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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범죄의 경계 속 예측 불가의 반전과 인간의 본능, 영화 '크리미널 스쿼드'

by 미잉이 2025. 10. 6.

영화 '크리미널 스쿼드'는 2018년 개봉한 미국 범죄 액션 스릴러로, 크리스찬 구드가 감독과 각본을 맡았으며 제라드 버틀러, 파블로 슈라이버, 오셰이 잭슨 주니어, 커티스 “50 센트” 잭슨 등이 출연했습니다. 이 작품은 ‘도둑과 경찰’이라는 전통적인 구도를 새롭게 비틀어, 누가 진짜 악이고 누가 진짜 정의로운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최정예 은행강도 집단과 그들을 쫓는 강력범죄 수사대의 치열한 두뇌 싸움과 총격전을 그립니다. 하지만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범죄자와 경찰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심리적 전쟁을 중심에 두며 관객에게 묘한 불편함과 흥분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크리미널 스쿼드’라는 제목은 역설적으로 경찰팀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그들의 수사 방식은 마치 범죄자와 다를 바 없을 정도로 폭력적이고 거칠기 때문에 영화 내내 “진짜 범죄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감독은 실제 FBI 은행강도 전담팀의 사건들을 모티브로 삼아 리얼리티를 살렸으며, 총격 장면과 작전 묘사는 미군 전투 장면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범죄 액션의 쾌감을 주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정의와 범죄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흐려질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완벽한 작전, 완벽한 추격, 그리고 예측 불가의 반전, 영화 '크리미널 스쿼드'의 줄거리

영화는 새벽의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시작됩니다. 정체불명의 무장 강도들이 현금 수송 차량을 습격하며 무자비한 총격전을 벌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범죄 조직이 아니라, 군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된 ‘메리맨 팀’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리더인 레이 메리맨(파블로 슈라이버)은 전직 해병대 출신으로, 작전과 전술에 능통한 냉철한 인물입니다. 그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을 털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편, 이 사건을 맡게 된 닉 플래너건(제라드 버틀러)은 ‘빅 닉’이라 불리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보안국 강력범죄 수사대의 리더입니다. 그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폭력과 협박도 서슴지 않는 인물로, 범죄자와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합니다. 빅 닉은 사건 현장을 조사하면서 메리맨이 단순한 도둑이 아니라, 군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히 계획된 행동을 하는 천재 전략가임을 눈치챕니다.

메리맨의 팀은 각자의 역할이 완벽히 나뉘어 있고, 내부 결속이 매우 강합니다. 이들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프로페셔널 도둑들’이며, 그들의 다음 목표는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중심인 연방준비은행 금고입니다. 금고 안에는 하루에만 수백억 달러의 현금이 오가지만,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폐기 예정 지폐’가 있습니다. 메리맨은 이 폐기 지폐를 훔치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FBI의 눈을 피한 채 작전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빅 닉은 점점 메리맨의 움직임을 추적하며 그들의 작전이 임박했음을 감지합니다. 그는 조직의 하수인 격인 돈니(오셰이 잭슨 주니어)를 붙잡아 심문하고, 그를 통해 메리맨의 내부 정보를 얻으려 합니다. 그러나 돈니는 단순한 배달원이 아닌, 메리맨의 계획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밝혀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과 도둑의 대립은 점점 개인적인 복수와 심리전으로 바뀝니다. 메리맨은 철저히 계산된 침착한 전략가이고, 빅 닉은 본능과 경험으로 움직이는 야수 같은 존재입니다. 둘의 충돌은 단순히 법과 불법의 대립이 아니라, 두 명의 알파남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권력 싸움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작전의 날, 메리맨 팀은 계획대로 연방준비은행 금고에 잠입해 폐기 예정 지폐를 훔치는 데 성공하지만,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영화의 백미로, 실제 군사 교전을 방불케 하는 긴박한 전투 장면이 이어집니다. 메리맨과 그의 팀원들은 끝까지 저항하지만 대부분 사살되고, 빅 닉은 메리맨을 끝까지 쫓아가 마침내 그를 쓰러뜨립니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모든 것을 뒤집습니다. 돈니, 그저 이용당한 인물처럼 보였던 배달원이 사실은 모든 작전을 설계한 진짜 두뇌였던 것입니다. 그는 경찰과 조직 모두를 속이고, 아무도 모르게 지폐를 챙겨 도망칩니다. 영화는 돈니가 런던의 보석 상점에서 새로운 작전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며, “진짜 범죄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남긴 채 막을 내립니다.

정의와 범죄의 경계에 선 남자들의 초상,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닉 플래너건(제라드 버틀러)은 거칠고 냉소적인 경찰이지만, 누구보다 사건에 집착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가족에게조차 외면당할 정도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며, 범죄자보다 더 범죄자 같은 방식으로 법을 집행합니다. 그의 존재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정의의 타락’을 상징합니다.

레이 메리맨(파블로 슈라이버)은 전직 해병대 출신의 천재 전략가로, 국가에 헌신했지만 사회에 의해 버려진 인물입니다. 그는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경찰보다 더 조직적이고 윤리적인 범죄자로 묘사됩니다.

돈니(오셰이 잭슨 주니어)는 처음에는 단순한 배달원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영화의 숨은 설계자이자 생존 본능의 화신입니다. 그는 양쪽 세계를 오가며, 결국 경찰과 조직을 모두 이용해 완벽한 탈출에 성공합니다.

엔슨 레브(커티스 “50 센트” 잭슨)는 메리맨 팀의 중견 멤버로, 가족을 사랑하지만 냉혹한 현실 속에서 범죄를 생업으로 삼는 인물입니다. 그의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해줍니다.

이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선과 악의 중간 어딘가에 서 있으며, 관객은 누구에게도 완전히 감정이입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총보다 무서운 건 인간의 본능

첫째, 리얼한 총격전 연출이 압도적입니다. 영화의 총격 장면은 실제 미 해병대 출신 자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촬영되어, 탄창 교체, 사격 자세, 이동 동선까지 모두 사실적으로 구현되었습니다. 도심 총격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전쟁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둘째, 범죄자와 경찰의 심리전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메리맨은 이성적 전략가, 닉은 본능적인 사냥꾼으로 대비되며, 두 사람의 대결은 단순한 총싸움이 아니라 ‘두 지성의 전쟁’처럼 전개됩니다.

셋째, 반전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마지막 10분간 밝혀지는 돈니의 정체는 관객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으며, 다시 영화를 처음부터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집니다.

넷째, 남성 서사의 강렬한 에너지가 살아 있습니다. 각 인물의 욕망, 자존심, 생존 본능이 충돌하면서 영화는 거칠고 거대한 ‘테스토스테론의 향연’처럼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윤리적 질문이 남습니다. 정의를 내세운 경찰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범죄자를 쫓고, 범죄자는 오히려 치밀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크리미널 스쿼드'는 단순한 경찰 대 도둑 영화가 아닙니다. 이는 법과 무법의 경계가 무너진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정의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닉은 자신이 법의 집행자라고 믿지만, 그의 폭력성과 집착은 결국 메리맨과 다를 바 없습니다. 메리맨은 범죄자지만, 그 안에는 체계와 윤리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돈니는 그 둘을 모두 이용해 완벽히 승리합니다.

결국 영화는 승리와 패배의 문제를 넘어, 현대 사회의 도덕적 혼란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로 귀결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은 묻게 됩니다.

“정의란 법을 따르는 것인가, 아니면 살아남는 것인가?”

'크리미널 스쿼드'는 그 답을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 거친 숨소리와 총탄의 흔적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질서’와 ‘혼돈’의 경계를 잔혹하게 비춰줍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 이상의 깊이를 가진, 현대 남성 서사와 도덕적 아이러니의 집약체입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폭력 속에서, 우리는 묻게 됩니다.  “당신이 닉이라면, 혹은 메리맨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