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봉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구축한 작품으로, 두 거대 히어로의 충돌을 통해 정의, 권력, 인간성과 책임이라는 주제를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헨리 카빌이 슈퍼맨, 벤 애플렉이 배트맨 역으로 출연하며, 갈 가돗이 처음으로 원더우먼으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액션 대결을 넘어서 신적 존재인 슈퍼맨과 인간의 한계를 대표하는 배트맨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그리고 서로 간의 오해와 화해를 담은 서사를 통해, 히어로 서사의 철학적 깊이를 시도한 영화로 평가됩니다.
세계가 신을 두려워할 때,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줄거리
영화는 '맨 오브 스틸(2013)'의 결말에서 시작되며, 메트로폴리스를 초토화시킨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전투를 배트맨의 시점에서 재조명합니다. 브루스 웨인은 자신의 회사 건물이 무너지고 동료들이 사망하는 비극을 직접 목격하며, 초인적인 힘을 가진 존재, 슈퍼맨이 언제든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품게 됩니다. 그는 슈퍼맨을 ‘통제 불가능한 신’으로 간주하고, 인간의 한계 안에서 그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한편, 슈퍼맨인 클라크 켄트는 자신이 구조한 사건들이 정치적, 윤리적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세계의 여론이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현실에 혼란을 겪습니다. 그는 브루스 웨인의 행보와 고담시의 폭력적인 범죄자 처벌 방식에 의문을 품고, 배트맨의 방식이 위험하다고 판단합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은 점점 증폭되며, 렉스 루터가 배후에서 이 갈등을 교묘히 조작합니다. 렉스는 조드의 시체와 크립토나이트를 이용해 인류 최강의 생명체인 도움스데이를 창조하고, 슈퍼맨이 어머니를 구하려면 배트맨을 죽이라는 협박까지 하며 두 히어로의 전면 충돌을 유도합니다.
결국 배트맨과 슈퍼맨은 대결하게 되며, 극한의 싸움 끝에 브루스는 슈퍼맨이 어머니의 이름 ‘마사’를 언급하는 순간, 그도 인간적인 존재임을 깨닫고 충격을 받습니다. 두 사람은 오해를 푸는 동시에 렉스의 계획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치고, 원더우먼까지 가세하여 도움스데이와의 최종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이 전투에서 슈퍼맨은 크립토나이트 창으로 도움스데이를 처치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치명상을 입고 사망하게 됩니다. 영화는 슈퍼맨의 죽음을 통해 진정한 희생의 의미와, 하나의 상징이 되는 인물의 무게를 강조하며 마무리됩니다.
상징과 이상, 갈등의 중심에 선 인물들,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브루스 웨인 / 배트맨(벤 애플렉)은 이번 작품에서 냉철하고 현실적인 시각을 가진 히어로로 등장합니다. 그는 수년간의 히어로 경험을 통해 이상보다는 실용과 통제를 중시하는 인물로 변모하였으며, 슈퍼맨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이 그의 행동을 이끕니다. 애플렉의 배트맨은 기존 영화와는 달리 무게감 있고 다크한 이미지로 재해석되어, 새로운 매력을 보여줍니다.
클라크 켄트 / 슈퍼맨(헨리 카빌)은 신적인 존재로서 세상의 기대와 비판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가려 하지만, 타인에게서 오히려 경계와 혐오를 받으며 자신의 존재 이유에 혼란을 겪습니다.
다이애나 프린스 / 원더우먼(갈 가돗)은 첫 등장부터 강인한 전사이자 신비로운 존재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이후 DCEU 전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녀는 영화 후반 전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배트맨, 슈퍼맨과의 균형을 맞춰주는 중재자로서 등장합니다.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는 이번 작품의 메인 빌런으로, 초인적 존재에 대한 질투와 공포, 그리고 신을 무너뜨리고 싶은 욕망을 상징합니다. 그의 지능과 전략은 두 영웅을 대립하게 만드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그 스스로도 자신이 만든 괴물에 의해 파멸로 향하게 됩니다.
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
'배트맨 대 슈퍼맨'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히 두 히어로의 싸움이 아닌, 정의와 권력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째, 신적인 존재 슈퍼맨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속 찬양, 공포, 의심은 현실 사회에서 권력자에 대한 태도와 유사하여, 현대 정치·사회적 맥락에서도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둘째, 배트맨의 관점에서 본 세계는 현실주의적이고 회의적인 시선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 히어로 영화의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나 윤리적 회색 지대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셋째, 영화의 미장센과 시네마토그래피는 잭 스나이더 특유의 묵직하고 상징적인 연출로 가득 차 있으며, 슈퍼맨의 하늘을 나는 모습이나 배트맨의 어두운 도시 질주는 시각적 아이콘으로서의 강렬한 힘을 발휘합니다.
넷째, 슈퍼맨의 죽음은 단순한 서사의 엔딩이 아닌, 그가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자, 이후 저스티스 리그로 향하는 전환점이 됩니다. 이 희생은 이후 등장할 다른 히어로들에게 정의와 연대의 진정한 의미를 상기시키는 상징적 사건이 됩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단순한 대결을 넘어 현대 사회가 영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정의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담은 철학적 히어로 영화입니다. 두 히어로는 서로를 적으로 오해했지만, 결국에는 희생과 신뢰를 통해 진정한 연대를 이루어냅니다. 특히 “마사”라는 단어 하나가 적에서 동지로 전환되는 장면은, 감정적 접근에 있어 논란은 있었으나, 인간성의 공통점을 상기시키는 전환점으로 기능합니다.
이 영화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기존 히어로 영화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심층적 주제와 묵직한 정서를 담은 작품이며, DCEU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정의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상대적인 개념임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