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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여왕과 인간적인 영혼의 대비, 워쇼스키의 철학이 담긴 영화 ‘주피터 어센딩‘

by 미잉이 2025. 10. 10.

영화 '주피터 어센딩'은 2015년 개봉한 SF 블록버스터로, 워쇼스키 남매(현 워쇼스키 자매)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그들은 이미 '매트릭스' 시리즈로 영화사에 혁신을 일으킨 감독들이며, 이번 작품에서도 인간 존재의 본질과 자유의지를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특유의 세계관을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실이 아닌 우주 전체를 무대로 한 공간적 확장을 시도했습니다.

이 영화는 밀라 쿠니스(Mila Kunis)와 채닝 테이텀(Channing Tatum)이 주연을 맡았으며,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 션 빈(Sean Bean), 더글러스 부스(Douglas Booth) 등 화려한 배우진이 함께 출연합니다. 장르적으로는 스페이스 오페라에 속하며, 인간이 사실은 고대 외계 문명에 의해 ‘재배’되는 존재라는 독창적 설정을 바탕으로, 신화적이고 철학적인 서사를 화려한 비주얼로 펼쳐 보입니다.

워쇼스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생명, 지구의 의미, 그리고 선택의 가치"를 우주적 스케일로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주피터 어센딩'은 단순한 SF 액션 영화가 아니라,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서사'라는 거대한 주제를 품은 철학적 오페라로 볼 수 있습니다.

 

평범한 여자가 우주의 여왕이 되기까지, 영화 '주피터 어센딩'의 줄거리

영화는 평범한 청소부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주피터 존스(밀라 쿠니스)는 러시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청소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젊은 여성입니다. 그녀는 늘 자신의 삶이 하찮고 무의미하다고 느끼지만, 별에 대한 이상한 끌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DNA가 인류 역사상 단 한 번 존재했던 우주의 여왕 세라피나 아브락삭스와 완벽히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뀝니다. 세라피나가 죽은 후, 그녀의 세 자녀인 발렘(에디 레드메인), 티투스(더글러스 부스), 칼리크(터핀 미들턴)는 어머니의 유산인 여러 행성과 인간 재배 산업을 놓고 권력을 다투고 있었습니다.

주피터는 사실상 세라피나의 ‘유전자 환생체’로 간주되어, 그들에게는 어머니의 유산을 위협하는 존재이자, 동시에 이용가치가 있는 인물로 여겨집니다.

이때 주피터를 구출하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케인 와이즈(채닝 테이텀)입니다. 그는 유전적으로 개량된 '늑대-인간 혼종 전사'로, 과거 군대에서 추방된 인물입니다. 케인은 주피터를 보호하고 그녀를 진정한 ‘여왕’의 자리에 올리기 위해 싸우지만, 동시에 그녀의 순수함과 인간성을 보고 점점 마음을 열게 됩니다.

이후 주피터는 우주로 끌려가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행성 재배 시스템의 일부'임을 알게 됩니다. 아브락삭스 가문은 인간을 '수확'하여 그들의 생명 에너지를 추출함으로써 영생을 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구 역시 언젠가 '수확'될 예정이었고, 주피터의 존재는 이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합니다.

주피터는 권력과 부를 약속하는 티투스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발렘이 지구를 파괴하려 하자 그를 직접 맞서 싸웁니다. 케인과의 협력 끝에 그녀는 결국 발렘을 물리치고, 지구의 수확을 중단시키며 인간들을 구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우주의 여왕이라는 지위를 버리고 다시 지구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갑니다. 청소부로 돌아왔지만, 이제 그녀는 세상의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스스로 지켜낸 여왕으로서,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우주의 균형을 지킨 존재가 됩니다.

신화적 캐릭터와 인간적인 영혼의 대비,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주피터 존스(밀라 쿠니스)는 영화의 중심인물로, 이름부터 '행성 주피터(목성)'처럼 상징적입니다. 그녀는 처음에는 자기 자신조차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인물이지만, 이야기 속에서 '무지한 인간에서 자각한 여신'으로 성장합니다. 밀라 쿠니스는 단순한 히어로가 아닌 인간적인 따뜻함을 지닌 여성으로서 주피터의 내적 성장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케인 와이즈(채닝 테이텀)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전사로, 늑대의 DNA를 지닌 하이브리드입니다. 과거에는 군인이었으나 상관을 공격한 이유로 추방되었고, 지금은 용병으로 살아갑니다. 그는 냉철하면서도 주피터를 보호하며 진정한 충성심과 사랑을 배우게 됩니다. 채닝 테이텀은 인간성과 동물성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를 균형감 있게 연기했습니다.

발렘 아브락삭스(에디 레드메인)는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악역으로, 유약하면서도 광기 어린 권력자입니다. 그는 영생을 위해 수많은 인간의 생명을 수확하며, 냉혹한 신의 역할을 자처합니다. 에디 레드메인의 섬세하고 독특한 연기톤은 발렘을 단순한 악당이 아닌 '신이 되고자 한 인간'으로 보여줍니다.

티투스 아브락삭스(더글러스 부스)는 매력적이고 계산적인 인물로, 주피터에게 접근하여 결혼을 미끼로 권력을 얻으려 합니다. 그는 발렘과 달리 외면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더 교활한 야망가입니다.

스팅어 아피니(션 빈)은 케인의 동료이자 스승 같은 인물로, 인간과 꿀벌의 DNA를 혼합한 존재입니다. 그는 주피터에게 "꿀벌은 진정한 여왕을 알아본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하며, 그녀가 진정한 '리더'임을 암시합니다.

비주얼, 상징, 그리고 워쇼스키의 철학

'주피터 어센딩'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압도적인 비주얼 세계관입니다. 영화는 수많은 행성과 종족, 우주 제국의 사회 구조를 섬세하게 구축했습니다. 특히 아브락삭스 가문의 궁전, 공중 전투 장면, 반중력 슈즈를 이용한 액션 등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합니다.

워쇼스키 자매 특유의 상징적 연출도 돋보입니다. 주피터는 고대 신화의 여신 '주노'의 현대적 해석이며, 케인은 충성스러운 '수호자'로서 신화적 전사 아르테미스의 개념을 떠올리게 합니다. 인간이 신의 피조물이자 동시에 창조자가 된다는 설정은 '매트릭스' 시리즈와도 철학적으로 연결됩니다.

또한 이 영화는 여성 캐릭터가 단순히 '구원받는 존재'가 아니라 세계를 구하는 주체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주피터는 처음에는 희생자처럼 보이지만, 결국 누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결단하고 세상을 지킵니다. 이는 워쇼스키 감독이 꾸준히 강조해 온 '자기 인식과 선택의 자유'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음악과 미술 또한 영화의 미학적 완성도를 높입니다. 작곡가 마이클 지아키노(Michael Giacchino)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이며, 우주를 배경으로 한 신화적 스케일을 감정적으로 끌어올립니다.

 

 

'주피터 어센딩'은 개봉 당시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복잡한 세계관, 다소 난해한 철학적 설정, 그리고 대사 중심의 서사 전개 때문에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영화는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우주 액션물이 아니라, '정체성과 자유의 서사', 그리고 '현대적 신화 창조'에 대한 실험입니다. 주피터는 결국 "지배받는 인간"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로 성장하며, 인간이 스스로 신의 위치로 올라가는 상징적 과정을 보여줍니다.

워쇼스키 자매는 이 영화를 통해 여전히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억도, 신분도, 권력도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사랑임을 이 작품은 웅장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주피터 어센딩'은 완벽하지 않은 영화지만, 그 비전과 철학, 그리고 시각적 상상력만큼은 어떤 블록버스터보다 독창적입니다.

이 작품은 실패 속에서도 우주의 중심에 선 인간의 존엄을 노래한 'SF 신화시'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