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개봉한 영화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는 삶의 끝자락에 선 두 남자가 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실행해 나가며 진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감동 드라마입니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라는 미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가 주연을 맡았고, 감독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미저리’로 유명한 롭 라이너(Rob Reiner)가 연출을 맡아 인생의 깊은 통찰을 유쾌하고 진정성 있게 그려냈습니다.
‘버킷리스트’라는 개념 자체가 이 영화로 인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죽음을 앞둔 두 인물이 삶에 던지는 질문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단순히 유쾌한 로드무비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평소 쉽게 외면해 버리는 삶과 죽음, 관계와 용서, 행복과 후회의 문제들이 촘촘히 엮여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죽음에 대해 말하면서도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삶이란, 누가 더 오래 살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 그리고 누구와 무엇을 나누며 살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삶의 끝에서 시작된 인생 최고의 여행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수많은 병원을 소유한 억만장자 CEO로, 철저한 논리주의자이자 냉철한 경영자입니다. 그는 자신의 병원에서도 예외 없이 모든 입원실을 2인실로 운영하고 있는데, 정작 자신이 말기 암 진단을 받고 입원하게 되었을 때 평범한 자동차 정비공이자 박식한 교양을 가진 남성 ‘카터 체임버스(모건 프리먼)’와 병실을 공유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서로 다른 배경,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이 둘은 처음에는 어색한 동거를 하며 날카롭게 대치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카터는 젊은 시절 철학 공부를 했던 인물이지만,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온 인물이고, 에드워드는 누구보다 부유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고립된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터는 병상에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목록’, 즉 버킷리스트를 적기 시작하고, 에드워드가 그 종이를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이후 두 사람은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그냥 병상에서 보내는 대신, 남은 시간을 이용해 이 리스트에 적힌 일들을 함께 해보기로 결심합니다. 스카이다이빙, 이집트 피라미드 보기, 고급 스포츠카 타기, 세계 여행, 낯선 나라에서 이방인처럼 살아보기 등 두 사람은 이제껏 해보지 못한 도전과 모험을 하나씩 실행하며 세계 곳곳을 누빕니다.
여행이 이어질수록 그들의 관계는 깊어지고, 단순한 우정 이상의 진한 감정이 싹트게 됩니다. 특히 에드워드는 카터의 가족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자신의 인생에서 놓쳐왔던 인간적인 관계의 소중함을 되짚어보게 되고, 한때 인연을 끊었던 자신의 딸과 손녀에게 다시 다가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반면, 카터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행을 마무리하려 하고, 에드워드는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지만 끝내 친구의 선택을 존중하게 됩니다.
영화는 카터가 가족과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평화롭게 눈을 감고, 이후 에드워드가 그의 유언대로 히말라야 정상 근처의 한 절벽에서 카터의 유골을 뿌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에드워드 역시 자신의 버킷리스트 마지막 항목을 완료하며 자신도 딸과 화해하고 진짜 인생을 되찾은 채, 카터 옆에 묻히게 됩니다. 삶과 죽음의 아름다운 균형 속에서, 영화는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 하지만 그전에,,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남깁니다.
인생을 함께 배운 두 남자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냉철하고 이기적인 이미지로 시작하지만, 카터와의 만남을 통해 점차 인간적인 면모를 회복해 나가는 인물입니다. 그는 풍요로운 삶을 살았지만 진정한 사랑이나 가족과의 관계에서는 실패했던 인물이며, 결국 카터를 통해 진짜 삶의 의미를 배우고 마지막에 딸과의 화해를 이루며 완전한 인생을 마무리합니다. 잭 니콜슨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인간미를 절묘하게 섞어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합니다.
카터 체임버스(모건 프리먼)는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평범한 가장이자, 따뜻하고 지혜로운 인물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철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삶의 현실 앞에서 꿈을 포기한 채 조용한 삶을 살았고,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에드워드와 함께 진정한 의미의 도전을 감행합니다. 모건 프리먼은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와 안정된 연기로 관객에게 깊은 감정을 전달합니다.
이외에도 에드워드의 조수 토마스, 카터의 아내 버지니아, 에드워드의 딸과 손녀 등 조연 인물들도 이 두 주인공의 변화와 여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영화 전체의 감동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죽음을 말하지만, 끝내 삶을 노래하다
'버킷리스트'는 그 어떤 영화보다 ‘죽음’에 가까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가장 진하게 전하는 영화입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언젠가 찾아오지만, 그전에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질문하며, 그 해답을 거창한 성취가 아닌 사람과의 관계, 순간의 아름다움, 자신을 향한 용서와 화해에서 찾아냅니다.
또한 영화는 철저히 대비되는 두 인물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삶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부와 명예를 가졌지만 외로운 삶을 살던 에드워드, 반대로 가진 건 없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평범한 일상을 소중히 여긴 카터. 그들이 서로를 만나며 서로의 인생을 배우고 변화해 가는 과정은 단순한 휴먼 드라마를 넘어 진정한 '삶의 철학'을 나누는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또 다른 추천 포인트는 그 어디 하나 낭비되지 않는 대사와 잔잔한 유머입니다. 삶의 무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지나치게 무겁거나 장황하지 않으며, 두 인물이 나누는 대화 속에 녹아든 위트와 진심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전해줍니다.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은 단순히 말기 암 환자의 슬픈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며 살고 있나요?”, “당신의 리스트에는 어떤 것들이 적혀 있나요?”, “무엇이 당신을 진짜로 행복하게 하나요?”
그리고 영화는 조용히 속삭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보다 먼저 오늘 하루를 진심으로 살아보라고, 그리고 너무 늦기 전에 사랑하고, 웃고, 용서하고, 도전하라고. 살아 있음의 소중함을 느끼고, 지금 이 순간의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그게 바로 '버킷리스트'가 세대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추천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