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헤인즈 감독의 ‘원더스트럭(Wonderstruck, 2018)’은 브라이언 셀즈닉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서로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아이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풀어내는 특별한 성장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는 1927년과 1977년, 50년이라는 시간을 가로지르는 두 아이의 여정을 통해 가족, 정체성, 그리고 세상과의 연결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무성영화의 시대와 뉴욕의 변화무쌍한 풍경이 대비되면서, 관객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영화적 체험을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시각적 언어와 사운드를 절묘하게 활용하여 관객을 몰입시키며, 무엇보다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보편적인 주제를 따뜻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두 시대의 평행한 여정, 영화 '원더스트럭'의 줄거리
영화는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전개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1927년 뉴저지에 사는 청각장애 소녀 로즈의 여정입니다. 로즈는 엄격하고 무심한 아버지 밑에서 외롭게 살아가다가, 자신이 동경하는 무성영화배우 릴리언 메이휴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납니다. 무성영화가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과도기 속에서, 로즈는 자신이 세상에서 어디에 속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혼자만의 모험을 이어갑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흑백 무성영화의 형식으로 표현되어, 시각적으로 독특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1977년 미네소타에서 시작됩니다. 벤이라는 소년은 엄마와 단둘이 살며 아버지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자라왔습니다. 어느 날 벼락을 맞아 청력을 잃은 벤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단서를 발견합니다. 그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혼자 뉴욕으로 떠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성장합니다. 벤의 이야기는 컬러 화면과 70년대의 음악으로 가득 차 있어, 로즈의 흑백 화면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영화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합니다.
이 두 이야기는 처음에는 독립적으로 진행되지만, 결국 하나의 지점에서 만납니다. 로즈와 벤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면서, 관객은 두 인물이 혈연과 세대를 뛰어넘어 어떤 특별한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고, 영화는 그 순간에 깊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서로 다른 길, 하나의 연결,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로즈(밀리센트 시먼즈)는 청각장애를 가진 소녀로, 소외된 삶 속에서도 자신이 꿈꾸는 세계를 찾아 나아가는 강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동경하는 배우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자 하지만, 동시에 자기만의 자리를 찾아가야 하는 운명과 마주합니다.
벤(오크스 페글리)은 아버지의 존재를 알고 싶어 하는 소년으로, 벼락 사고로 청력을 잃은 뒤에도 굴하지 않고 답을 찾아가는 모험심을 보여줍니다. 그는 고독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힘을 발휘합니다.
릴리언 메이휴(줄리언 무어)는 로즈가 동경하는 무성영화배우로, 로즈에게는 우상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매개체 같은 존재입니다. 그녀의 등장은 로즈의 인생에 큰 변화를 일으키며, 이야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됩니다.
제이미(젭 스미스)는 뉴욕에서 벤이 만나는 소년으로, 벤의 여정에 동행하며 그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그의 존재는 벤이 고립된 세상 속에서도 인간적인 연결을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시각과 청각을 넘나드는 감각적 체험
첫째,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두 개의 시대를 교차하며 전개되는 독창적인 구조입니다. 1927년의 이야기는 무성영화의 형식을 빌려 표현되어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실험적이며, 1977년의 이야기는 컬러와 음악을 통해 활기차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대비는 단순히 형식적인 장치가 아니라, 시대와 인물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연출입니다.
둘째, 로즈와 벤 두 아이가 겪는 여정은 단순히 누군가를 찾는 탐색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담이라는 점에서 보편적인 울림을 줍니다. 관객은 두 아이의 외로움, 갈망, 그리고 발견의 순간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하게 됩니다.
셋째, 영화는 가족과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고도 감각적으로 다룹니다. 부모와 자식, 세대와 세대 사이의 연결은 단순히 피로 이어진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주는 기억과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넷째, 청각장애라는 소재를 중심에 둔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집니다. 영화는 이를 동정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고, 오히려 주체적인 인물로 묘사하여 강한 울림을 줍니다.
다섯째, 줄리언 무어와 밀리센트 시먼즈의 연기는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킵니다. 특히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인 밀리센트 시먼즈의 섬세한 연기는 현실감을 높이고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원더스트럭(2018)’은 단순히 두 시대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체성과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 성장 영화입니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외로움을 겪던 아이들이 결국 연결되며, 그 안에서 자신이 어디에 속하고 누구와 함께할 수 있는지를 발견하는 과정은 깊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영화는 비주얼적인 아름다움과 섬세한 연출을 통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동시에 마음 깊은 곳에 오래 남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원더스트럭’은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성장담이자,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인간적 연결에 대한 아름다운 찬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