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봉한 '인턴(The Intern)'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연출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그녀는 '로맨틱 홀리데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등 인간관계와 감정의 흐름을 우아하게 그려내는 데 능한 감독입니다.
'인턴'은 ‘은퇴한 시니어가 젊은 CEO 밑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한다’는 설정으로, 세대 간의 차이와 유대, 그리고 서로에게 배우는 과정을 통해 감동과 유머를 함께 전합니다. 주인공인 벤(로버트 드 니로)은 은퇴 후의 허전함을 안고 살아가는 70세의 남성이고, 그가 일하게 되는 회사의 CEO 줄스(앤 해서웨이)는 30대의 커리어우먼이자 워킹맘입니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히 웃긴 해프닝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통찰을 줍니다.
인턴'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다시 한번 더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일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바꿔준다, '인턴'의 줄거리
영화는 뉴욕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70세의 퇴직자입니다. 아내를 잃은 후 시간은 넘쳐나지만, 삶에 대한 흥미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여행도, 운동도, 골프도 지루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게시판에서 ‘시니어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됩니다. 그 회사는 바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온라인 패션 쇼핑몰 ‘어바웃 더 핏’이었습니다..
회사의 CEO는 젊고 당당한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워커홀릭에 가까운 열정을 가진 사업가로, 회사를 키우는 데 집중하며 매 순간 바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그녀의 삶은 균형을 잃어가고 있었죠. 벤은 줄스의 직속 인턴으로 배정됩니다. 처음엔 나이 많은 인턴의 존재가 줄스를 불편하게 만들고, 회사 사람들도 그를 조금은 어색해합니다. 하지만 벤은 빠르게 회사 분위기에 적응해 나갑니다. 모두가 디지털과 효율만 외치는 시대에, 그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동료들을 챙기고, 조용히 주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존재감’ 있는 인턴이 되어갑니다. 줄스 역시 처음에는 벤과의 소통에 거리를 두지만, 어느새 그에게 자신도 말하지 못한 회사 경영의 부담, 남편과의 갈등, 그리고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 등의 고민을 털어놓게 됩니다. 벤은 줄스에게 조언보다는 경청을 해주며,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지탱해 주는 존재가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세대 차이를 넘어선 배움을 얻고, 벤의 인생은 다시 활기를 되찾으며, 줄스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는 여유를 얻게 됩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성장을 보여주는 영화의 등장인물들
벤 휘태커 (로버트 드 니로)는 삶을 꽤나 열심히 살아온 인물입니다. 전직 마케팅 전문가였고, 은퇴 후에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조용하고 온화하지만, 그 속에는 품격과 지혜, 그리고 깊은 배려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고, 그래서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태도로 일관합니다.
줄스 오스틴 (앤 해서웨이)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워킹맘이자 리더입니다. 완벽하고 싶어 노력하지만, 그 안엔 혼란과 두려움도 가득합니다. 벤과 만나며 점차 ‘모든 걸 혼자 해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기 시작합니다. 앤 해서웨이는 이 복합적인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현실적인 여성 캐릭터를 완성합니다.
맷 (앤드류 레널스)은 줄스의 남편으로, 전업주부로서 육아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줄스의 성공을 응원하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묘한 감정의 간극이 드러납니다.
맷은 현대 가정에서의 남녀 역할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는 캐릭터입니다.
피오나 (르네 루소)는 회사의 마사지사이자 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인물입니다. 둘 사이의 관계는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연결감을 줍니다.
추천 포인트: 속도보다는 온도, 기술보다는 태도
'인턴'은 단순한 직장 코미디가 아닙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세대 간의 진정한 소통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벤과 줄스는 시대도, 성격도 다르지만 서로를 통해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효율만 강조되는 시대에, 벤은 ‘느림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이메일보다 손으로 쓴 편지가 따뜻하고,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 옆자리 동료를 챙기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의 방식은 구식일 수 있어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또한 줄스라는 캐릭터를 통해 현대 여성의 고충과 자아 찾기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회사 CEO이면서도 아내, 엄마로서의 역할까지 감당해야 하는 부담, 그 안에서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줄스의 모습은 많은 여성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영화는 마냥 유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도 않습니다. 진짜 인생이 그렇듯, 이 영화는 웃음과 울음이 함께 어우러지고,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속에 오래 남습니다.
'인턴'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직장에서의 관계, 가족 간의 이해,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존중, 이 모든 것을 담백하고 진심 어린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턴'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가 됩니다.
누군가는 벤에게서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고, 줄스에게서 자신의 모습이나 친구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세대 차이를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워가는 이들의 여정은 우리가 현실에서 잊고 살았던 ‘사람 간의 온기’를 다시 일깨워줍니다.
만약 요즘 인간관계에 지치거나, 내 삶의 방향이 혼란스럽게 느껴진다면, '인턴'은 조용히 당신 곁에 앉아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은 잘하고 있어요.”라고 위로해주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