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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속으로 뛰어든 소녀와 상처와 용기를 품은 이들이 전하는 시간의 교훈, 영화 '거울나라의 앨리스'

by 미잉이 2025. 6. 7.

2016년 개봉한 '거울나라의 앨리스(Alice Through the Looking Glass)'2010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이자 루이스 캐럴의 동화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다크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입니다. 팀 버튼이 이번에는 제작자로 참여하고, 감독은 '더 뮤펫츠'로 이름을 알린 제임스 보빈이 맡았으며, 전편에 이어 미아 와시코브스카,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앤 해서웨이 등 주요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해 강렬한 판타지 세계를 이어갑니다.

이번 작품은 앨리스가 우연히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의 이야기를 중심에 두며, 전작의 비주얼 판타지를 확장시켜 보다 스펙터클 하고 감성적인 이야기로 진화합니다. 단순한 동화적 요소에서 벗어나, 기억, 후회, 용서, 가족애 같은 인간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특히 시간이라는 개념을 ‘존재하는 인격체’로 형상화해 신선한 판타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시간 속으로 뛰어든 소녀, 진실을 찾기 위한 거울 너머의 여정

앨리스 킹슬레이(미아 와시코브스카)는 선장이 되어 세계를 항해하며 용감한 항해사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녹록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온 앨리스는 선박과 관련된 계약 문제와 가족의 유산을 둘러싼 분쟁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녀는 억압적인 현실 속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중, 어느 날 다시 마주하게 된 ‘거울’을 통해 ‘언더랜드(Underland)’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앨리스는 오랜 친구 매드 해터(조니 뎁 분)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해터는 오래전 가족을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자신이 어릴 적 가족과 함께한 기억을 계속 되뇌며 정신적으로 무너져 가고 있었습니다. 앨리스는 그가 믿는 가족이 여전히 살아 있을 가능성을 믿고, 그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시간(Time, 사차 바론 코헨)이라는 존재가 지키는 시간의 성으로 향하게 됩니다.

시간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인간의 얼굴과 마음을 가진 존재로 묘사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갈 수 있는 ‘크로노스피어’라는 장치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앨리스는 크로노스피어를 훔쳐 과거로 향하고, 해터 가족의 실종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며 언더랜드의 과거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해터와 붉은 여왕, 흰 여왕의 어린 시절까지 목격하게 되며, 한 사람의 과거가 현재를 어떻게 형성했는지에 대한 단서를 하나씩 찾아가게 됩니다.

특히 붉은 여왕 이라세베스(헬레나 본햄 카터)의 성격이 왜 그렇게 변하게 되었는지, 그녀와 여동생 미라나(앤 해서웨이)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면서, 앨리스는 이 모든 것이 오해와 상처, 그리고 시간 속에서 회복되지 못한 감정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그 과거의 순간들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시간이라는 존재는 그녀에게 말합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교훈을 얻을 수는 있다.”

결국 앨리스는 해터 가족이 살아있다는 진실을 밝혀내고, 해터는 감정을 회복합니다. 앨리스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 현실에서도 자기 삶의 방향을 잃지 않고 용기 있게 선택하며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 여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기억을 통해 진실을 직면하고, 용서를 통해 과거를 수용하는 시간의 여행이었습니다.

거울 너머의 세계, 상처와 용기를 품은 이들

앨리스 킹슬레이(미아 와시코브스카)는 전작보다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주인공입니다. 모험심과 독립심이 강하며, 현실의 억압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으려는 의지를 지녔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단순히 환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소녀가 아닌, 과거의 진실과 마주하며 내면의 성장과 책임을 배우는 인물로 진화합니다.

매드 해터(조니 뎁)는 특유의 괴짜 같은 행동과 따뜻한 감성으로 전작에 이어 중심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는 유쾌하면서도 깊은 상처를 지닌 존재로,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로 인해 점점 정신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앨리스의 여행을 이끄는 감정적 원동력이 됩니다. 조니 뎁은 이번에도 독특한 색채로 해터의 복잡한 내면을 훌륭히 표현해 냅니다.

이라세베스(헬레나 본햄 카터)는 여전히 거대한 머리와 짜증 섞인 명령을 내리는 붉은 여왕으로 등장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녀의 어린 시절과 성격이 변하게 된 계기, 그리고 여동생과의 갈등이 다뤄지며 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권력과 복수심의 상징이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상처받은 존재로서의 서사가 부각됩니다.

미라나(앤 해서웨이)는 흰 여왕으로, 차분하고 우아한 성격이지만 과거의 작은 거짓말이 불러온 큰 결과에 대해 무거운 죄책감을 지닌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과거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동생과의 갈등을 용서로 풀기 위해 노력합니다.

시간(Time, 사차 바론 코헨)은 이번 작품의 새로운 캐릭터이자 사실상 핵심 인물입니다. 그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인격화한 존재로, 엄격하고 냉소적인 태도 속에서도 관용과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는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앨리스에게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배울 수 있다”라고 말하는 그의 대사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화려한 비주얼과 함께 마음을 울리는 시간의 교훈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단순한 판타지 모험을 넘어선 감성적인 여정입니다. 무엇보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인격화하고, 과거의 기억과 상처를 통해 현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서사적 구조는 전작보다 더욱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면서도, 단순히 사건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아닌 과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성숙해지는 앨리스의 변화를 중심으로 한 전개는 인상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또한 CG와 미술, 색채 연출의 수준은 디즈니다운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마치 그림책을 펼친 듯한 색감과 환상적인 공간, 몽환적인 캐릭터 디자인은 어른에게는 동화적인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의 확장을 선사하는 비주얼적 즐거움을 줍니다.

음악 또한 영화의 감정선을 보완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니 엘프먼의 사운드트랙은 앨리스의 여정을 따라가며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비장하게 분위기를 조성하며 극의 감정 몰입을 돕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영화가 끝날 무렵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입니다. "나는 과거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성장했는가?"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돌아보고 싶어 했던 과거의 순간, 그 속에 숨겨진 진실과 용서, 그리고 성장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앨리스가 경험하는 시간 여행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환상이 아니라, 지금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용기와 성찰의 여정이었습니다.

현실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앨리스,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해터, 상처를 품은 자매의 이야기까지. 이 모든 캐릭터는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으며, 영화는 환상적인 세계를 통해 우리에게 가족, 용서, 용기의 가치를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화려한 색채와 스펙터클, 그리고 감성적인 메시지를 조화롭게 담아낸 이 작품은 단지 속편 그 이상으로 자아 성찰과 회복의 의미를 담은 진정한 판타지 영화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