 초능력을 나열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은 바로 ‘다름’을 포용하는 이야기 구조와, ‘가족이란 함께 있어줄 사람들’이라는 메시지에 있습니다. 사회 속에서 흔히 ‘이상하다’고 치부되는 것들이, 서로 모이면 서로를 지켜주는 힘이 된다는 설정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감독 팀 버튼은 이 이야기를 어둡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냈으며,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시각적 연출, 독창적인 캐릭터 디자인, 그리고 복고적 감성을 담은 미술과 음악을 통해 마치 괴짜들을 위한 동화 한 편을 스크린에 펼쳐낸 듯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특히 시간이 반복되는 루프 구조, 괴물과 인간의 구분이 모호한 적, 가족과 이별의 슬픔 같은 다층적 주제는 판타지 외피 안에 철학적인 고민을 숨겨두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오래도록 여운을 남깁니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단지 괴물과의 전투나 판타지 세계의 모험에 집중한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다름을 인정받고 싶었던 소년이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마침내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되는 성장의 이야기입니다. 괴짜, 이상한 아이, 특이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특별함과 가능성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진정한 가족은 혈연이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이고 지켜주는 이들이라는 정의를 새롭게 제시합니다.
이 영화는 팀 버튼 특유의 감수성과 철학이 담긴 세계관을 바탕으로, 판타지를 통해 현실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CG나 눈에 띄는 액션보다, 사람의 내면을 건드리는 감정과 메시지를 통해 마음속 깊은 울림을 선사하며, 모두가 어느 시점엔 ‘특이한 아이’였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