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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 길을 떠난 남매와 주체성을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고전 동화의 어두운 심연, 영화 '그레텔과 헨젤'

by 미잉이 2025. 6. 30.

2020년 개봉한 영화 '그레텔과 헨젤(Gretel & Hansel)'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어둡고 철학적인 분위기로 재해석한 다크 판타지 영화입니다.
감독은 오즈 퍼킨스(Oz Perkins)이며, 주연은 소피아 릴리스(그레텔 역)와 새뮤엘 리키(헨젤 역), 그리고 앨리스 크리게(마녀 홀다 역)가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무서운 마녀의 집 이야기를 넘어, 소녀 그레텔의 내면 성장과 마법, 권력에 대한 탐색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기존 동화와는 전혀 다른 결말과 의미를 제시합니다.

특히 시각적으로는 고딕 호러와 예술 영화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전통적 동화에 내재된 공포와 여성 주체성의 각성을 새롭게 조명하는 작품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배고픔과 절망 속에서 길을 떠난 남매, 그곳엔 어둠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 '그레텔과 헨젤'의 줄거리

영화는 중세 유럽을 연상시키는 어둡고 황량한 배경에서 시작됩니다. 기근과 질병으로 마을은 황폐해졌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주인공 그레텔(소피아 릴리스)은 어린 동생 헨젤(새뮤엘 리키)을 데리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이 집 저 집을 전전하지만, 어른들의 세계는 그녀에게 냉혹하고 차갑기만 합니다.

어느 날, 계모는 그들을 집에서 내쫓으며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으라고 강요하고, 그레텔과 헨젤은 숲 속으로 떠나게 됩니다. 여행 중 이들은 굶주림과 추위, 환영과 같은 혼란 속에 빠지고, 점차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두 남매는 숲 깊숙한 곳에서 이상하게도 너무나 풍요롭고 아늑해 보이는 작은 집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곳은 홀다(앨리스 크리게)라는 중년 여성이 혼자 살고 있는 집이었으며, 그녀는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음식을 나눠주며 어머니처럼 친절하게 대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집과 그녀의 존재는 점점 이상하게 변해갑니다. 특히 그레텔은 홀다와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게 되고, 꿈과 환영을 통해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홀다는 사실 수백 년을 살아온 마녀이며, 아이들의 생명을 흡수함으로써 젊음을 유지해 온 존재였습니다. 그녀는 그레텔에게 마법의 기초를 가르쳐 주며, 자신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헨젤을 점점 멀리하도록 유도하며, 그레텔의 내면에 존재하는 강력한 잠재력을 깨우게 만듭니다.

그레텔은 점차 마법의 유혹에 빠져들지만, 동시에 헨젤과의 연결과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잊지 않으려는 싸움을 하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홀다의 정체와 음모를 깨닫고, 스스로의 능력을 사용하여 헨젤을 구하고, 마녀를 불로 태워 죽입니다. 마무리 장면에서 그레텔은 동생과 작별을 고하고, 자신의 길, 즉 마녀가 아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여성으로서의 독립된 삶을 선택하며 숲에 남습니다.

이러한 결말은 기존의 동화와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단순히 악을 물리친 것이 아닌, 그레텔이 자기 내면의 어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제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는 과정을 그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여성성과 힘, 주체성을 상징하는 캐릭터들

그레텔(소피아 릴리스)은 영화의 중심인물이자,, 기존 동화에서 조연에 가까웠던 캐릭터를 완전한 주체로 재탄생시킨 인물입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책임을 짊어진 보호자이며, 남성 중심 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힘을 발견하고 성장해 나갑니다. 특히 영화는 그녀가 단순히 희생적인 누나가 아니라, 자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체적 존재로 각성해 가는 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헨젤(새뮤엘 리키)은 그레텔의 동생으로, 전통적 동화 속 모습처럼 순수하고 해맑은 성격을 유지합니다. 그는 극적인 변화의 중심에 있진 않지만, 그레텔이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존재로서 기능합니다. 그는 결말에서 그레텔에게 이별을 선고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며 독립된 삶으로 나아갑니다.

홀다(앨리스 크리게)는 고전적인 마녀의 이미지를 재해석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힘을 갖고 있지만 외로움과 상처로 뒤틀린 여성의 상징입니다. 그녀는 그레텔에게 여성으로서의 힘과 지식을 전수하려고 하지만, 동시에 인간성과 연결되지 않은 힘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경고의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 인물은 악역임에도 복잡하고 매혹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며,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고전 동화의 어두운 심연을 비추다

'그레텔과 헨젤'의 가장 큰 추천 포인트는 기존 동화를 완전히 뒤집은 구성과 메시지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마녀의 집에 갇힌 남매의 탈출기가 아니라, 여성 주체성의 발견과 자기 안의 어둠을 직면하고 통제하는 이야기로 발전합니다. 그레텔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힘을 얻는다는 것과,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질문을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과 미장센입니다. 어둡고 차가운 색감, 광활하면서도 갑갑한 숲의 구성, 상징으로 가득 찬 세트는 이 작품을 단순한 호러 판타지를 넘어서 예술 영화처럼 느끼게 만드는 힘을 가집니다. 마치 고딕화 속을 거니는 듯한 연출은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며, 몰입감을 더해 줍니다.

세 번째는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의 완성도입니다. 장면마다 흐르는 음향은 그레텔의 심리 상태와 맞물려 공포감을 고조시키고, 때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감정의 리듬을 시각과 청각 모두로 전달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어린 여성의 성장이라는 테마를 매우 성숙하고 복합적으로 풀어낸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악을 물리치고 해피엔딩’이 아닌, 내면의 그림자를 인정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성장의 과정은 오늘날의 많은 젊은 세대에게 공감과 사유를 안겨줍니다.

 

 

'그레텔과 헨젤'은 공포스럽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동화 같지만, 실상은 성장과 주체성에 대한 매우 현대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레텔은 약한 소녀로 시작했지만, 자신의 내면 깊숙한 힘을 인식하고, 그것을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진정한 주체로 거듭나게 됩니다.

마법은 그저 신비한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 알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이며, 홀다라는 어둠 속 거울을 통해 그녀는 어른이 되어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이 작품은 ‘강한 여성’을 단순한 액션 히어로나 희생적인 어머니로 그리지 않고, 복잡하고 상처받았지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상으로 묘사합니다.

'그레텔과 헨젤'은 호러 판타지를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성장과 자아 정체성, 여성의 서사에 관심이 있는 모든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아름답고 무섭고, 무엇보다 의미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찾고 있다면, 이 영화는 분명 탁월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