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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파더' 줄거리, 등장인물, 추천 포인트

by 미잉이 2025. 5. 1.

'더 파더(The Father)'2020년 개봉한 영국·프랑스 합작 드라마 영화로, 배우이자 감독인 플로리안 젤러(Florian Zeller)가 자신의 동명 연극을 바탕으로 연출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치매를 겪는 한 노인의 내면세계를 관객이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독특한 시점과 서사구조를 통해, 현실과 기억, 환상과 사실 사이의 혼돈을 정교하게 구현해 낸 작품입니다.

주연은 앤서니 홉킨스(Anthony Hopkins)가 맡았고, 그의 딸 역에는 올리비아 콜맨(Olivia Colman)이 출연합니다. 앤서니 홉킨스는 이 작품으로 83세의 나이에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전설을 더했습니다. 영화는 감독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연출력과 감정의 균형을 보여주며, 아카데미 작품상·각색상 등 다수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각색상도 수상하며 그 예술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습니다.

'더 파더'는 단순한 가족 영화나 치매에 대한 설명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치매를 겪는 당사자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여주며, 이해할 수 없는 혼란과 상실감, 공포와 외로움을 깊이 있게 그려냅니다. 그로 인해 관객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그 혼란의 일부가 되어 함께 무너져 내립니다.

 

모든 것이 낯설어지는 순간, 나는 어디에 있습니까, '더 파더'의 줄거리

앤서니(앤서니 홉킨스)는 런던의 아파트에서 혼자 살아가는 노인입니다. 그는 나름대로 독립적으로 살고 있다고 믿지만, 일상에서 점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딸 앤(올리비아 콜맨)이 돌봐주러 오고, 간병인을 소개하려 하자 그는 강하게 거부하며 자신의 기억과 판단이 완전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앤의 외모가 바뀌고, 어떤 날엔 앤이 아니라 낯선 여성이 “나는 당신 딸”이라며 등장합니다. 며칠 전 자신과 대화한 줄 알았던 사위는 다른 사람이고, 익숙했던 집 안의 구조와 가구, 대화 내용조차 어딘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앤서니는 점점 자신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치매 때문이라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기억은 왜곡되고, 시간은 불분명해지며, 한 공간 안에서의 사람들과 상황이 계속 바뀌는 가운데, 관객 역시 앤서니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되며 현실감 상실의 공포를 함께 경험합니다. 영화는 선형적인 서사가 아니라, 퍼즐처럼 조각난 기억의 단편들을 이어 붙이며 진행됩니다.

앤은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는 결정을 앞두고 깊은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고군분투합니다. 아버지와의 애착과 감정은 깊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돌봄의 한계에 지쳐가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앤서니는 요양원에 입소하게 되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간병인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립니다. 자신의 정체성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나는 이제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영화 전체의 감정을 응축시킨 대사로 남습니다.

치매를 직접 느껴볼 수 있게 도와주는 영화의 등장인물

앤서니(앤서니 홉킨스)는 영화의 주인공이자 중심인물입니다. 그는 치매를 앓고 있지만 스스로는 여전히 정상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주변의 변화에 대해 경계와 분노, 혼란을 보입니다. 앤서니 홉킨스는 이 인물의 심리를 혼란과 무너짐, 존엄과 유머 사이에서 오가며 놀라운 내면 연기를 선보입니다. 그는 대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기보다, 눈빛, 숨결, 침묵 속에서 복잡한 감정들을 폭발시키며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올리비아 콜맨)은 앤서니의 딸로, 아버지를 사랑하면서도 점점 돌보기 힘들어지는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합니다. 그녀는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는 결정을 끝내 내리면서도, 그 과정에 진심 어린 슬픔과 후회를 감추지 않습니다. 올리비아 콜맨은 부모를 돌보는 수많은 현실적 딸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큰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외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앤서니의 혼란스러운 기억 속에서 이름, 외모, 위치가 바뀌며 등장합니다. 그들은 앤서니가 기억하는 인물의 ‘단편’ 일뿐,, 명확한 실체로 존재하지 않으며, 관객은 앤서니의 관점을 통해 이 인물들이 마치 실제인지 환상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역시 치매의 현실을 정교하게 반영한 연출입니다.

추천 포인트: 이해를 넘어, 체험하게 만드는 감정의 퍼즐

'더 파더'는 단지 슬프고 감동적인 가족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추천 포인트는 ‘치매의 심리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플로리안 젤러 감독은 치밀한 연출을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공간은 한정된 아파트 안이지만, 인물과 가구의 배치는 계속해서 바뀌며, 앤서니의 시점에 따라 같은 인물의 얼굴이나 말투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플롯 트릭이 아니라, 앤서니가 느끼는 ‘자아 해체’의 과정을 시청각적으로 관객에게 체험시키는 장치입니다.

또한 음악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감정을 과잉 유도하지 않고, 침묵과 대화, 정적 속에서 오히려 더 강한 감정적 밀도를 형성합니다. 관객은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혼란 속에서 길을 잃는 경험을 공유하게 됩니다.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는 이 모든 연출을 완성시키는 핵심입니다. 그는 단지 치매 환자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치매라는 혼돈의 한복판에 서 있는 존재가 되어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합니다. 그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무너짐과 순응, 그리고 어린아이 같은 눈물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의 가슴까지 조용히 무너뜨립니다.

 

 

'더 파더'는 그 어떤 영화보다 ‘존엄’과 ‘기억’, ‘관계’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치매를 겪는 노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독특한 접근을 통해, 단순히 병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라져 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진한 애도와 이해를 담아냅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서서히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기며, 동시에 “자신이 더 이상 자기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여전히 자신일 수 있는가”라는 깊은 철학적 질문도 던집니다.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이 낯설어져도, 영화는 말합니다. “감정은 마지막까지 남는다”라고.. 그리고 그 감정을 함께 느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때로는 존재의 유일한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