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한 영화 '그레이트 월(The Great Wall)'은 고대 중국의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한 액션 판타지 블록버스터입니다.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하고 맷 데이먼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동양의 전설과 서양의 액션 서사를 결합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중국의 역사와 신화를 소재로 삼았지만, 판타지 요소를 더해 ‘왜 만리장성이 존재했는가?’라는 가상의 질문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괴수와의 전면전을 통해 인간의 용기, 협력, 그리고 희생을 다루며, 시각적으로도 화려한 전투 장면과 웅장한 군대의 조직적 움직임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전설로 남은 방벽, 그 안에서 벌어진 전쟁
영화는 11세기 중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윌리엄(맷 데이먼)과 페로(페드로 파스칼)는 ‘흑색 화약’을 찾아 서방 세계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용병들입니다. 도중에 강도를 만나 위기에 처하지만, 우연히 만리장성 근처에서 중국 군사 조직인 무극(無極)에게 포로로 붙잡힙니다. 이들은 처음엔 이질적인 존재로 의심받지만, 곧 인간 세계를 위협하는 괴수들의 침공과 맞닥뜨리게 되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됩니다.
만리장성은 단순한 국경 방어선이 아니라, 괴수 타오테이(饕餮)의 침공을 막기 위한 방벽이었습니다. 타오테이는 60년에 한 번씩 깨어나 인간을 습격하며, 이번에도 그 주기가 도래한 것입니다. 무극 군단은 각기 다른 색상과 역할로 구성된 특수 전투 부대로, 지휘관 린 메이(경첨)의 리더십 아래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윌리엄은 뛰어난 활솜씨와 전투 기술로 타오테이와의 전투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되며, 점차 이들과 협력하게 됩니다. 그는 전리품만을 노리는 용병에서, 인류를 위해 싸우는 전사로 변화해 갑니다. 그러나 일부 인물은 혼란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 하고, 내부의 분열과 외부의 위협이 동시에 몰아치는 가운데, 타오테이의 지능적인 공격은 점점 장성을 압박하게 됩니다.
결국 윌리엄과 린, 그리고 무극의 전사들은 베이징을 향해 진격하는 괴수들을 막기 위해 마지막 결전을 준비합니다. 영화는 전통과 혁신, 이기심과 희생,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라는 주제를 드라마와 액션으로 풀어내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갑니다.
다른 문화, 하나의 목표
윌리엄(맷 데이먼)은 영화의 주인공으로, 처음에는 흑색 화약을 노리고 중국으로 들어온 서양 용병이지만, 무극의 전투를 지켜보며 점차 자신이 지닌 무기의 가치를 이해하고 책임감 있는 인물로 성장합니다. 그는 자신이 뛰어난 활쏘기 기술과 전략적 감각을 무기로 삼아 무극의 전투에 큰 전환점을 가져옵니다. 무엇보다 이기적인 생존에서 공동의 생존을 위한 연대의 가치를 깨닫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린 메이(경첨)는 무극 군단의 여성 지휘관으로, 강인함과 신념을 동시에 지닌 인물입니다. 그녀는 규율과 명예를 중시하며, 처음엔 윌리엄을 경계하지만 그의 진심을 확인하고 협력자로 받아들입니다. 린은 군단 내에서도 가장 용감하고 이타적인 리더로, 젊은 병사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됩니다.
페로(페드로 파스칼)는 윌리엄의 동료 용병으로, 유머러스하면서도 냉소적인 시선을 지닌 캐릭터입니다. 그는 초반에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지만, 함께한 전투를 통해 점차 공동체의 가치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외에도 중국 측 과학자 왕(류덕화)은 전투 기술과 전략 면에서 핵심적인 조언자 역할을 하며, 전통과 과학의 조화를 상징하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전통과 상상력이 만나는 블록버스터
이 영화의 첫 번째 감상 포인트는 바로 ‘동양 판타지의 비주얼화’입니다. 만리장성을 무대로 괴수와 인간의 전면전을 펼친다는 상상력은 그 자체로 참신하며, 무극 군단의 색채별 전술, 집단 전투 장면, 공중 점프 공격 등은 마치 중국 전통문화와 현대 CG의 결합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린 메이를 중심으로 한 청색 비행부대의 전투 장면은 시각적으로 매우 독창적이고 인상적입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주인공의 내면 변화와 ‘연대의 가치’입니다. 윌리엄은 이방인으로서 이기적인 목표를 갖고 접근했지만, 장성에서 만난 인물들과 싸움을 통해 함께하는 전투의 의미, 희생의 숭고함,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체득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인간적 서사의 무게감을 더해주며,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감정의 기반을 형성합니다.
세 번째는 헐리우드와 중국의 공동제작이 낳은 독특한 문화 융합입니다. 전통적인 중국 전설을 판타지화 하면서도, 서양 관객에게 친숙한 액션 전개와 영웅 서사를 접목해 글로벌 관객 모두가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장을 겨냥한 시도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녹아들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레이트 월'은 비록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판타지 영화지만, 그것이 의도한 바는 분명합니다. 문명의 경계, 전통의 의미, 그리고 공동체가 맞서는 위협 앞에서의 연대라는 주제는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화려한 액션과 시각효과는 대중적 재미를 충족시키며, 동양적인 미학과 서양식 서사 구조가 융합된 영화적 실험은 기존의 블록버스터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전장에서 피어나는 우정, 리더십의 진정한 의미, 희생과 선택은 단지 전투의 스펙터클을 넘어서 감동의 여운을 남깁니다.
단순한 괴수와의 싸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들이 어떻게 힘을 모아 더 큰 위협에 맞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레이트 월'은 전설과 판타지, 액션과 드라마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글로벌 스케일의 작품으로,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은 물론 감정적 깊이를 원하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