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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과 이념을 넘어선 용기와 배신으로 쌍방의 시선으로 펼쳐진 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by 미잉이 2025. 6. 11.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Warcraft: The Beginning, 2016)'은 블리자드의 인기 게임 '워크래프트' 시리즈, 특히 그 시초가 되는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Warcraft: Orcs & Humans)’의 세계관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수많은 게이머들의 추억 속 판타지 전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는 던컨 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트래비스 핌멜, 폴라 패튼, 벤 포스터, 토비 켑벨 등 다국적 배우들이 출연하여 게임 세계관의 방대한 스토리를 영화적 언어로 재구성하는 데 도전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선악 대결 구조에서 벗어나, 오크와 인간이라는 두 종족의 입장을 모두 조명하며 전쟁의 배경과 이면을 탐색합니다. , 어느 한쪽이 절대적인 악이거나 선이 아니며, 각자의 생존과 정의를 두고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는 이야기 구조는 관객에게 단순한 판타지 이상의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또한 게임을 모르는 관객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기초 세계관과 등장 종족, 마법의 존재와 정치적 긴장감 등을 빠르게 소개하면서 하이 판타지의 매력을 스크린에 구현합니다.

 

멸망을 피해 온 오크, 평화를 지키려는 인간, 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이야기는 오크들의 세계 드레노어(Draenor)가 황폐해지면서 시작됩니다. 자원을 잃고 죽어가는 고향을 살리기 위해 오크들은 강력한 마법사이자 흑마법의 대가인 굴단(Gul’dan)의 지휘 아래 어둠의 마법 ‘펠(Fel)’의 힘을 빌려 새로운 세계로의 포탈을 여는 계획을 실행합니다. 이 마법은 생명력을 대가로 삼기에 오크들은 포로들을 희생시켜 포탈을 완성하고, 그 결과 아제로스(Azeroth)라는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한편 아제로스의 인간 왕국 스톰윈드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마을 습격과 실종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전에 없던 존재, 오크 종족의 등장으로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왕 레인 린(도미닉 쿠퍼)과 기사단장 안두인 로서(트래비스 핌멜)는 상황을 수습하고자 하며, 마법사 집단 ‘키린 토’의 젊은 수습 마법사 카드가르(벤 슈네처)와 함께 사태를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이 와중에 굴단의 통제 아래서 침공한 오크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생깁니다. 오크 부족의 위대한 전사 듀로탄(토비 켑벨)은 굴단의 펠 마법이 자신들의 종족을 타락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아제로스와의 전면전을 중단하고 평화적인 길을 모색하려 합니다. 그는 아내와 아기를 지키기 위해 아제로스의 인간들과 접촉하려 시도하며, 내부적으로 굴단에 대한 반기를 들 계획을 세우지만 그 시도는 쉽지 않습니다.

인간과 오크 사이에는 짧지만 강렬한 조우가 이어지고, 그 가운데 하프 오크 여성 ‘가로나(폴라 패튼)’가 포로로 잡힙니다. 그녀는 인간과 오크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며, 로서와 점차 신뢰를 쌓아가고, 인간과 오크의 전쟁을 막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됩니다. 로서는 듀로탄과의 만남을 통해 오크들 안에도 굴단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양 종족 사이의 전쟁을 피하려 하지만 이미 굴단의 야망은 멈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굴단은 펠 마법의 힘으로 강력한 오크 군대를 만들어내며, 아제로스를 점령하려는 계획을 본격화하고, 결국 두 세계의 군대는 사상 첫 전면전에 돌입합니다. 듀로탄은 굴단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다가 최후를 맞이하게 되고, 로서는 동료들과 함께 스톰윈드를 지키기 위해 싸우지만, 왕 레인은 굴단과의 전투에서 전사하게 됩니다. 레인은 가로나에게 자신을 죽여 오크들의 신임을 얻고 전쟁을 끝낼 단서를 찾으라고 명령하고, 그녀는 울며 레인을 찔러 숨을 거두게 합니다.

영화는 오크의 지도자 자리로 블랙핸드가 아닌 가로나가 주목받게 되는 복선, 그리고 카드가르와 로서가 스톰윈드의 새로운 희망을 이어받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며, 앞으로 이어질 거대한 전쟁과 연합의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종족과 이념을 넘어선 용기와 배신의 얼굴들

안두인 로서(트래비스 핌멜)는 스톰윈드 왕국의 군사 지도자로, 오랜 전통을 지닌 기사단의 후계자이자 왕 레인의 충직한 동료입니다. 그는 전쟁의 영웅이면서도 감정적으로 인간적인 약점을 지닌 인물로, 전쟁보다는 평화를 택하려는 책임감 있는 리더로 묘사됩니다. 로서는 특히 카드가르, 가로나 등 다양한 존재들과의 신뢰 관계 속에서 진정한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듀로탄(토비 켑벨)은 오크들 사이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전사 중 한 명이며, 자신의 부족 ‘서리늑대 일족’을 이끌고 굴단의 명령에 따라 아제로스로 넘어온 지도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펠 마법이 종족을 타락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 민족을 위해 굴단에 맞서는 용기를 가진 혁명가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죽음은 이후 오크 내부의 분열과 변화를 상징합니다.

가로나(폴라 패튼)는 인간과 오크의 혼혈로, 오크들 사이에서도 이방인이며, 인간들에게도 경계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로서와의 교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되찾아가며, 두 세계 사이의 다리로 성장하게 됩니다. 영화 후반부 그녀의 선택은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오크 세계에서의 생존과 인간 세계에서의 의미를 모두 지닌 인물로 그려집니다.

카드가르(벤 슈네처)는 키린 토의 수습 마법사로, 영화 초반에는 경험도 부족하고 실수도 많은 인물로 보이지만, 이야기의 전개를 통해 펠 마법의 진실을 밝히고 인간 마법사의 후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성장형 캐릭터입니다. 그는 새로운 세대를 상징하며, 앞으로의 전쟁에서 중요한 인물이 될 것임을 예고합니다.

굴단(대니얼 우)은 흑마법 ‘펠’을 이용해 전쟁의 판도를 바꾸려는 오크 지도자로, 극도의 권력욕과 파괴욕에 사로잡힌 인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마저 생명력의 재료로 삼을 만큼 잔혹하며, 오크 세계를 지배하려는 사악한 야망의 중심입니다.

쌍방의 시선으로 펼쳐진 입체적 전쟁 판타지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다른 판타지 영화와 달리 선 vs 악의 단순한 이분법에서 벗어나 양 진영 모두의 사연과 동기를 조명합니다. 오크는 침략자가 아니라 생존자이며, 인간은 지배자가 아니라 수호자라는 시각이 뒤섞이면서, 전쟁의 복잡성과 도덕적 회색 지대를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또한 CG와 모션캡처 기술을 활용해 구현된 오크의 생동감 있는 표현은 할리우드 기술력의 정점 중 하나로 꼽히며, 드레노어의 황량함, 아제로스의 숲과 성곽 등 광활한 배경과 전투 장면은 마치 한 편의 게임 플레이 영상처럼 몰입도 높은 시각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게임 원작에 충실한 설정과 캐릭터성, 팬서비스 요소도 가득하며, 원작 팬들은 물론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모든 관객에게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제공합니다.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단순한 전쟁의 기록이 아닌,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하면서도 이해하려는 시도와 오해로 인한 비극이 교차하는 이야기입니다. 오크와 인간, 마법과 신념, 자유와 파괴 사이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각자의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은 이후 더 거대한 서사로 이어질 단초가 됩니다.

비록 영화는 흥행 면에서는 아쉬운 성과를 남겼지만, 그 속에는 인간성과 생존,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살아있는 진중한 판타지 서사가 자리하고 있으며, 시리즈가 이어졌다면 더 깊이 있는 세계가 펼쳐졌을 가능성도 충분했습니다.

이 작품은 전쟁의 이유를 묻고, 진정한 용기와 리더십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판타지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