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to 7’은 빅터 레빈 감독이 연출한 로맨스 드라마로, 뉴욕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랑의 규칙 속에서 만난 남녀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영화 제목인 ‘5 to 7’은 프랑스 문화권에서 기혼자가 연인과 만나는 시간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주인공들의 관계가 시간이라는 한계 안에서만 허락된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영화는 사랑의 열정과 그 이면에 깃든 현실의 벽을 동시에 담아내며, 관객에게 사랑과 선택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오후 두 시간에만 존재하는 사랑, 영화 '5 to 7'의 줄거리
뉴욕에서 작가를 꿈꾸는 젊은 남성 브라이언(안톤 옐친)은 어느 날 거리에서 매혹적인 프랑스 여성 아리엘(베레니스 마를로에)을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짧은 대화 속에서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 두 사람은 다음 약속을 잡지만, 아리엘은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에만 만날 수 있다고 조건을 제시합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 조건은 곧 그녀가 이미 결혼한 상태이며, 남편 발레리(램버트 윌슨)와는 서로 자유로운 연애를 허용하는 ‘프랑스식 결혼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로 설명됩니다. 브라이언은 당황하지만, 그녀의 매력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특별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 관계를 받아들입니다.
두 사람은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나, 뉴욕의 거리와 카페, 호텔 방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감정을 쌓아갑니다. 그러나 관계가 깊어질수록 브라이언은 한정된 시간과 경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사랑에 점점 힘들어합니다. 그는 아리엘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지만, 그녀는 가족과 아이를 떠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결국 브라이언은 사랑과 자존심, 미래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그들의 관계는 오후 5시에서 7시라는 짧은 시간 동안 불타올랐지만, 영원히 지속되기에는 현실의 장벽이 너무 높았습니다. 영화는 이별 후에도 서로의 삶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게 되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리며, 사랑의 아름다움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서로 다른 세계의 연인들,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브라이언 블룸(안톤 옐친)은 뉴욕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작가로,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성격을 지녔습니다. 그는 아리엘과의 만남을 통해 사랑의 강렬함을 처음 경험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제한적일 수 있는지를 배웁니다.
아리엘(베레니스 마를로에)은 세련되고 지적인 프랑스 여성으로, 가정과 연인을 모두 지키며 사는 복잡한 삶을 선택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브라이언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면서도, 삶의 균형을 깨뜨릴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발레리(램버트 윌슨)는 아리엘의 남편으로, 아내의 연애를 묵인하는 관대한 성격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아리엘과의 결혼이라는 틀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제인(올리비아 털비)은 브라이언의 친구이자 조언자로, 그의 혼란과 감정을 지켜보며 현실적인 시각을 제공합니다.
시간 속에서 피어난 로맨스
첫째, 영화는 ‘5 to 7’이라는 독특한 관계의 설정을 통해 사랑의 한계와 조건을 신선하게 풀어냅니다. 둘째, 뉴욕과 프랑스 문화의 대비를 세련된 대사와 감각적인 영상미로 표현하며, 사랑 이야기에 깊이를 더합니다. 셋째, 안톤 옐친과 베레니스 마를로에의 연기는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며, 특히 감정의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중반부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넷째, 영화 속 음악과 촬영 기법은 로맨틱한 분위기와 쓸쓸한 여운을 동시에 자아내며,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만듭니다. 다섯째,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5 to 7’은 사랑이 항상 영원하거나 완전할 수 없다는 현실을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브라이언과 아리엘의 관계는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존재했지만, 그 속에서 느낀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사랑의 아름다움이 반드시 그 지속성에 달려 있지 않으며, 짧아도 진실했던 순간들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전합니다. 결국, 이 작품은 사랑의 경계와 한계,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만드는, 여운이 긴 로맨스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