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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트렁크와 따뜻한 시선의 마법사들, 생명을 향할 때 가장 따뜻한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by 미잉이 2025. 6. 10.

'신비한 동물사전(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 2016)'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세계관을 확장한 프리퀄 영화로,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에서 읽는 교과서의 저자 ‘뉴트 스캐맨더’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합니다.
J.K.
롤링이 직접 각본을 맡은 첫 번째 영화로서, 그녀 특유의 상상력과 세계관이 스크린 위에서 한층 더 넓게 펼쳐집니다. 감독은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이후 시리즈 후반을 맡았던 데이빗 예이츠가 그대로 이어가며,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 역에는 에디 레드메인이 캐스팅되어 섬세하면서도 인간적인 마법사 캐릭터를 구현해 냈습니다..

이 작품은 해리 포터 세계관과 같은 마법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무대는 1926년 뉴욕이며, 시기적으로는 해리 포터 시대보다 약 70년 전 이야기입니다. 유럽 마법계와는 또 다른 문화적, 제도적 특징을 지닌 미국 마법 세계(MACUSA, 미국 마법의회)의 설정이 새롭게 소개되며, 마법과 인간(노마지, No-Maj)의 공존 문제, 마법 동물 보호와 생태계의 균형, 편견과 억압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한 마법사의 활약을 넘어, 생명을 향한 애정과 상상력의 경이로움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선 감성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트렁크와 펼쳐지는 뉴욕 마법 대소동

1926, 영국 출신의 마법 생물학자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희귀하고 위대한 마법 동물들을 보호하고 연구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도착합니다. 그의 손에는 마법 동물들이 가득 담긴 마법 트렁크가 들려 있고, 이 트렁크는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내부는 동물들의 생태환경을 그대로 구현한 거대한 마법 공간입니다. 뉴트는 세계 각지를 돌며 이 동물들을 보호하는 사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번 미국 방문도 순수한 탐험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뉴욕 도심의 한 은행에서 노마지(비마법사)인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와 트렁크가 뒤바뀌는 사고가 발생하고, 트렁크 안의 동물들이 도시 곳곳으로 탈출하면서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를 계기로 뉴트는 미국 마법사회 MACUSA의 감시에 들어가며, 특히 전직 오러(암살자급 마법 경찰) 출신의 티나 골드스타인(캐서린 워터스턴)에게 체포당하게 됩니다.

티나는 뉴트가 미국 마법사회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이라 판단하고 MACUSA에 넘기려 하지만, 정작 상부에서는 오히려 그녀의 권한을 문제 삼고 외면합니다. 결국 뉴트와 티나는 탈출한 동물들을 다시 찾아 나서며, 제이콥과 티나의 여동생 퀴니(앨리슨 수돌)와 팀을 이루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뉴트는 자신이 보호하는 동물들이 결코 위협이 아니며, 오히려 인간의 편견과 억압이 문제임을 보여주고자 노력합니다.

한편 뉴욕에서는 정체불명의 강력한 마법 에너지가 도시를 파괴하고 있었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둠의 존재’가 돌아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이 혼란을 틈타 MACUSA 고위 인사이자 퍼시벌 그레이브스(콜린 파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뉴트와 동물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며, 한편으로는 고아 소년 크리던스(에즈라 밀러)를 조종해 어둠의 힘을 끌어내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이 과정에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은, 바로 크리던스가 ‘옵스큐러스(Obscurus)’라는 파괴적인 마법 에너지를 품은 존재라는 점이며, 이는 억압된 마법사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부정하고 억눌렀을 때 생겨나는 위험한 존재입니다. 뉴트는 이 힘을 이용하려는 MACUSA와 그레이브스에 맞서, 마법 동물뿐 아니라 억압받는 아이들을 지켜내야 하는 사명을 지게 되고, 결국 치열한 추격과 설득 끝에 진실을 밝히며 위기를 해결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그레이브스의 정체는 실제 어둠의 마법사 겔러트 그린델왈드(조니 뎁)였음이 밝혀지고, 해리 포터 세계관의 거대한 서사가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동물을 통해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의 마법사들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는 타고난 마법 실력자이지만, 전투보다 마법 동물에 대한 연구와 보호에 평생을 바치는 순수한 과학자이자 이상주의자입니다. 사회성이 떨어지고 타인과 어색한 관계를 맺지만, 동물과의 교감에는 누구보다 능하며, 강한 이념보다는 생명에 대한 사랑과 공감으로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 달리 ‘선한 마법사’의 전형이 아닌 내성적이고 섬세한 영웅상을 보여줍니다.

티나 골드스타인(캐서린 워터스턴)은 정의감이 강하고 냉철한 전직 오러로, 뉴트와 처음에는 충돌하지만, 점차 그의 진심을 이해하고 협력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따뜻함과 책임감이 공존하며, 뉴트와의 서서히 발전하는 관계가 영화의 또 다른 감정선을 이룹니다.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는 비마법사(노마지)지만 영화 내에서 가장 현실적인 감성과 유머를 담당하는 캐릭터로, 관객의 시선을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마법 세계에 휘말렸지만 끝까지 친구들을 도우며, 마법 없이도 진심과 용기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물입니다.

퀴니 골드스타인(앨리슨 수돌)은 티나의 여동생이자 독심술 능력을 가진 마법사로, 겉은 발랄하고 아름답지만 실은 감성적이고 섬세한 성격을 지닌 인물입니다. 퀴니와 제이콥 사이에 싹트는 로맨스는 영화의 무게를 덜어주는 동시에, 마법사와 비마법사 사이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관계입니다.

퍼시벌 그레이브스(콜린 파렐)MACUSA 고위 인사로, 처음에는 질서와 정의를 강조하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진짜 정체가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로 밝혀지는 반전의 핵심 인물입니다. 권력과 통제를 통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망은 해리 포터 시리즈와 연결된 ‘어둠의 마법사 대전’ 서사의 기초를 형성합니다.

마법도, 기술도 결국 생명을 향할 때 가장 따뜻하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마법이 난무하는 전투 중심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체, 그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생명의 경이로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판타지 영화입니다. 뉴트의 트렁크 안에는 실제보다 더 현실 같은 생태계가 펼쳐지며, 동물들과의 교감과 조화는 그 어떤 마법보다도 감동적입니다.

해리 포터 팬이라면 익숙한 마법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으며, 초보 관객도 뉴욕이라는 현대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 덕분에 부담 없이 세계관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특히 1920년대 레트로 스타일의 미술과 의상, 미국 마법 사회의 이질적인 분위기는 시리즈의 독창성을 강화해 줍니다.

또한, 단순히 마법을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것을 다루고 무엇을 위해 사용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영화 곳곳에 담겨 있어,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화려한 마법 액션보다는 한 마법사의 조용한 신념과 생명에 대한 사랑, 그리고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주제가 되는 독특한 판타지 영화입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그보다 더 깊고 섬세한 메시지를 담아, 판타지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감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친절한 시작을 제공합니다.

이 영화는 “마법은 선택이다”라는 해리 포터 세계관의 철학을 계승하면서도, “마법은 생명을 지키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윤리를 제시하며, 우리가 정말로 지켜야 할 것은 눈앞의 힘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것들을 향한 공감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