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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이름은 칸'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국적과 종교를 뛰어넘어 세상과 맞선 사람들

by 미잉이 2025. 6. 1.

2010년에 개봉한 인도 영화 '내 이름은 칸(My Name Is Khan)'은 종교, 인종, 장애, 테러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이 겪는 상처와 회복, 그리고 ‘사랑’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를 담아낸 감동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는 샤룩 칸과 카졸이라는 인도 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의 재회로도 큰 화제를 모았으며, 인도는 물론 세계 여러 국가에서 극찬과 흥행을 동시에 거둔 작품입니다.

감독 카란 조하르(Karan Johar)는 기존의 인도 상업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댄스나 로맨틱한 요소를 절제하고, 대신 진지하고 섬세한 서사를 통해 미국 사회의 이슬람 혐오와 차별,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한 남성의 순수한 사랑과 믿음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영화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스퍼거 증후군)를 가진 한 무슬림 남성의 여정을 통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인간의 용기와 진정한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류애와 관용, 이해를 말하는 이 영화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 이름은 칸,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주인공 리즈반 칸(샤룩 칸)은 인도의 뭄바이 출신 무슬림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뛰어난 기억력과 공감 능력, 그리고 도덕적 순수함을 지닌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사랑 속에서 ‘선한 행동’을 최우선 가치로 배우며 자랐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이복동생의 부름을 받고 이민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낯선 땅, 새로운 문화 속에서 리즈반은 다양한 편견과 마주하지만, 그의 순수한 태도는 이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러던 중 그는 미용실에서 일하는 힌두교 여성 만디라(카졸)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종교를 초월한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됩니다. 만디라에겐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샘’이 있었고, 리즈반은 그를 진심으로 아끼며 좋은 아버지로서의 역할도 다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 전반에 무슬림에 대한 극심한 편견과 증오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평화로운 삶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샘이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게 되고, 만디라는 깊은 슬픔과 분노 속에 리즈반에게 “너 때문에 샘이 죽었다”라고 말하며 그를 떠납니다.

그녀의 절규 속에 담긴 진심을 이해한 리즈반은,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전국을 돌며 미국 대통령에게 ‘내 이름은 칸,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라는 말을 전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자신이 테러리스트가 아님을 증명하고, 그녀에게 다시 돌아가는 것. 그는 수많은 도시를 다니며 사람들과 만나고, 때로는 체포되고, 때로는 오해를 받고, 어떤 때는 따뜻한 도움을 받기도 하며 점점 미국 사회에 깊숙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마을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자신의 순수한 진심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결국 그는 TV에 출연하며 대중 앞에서 “나는 칸이고,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라는 말을 전하게 되고, 그 순수한 외침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줍니다.

마침내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되고, 그 메시지가 진심으로 전해졌다는 사실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만디라도 다시 리즈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둘은 다시 만나 서로를 끌어안으며, 편견과 상처를 넘어선 사랑과 용서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신념과 사랑으로 세상과 맞선 사람들

리즈반 칸(샤룩 칸)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무슬림 남성으로, 감정 표현에 서툴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도덕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선함’과 ‘진실’이라는 가치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을 향한 차별에도 분노보다는 이해와 행동으로 맞섭니다. 샤룩 칸은 말투, 눈빛, 몸짓 하나하나에 섬세함을 담아내며, 리즈반이라는 인물의 진정성과 따뜻함을 완벽하게 표현합니다.

만디라(카졸)는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으로, 리즈반과 사랑에 빠지고 가족을 이루지만, 아들의 죽음 앞에서 절망에 빠지는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그녀는 감정적으로 흔들리면서도, 끝내 리즈반의 진심을 이해하며 변화합니다. 카졸은 이 역할을 통해 사랑과 분노, 슬픔과 회복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입체적으로 연기합니다.

자키르(지미 셰르길)는 리즈반의 동생으로, 미국에서 성공한 이민자지만 형과의 관계에서는 거리감을 두고 있으며, 사회적 성공과 인간적 연대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마 제니(스티븐 프라이어 분), 조엘 부부, 기자 라디카 등 조연 인물들 또한 리즈반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편견을 깨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의 주제를 다층적으로 보완합니다.

진심은 국적과 종교를 뛰어넘는다

'내 이름은 칸'은 단순히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는 무슬림, 힌두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와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차이’는 있지만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집니다. 특히 9.11 이후 미국 사회에서 무슬림이 겪은 고통과 오해를 리즈반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우리가 얼마나 쉽게 타인을 규정하고, 잘못된 믿음을 정당화하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을 유도합니다.

또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희화화’되지 않고, 오히려 그의 시선이 세상을 얼마나 정확히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방식도 주목할 만합니다. 리즈반은 결코 피해자도, 영웅도 아닌, 그저 자신의 방식을 믿고 실천하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모든 관객에게 ‘나도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줍니다.

더불어 음악과 영상미도 인상적입니다. 인도영화 특유의 음악적 정서가 과하게 삽입되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파고를 정교하게 따라가고, 곳곳에서 절묘한 배경음악이 몰입을 돕습니다. 또한 미국과 인도의 도시를 오가는 풍경은 문화의 충돌과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장치로 작용합니다.

 

 

'내 이름은 칸'은 장애, 종교, 인종, 국가, 편견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단 하나의 말로 정리합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리즈반은 자신을 정의하기 위해 이렇게 말합니다. “내 이름은 칸,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이 한 문장에는 세상의 수많은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고자 했던 한 사람의 진심이 담겨 있고, 그 진심은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의 시선을 조금씩 바꾸어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감동적인 실화’를 넘어서,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혐오와 분열의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하며, 우리도 리즈반처럼 누군가에게, 혹은 우리 자신에게 진심을 말할 용기가 있는지 질문하게 만듭니다. 보고 나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고, 누군가를 더 이해하고 싶어지는 이 영화는, 언제 봐도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와 의미를 지닌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