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의 보디가드'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보통은 보디가드가 VIP나 정치인을 보호하는 역할인데, 이 영화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킬러가 보호 대상입니다. 게다가 그를 지켜야 할 보디가드는 전직 엘리트 경호원입니다.
이 영화는 액션과 코미디를 절묘하게 섞은 버디 무비로, 2017년 여름 많은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만든 작품입니다.
감독은 패트릭 휴즈이고, 주연은 라이언 레이놀즈(보디가드 역)와 사무엘 L. 잭슨(킬러 역)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재미 보장되는 조합입니다.
거기에 게리 올드먼, 셀마 헤이엑까지 합세해 영화에 무게감을 더해줍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간단합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액션,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인물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삐딱하지만 진심 어린 유머, 한 마디로 요약하면 “진지할 틈이 없는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위험한 남자를 지켜라, '킬러의 보디가드'의 줄거리
마이클 브라이스(라이언 레이놀즈)는 한때 세계 최고의 경호원이었습니다. 모든 일이 완벽하게 계획되고, 위험 요소는 사전에 차단하는 타입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VIP 고객이 암살당하면서 커리어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지금은 3류 보디가드로 전락해 소소한 의뢰만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오랜만에 큰 의뢰가 들어옵니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인물, 악명 높은 킬러 다리우스 킨케이드(사무엘 L. 잭슨)의 보디가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과거부터 서로를 싫어했고, 수차례 서로를 죽이려 했던 사이입니다.
킨케이드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독재자 두코비치(게리 올드먼)의 악행을 증언하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로 이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두코비치는 이 증언을 막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 킨케이드를 암살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사건건 부딪히면서도 함께 목숨을 걸고 유럽을 종횡무진하며 도망치고 싸우게 됩니다. 파괴적인 성격의 킨케이드와, 계획적인 마이클은 정반대의 스타일이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말싸움과 몸싸움을 벌입니다. 하지만 위기를 함께 넘기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결국엔 예상하지 못한 우정과 신뢰도 싹트게 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총은 계속 날아다니고, 자동차는 폭발하고, 목숨이 위태롭기 그지없습니다.
완벽하게 망가진 등장인물들
마이클 브라이스 (라이언 레이놀즈)는 과거에는 명성을 자랑하던 프로페셔널 보디가드였습니다. 철저한 준비, 깔끔한 외모, 냉정한 판단력까지 완벽한 스타일이었지만, 지금은 실의에 빠진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래도 경호 기술만큼은 여전히 최고고, 특히 위기 상황에서 나오는 잔소리와 셀프 디스를 섞은 유머가 인상적입니다.
다리우스 킨케이드 (사무엘 L. 잭슨)는 킬러 중의 킬러입니다.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고, 인생철학은 “쏘고 나서 생각하자”입니다. 성격은 까칠하고 다혈질이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만큼은 누구보다 뜨겁습니다. 총을 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만의 매력은 이 영화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아멜리아(엘로디 영)는 마이클의 전 여자친구이자 인터폴 요원입니다. 킨케이드를 보호하기 위한 작전에 마이클을 끌어들이면서도, 둘 사이의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소니아 킨케이드(셀마 헤이엑)는 감옥에 갇혀 있는 다리우스의 아내로, 욕설이 기본 장착된 성격파 여성입니다.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많진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두코비치(게리 올드먼)는 전형적인 독재자 캐릭터로, 냉혈하고 잔인한 범죄자입니다. 국제법정에 선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증인을 제거하려 합니다.
추천 포인트: 총보다 빠른 입담, 액션보다 빵 터지는 웃음
영화에서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성격과 스타일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서로를 돋보이게 만드는 대사와 행동으로 극의 재미를 끌어올립니다.
특히 사무엘 L. 잭슨 특유의 거친 입담과, 라이언 레이놀즈의 약간은 찌질하지만 진심 있는 캐릭터가 만나 만들어내는 티키타카는 이 영화의 핵심 재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이 작품은 액션 장면이 단순히 볼거리에서 끝나지 않고, 스토리의 흐름과 감정을 함께 끌고 간다는 점에서 몰입도가 높습니다.
유럽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격전, 총격전, 폭파 장면 등은 꽤 공들여 연출되어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럽고, 특히 로테르담 운하에서 벌어지는 속도감 넘치는 시퀀스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박진감 넘칩니다.
이 외에도 영화 전반에 걸쳐 깔린 유쾌한 유머는 가볍지만 유치하지 않고, 어설픈 말장난이 아닌 상황과 캐릭터에서 나오는 진짜 웃음을 선사합니다.
때로는 무심한 한마디가, 때로는 진지한 대화 속에서 갑자기 툭 터지는 농담이 영화의 템포를 놓치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단순한 웃음이나 액션을 넘어서, 예상 밖의 감동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이클과 다리우스가 서로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은 전형적인 버디 무비의 틀을 따르면서도 나름의 진심을 보여줍니다.
특히 다리우스가 아내를 향해 보여주는 깊은 애정과, 마이클이 실패를 딛고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은 단순한 오락 이상의 여운을 남깁니다.
'킬러의 보디가드'는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날려줄 수 있는 유쾌한 시간, 웃고 싶을 때 믿고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선 최고입니다.
진지한 주제보다는 통쾌한 액션과 시원한 입담이 필요한 순간, 이 영화만큼 속 시원한 선택은 없을 것입니다. 보디가드와 킬러, 상극의 두 캐릭터가 주고받는 말장난,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예상치 못한 인간미,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버디 액션 코미디의 모범 답안이 만들어졌습니다.
만약 요즘 영화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거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다면, '킬러의 보디가드'는 딱 그 자리에 맞는 영화입니다.
마음 놓고 시원하게 웃고, 끝나고 나면 괜히 이 두 사람의 뒷이야기도 궁금해지는 그런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속편 '킬러의 보디가드 2: 와이프의 역습'도 있습니다.
두 사람의 티키타가가 좋았다면 속편까지 이어서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