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개봉한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엑스맨 시리즈의 12번째 장편 영화이자, 제인 그레이의 내면과 능력에 초점을 맞춘 스핀오프이자 마무리 격인 작품입니다. 본 작품은 사이먼 킨버그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소피 터너가 제인 그레이 역을 맡아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이어 다시 한번 중심축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영화는 마블 코믹스의 ‘다크 피닉스 사가’를 원작으로 하며, 강력한 초능력을 각성한 주인공이 자아를 상실해 가는 과정을 통해 힘의 본질, 인간성과 정체성, 선택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다크 피닉스는 화려한 전투 장면보다는 내면적 갈등과 팀 간의 분열, 인간적인 감정에 무게를 두는 작품으로, 엑스맨이라는 거대한 서사의 끝자락에서 한 인물의 고통스러운 성장과 희생을 조명합니다.
모든 힘은 그 힘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다,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줄거리
영화는 1992년, 엑스맨이 우주로 나사가 보낸 셔틀 구조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임무 도중 제인 그레이는 우주 폭풍과 같은 강력한 에너지에 노출되고, 그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지닌 존재로 변모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되지만, 깨어난 제인은 자신 안에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능력이 깃들었음을 깨닫게 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로 변화해 갑니다. 자신의 과거와 트라우마가 폭발하면서 제인은 엑스맨 팀원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결국 미스틱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야기합니다.
이 사건은 팀의 분열로 이어지며, 찰스 자비에 교수와 행크(비스트), 스콧(사이클롭스) 간의 갈등을 더욱 고조시킵니다. 제인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힘의 근원을 찾기 위해 고향을 찾아가지만, 그곳에서도 자신이 가족에게까지 위험한 존재임을 깨닫고 절망에 빠집니다. 이때, 외계 생명체 ‘드바리족’의 지도자 벅(제시카 차스테인 분)이 등장하여 제인에게 다가오고, 그녀에게 이 힘은 너의 것이며, 너는 새로운 종의 창조자가 될 수 있다며 유혹합니다. 그러나 벅의 목적은 제인을 도구로 삼아 자신의 종족을 재건하려는 것이었고, 그 실체를 알게 된 제인은 다시 한번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됩니다.
한편, 엑스맨은 그녀를 되찾기 위해 분열을 극복하고 협력하게 되며, 결국 최종 결전은 제인이 자신의 힘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인류와 동료를 위해 스스로 희생을 택하는 장면으로 귀결됩니다. 제인은 피닉스의 힘을 제어한 채, 우주로 날아가 자신과 외계세력을 함께 소멸시키고, 그 결과로 엑스맨 팀은 해산하고, 자비에 학교는 ‘진 그레이 학교’로 개명되며, 새로운 희망의 기운을 남기게 됩니다.
힘보다 깊은 감정의 균열,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제인 그레이(소피 터너)는 작품의 중심인물로,, 텔레파시와 염력 능력을 지닌 돌연변이입니다. 우주에서 얻은 ‘피닉스 포스’로 인해 그녀는 무한한 에너지를 가지게 되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며 점점 자아를 잃어갑니다. 제인은 보호받기를 원하면서도 스스로가 위험하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결국 진정한 자아와 책임을 깨닫고 스스로의 결단을 내리는 비극적 히어로로 그려집니다.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는 X맨의 리더로, 제인을 어릴 적부터 보호해 온 인물입니다. 그는 제인의 힘을 억제하고 조종하려 했다는 죄책감을 갖게 되며, 자신의 이상주의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그의 변화는 영화 전체의 가치관 대립을 상징합니다.
행크 맥코이 / 비스트(니콜라스 홀트)는 자비에의 방식에 의문을 품고, 제인의 행동으로 미스틱을 잃은 뒤 자비에와 대립합니다.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의 갈등이 두드러지며, 팀 분열의 중심에 선 인물입니다.
스콧 서머스 / 사이클롭스(타이 셰리던)는 제인의 연인이자 팀의 전투 지휘관 역할을 수행합니다. 끝까지 제인을 믿고 지키려는 모습은 이 영화의 정서적 중심축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벅(제시카 차스테인)은 외계종 드바리의 지도자로, 제인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악역입니다. 그녀는 제인을 통해 새로운 문명을 만들려 하지만, 이기적 목적이 드러나며 제인의 자아 각성의 계기를 제공합니다.
정체성과 감정의 충돌, 마무리를 위한 비극적 서사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액션 히어로물이라기보다는, 정체성 혼란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청춘의 초상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첫째, 제인이라는 인물의 고통과 혼란은 관객이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요소이며, 그녀의 감정적 폭발은 단순한 전투 장면보다 더 깊은 서사적 긴장감과 울림을 제공합니다.
둘째, 팀 간의 분열과 화해는 단순한 전투가 아닌, 가치관의 충돌을 중심에 둔 구성으로, 다양한 인물의 시선을 통해 힘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셋째, 시각적 연출은 특히 피닉스 포스의 에너지 표현에서 빛을 발하며, 제인의 감정에 따라 변화하는 장면들은 심리적 상태를 시각적으로 직조해 내는 방식으로 영화적 깊이를 더합니다.
넷째,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찰스와 행크가 제인의 이름을 딴 학교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비극적인 결말 속에서도 변화와 성찰의 의미를 담은 여운 깊은 마무리로 기억됩니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시리즈의 끝자락에서 가장 인간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어떤 능력보다도 무서운 것은 자신의 감정이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짜 강함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이 영화는 히어로의 고뇌와 성장, 그리고 진정한 희생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제인은 괴물이 되는 것이 두려웠지만, 결국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가장 인간적인 히어로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 영화는 강렬한 액션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정적인 흐름 속에서 더 많은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엑스맨이라는 브랜드가 마무리되기 직전, 이 작품은 그동안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로, 완벽하진 않지만 의미 있는 작별을 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