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2014년부터 시작된 킹스맨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자, 킹스맨 조직의 탄생 배경을 다룬 프리퀄 영화입니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킥애스'를 연출한 매튜 본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으며, 이번에는 기존 시리즈의 현대적 스타일 대신 1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의 비밀 조직의 탄생을 묘사합니다.
드라마와 전쟁, 액션, 스파이 스릴러가 결합된 이 작품은 화려한 전투와 함께 역사적 인물들을 픽션으로 엮어, ‘킹스맨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합니다. 주연은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젬마 아터튼, 리스 이판 등이며, 이들이 펼치는 연기 앙상블은 이전 시리즈보다 더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를 이끌어냅니다.
전작들과는 달리, 톡톡 튀는 유머와 과장된 액션보다는 중후하고 절제된 서사 중심의 전개로 시리즈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킹스맨이라는 이름이 어떤 철학과 신념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시리즈 팬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독립적인 역사 드라마로서의 완성도를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혼돈의 전쟁을 막기 위한 첫 번째 그림자, 킹스맨의 시작,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줄거리
1900년대 초, 대영제국의 귀족 올랜도 옥스퍼드 공작(랄프 파인즈)는 아내를 남아프리카 전쟁에서 잃고, 아들과 함께 평화를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들 콘래드(해리스 딕킨슨)에게 절대로 전쟁에 나가지 말 것을 당부하며 조용한 일상을 지킵니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국제 정세가 요동치던 당시, 러시아의 그레고리 라스푸틴(리스 이판)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 뒤에는 정체불명의 조직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조작하여 인류를 파멸로 이끌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이 조직은 각국의 권력자들을 조종하며, 독일의 황태자 빌헬름과 러시아 황실, 영국 왕실 사이의 균열을 조장하고, 암살과 전복을 통해 유럽 전체를 전쟁의 불길로 몰아넣습니다. 이 음모를 알아챈 올랜도는 자신이 오랫동안 모아 온 정보망과 충직한 하인 숄라(디몬 하운수), 가정교사 폴리(젬마 아터튼)와 함께 행동에 나서게 됩니다.
아들 콘래드는 아버지의 뜻과 달리 나라를 위해 싸우고 싶어 하며, 실제로 참전하게 되고 전쟁터에서 친구들을 잃고, 참혹한 현실을 목격합니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전쟁의 공포를 리얼하게 묘사하며, 단순한 스파이 액션이 아닌 역사적 비극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합니다.
영화 후반부, 라스푸틴과의 대결, 전쟁을 막기 위한 비밀 작전, 그리고 희생이 연이어 펼쳐지며 올랜도는 결국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훗날 킹스맨으로 알려지게 될 비밀 정보 조직을 창설하게 됩니다. 그 이름은 기사도의 정신을 계승한 ‘킹스맨(왕의 사람들)’. 그렇게 전쟁 뒤에서 세상을 지키기 위한 첫 발걸음이 시작됩니다.
각자의 신념과 방식으로 평화를 지켜낸 사람들, 이 영화의 등장인물
올랜도 옥스퍼드 공작(랄프 파인즈)는 평화주의자이자,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아버지입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경험한 그는 절대 아들을 전쟁에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세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스스로 검을 들게 됩니다. 그의 신념과 변화는 이 영화의 중심이며, 킹스맨 조직의 철학과 도덕적 근간이 그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콘래드 옥스퍼드(해리스 딕킨슨)는 이상주의적인 청년으로, 아버지의 말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직접 전쟁터에 뛰어드는 인물입니다. 그는 전쟁이 단순한 명예의 무대가 아니라, 목숨과 정신을 앗아가는 현실이라는 것을 몸소 겪고, 영화 후반부에 커다란 감정적 반전을 일으키는 키 인물로 작용합니다.
폴리(젬마 아터튼)는 올랜도의 가정교사이자 정보 분석가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한정적이었던 시대에도 불구하고 지성과 실력을 바탕으로 조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킹스맨 조직이 단순히 남성 중심이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숄라(디몬 하운수)는 올랜도의 충직한 하인으로서, 무술과 전략에 능한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단순한 액션 캐릭터를 넘어, 충성과 용기, 그리고 정의를 실천하는 인물로 묘사되며, 초창기 킹스맨의 전투력을 책임지는 존재입니다.
그레고리 라스푸틴(리스 이판)은 러시아 제국을 조종하려는 흑막으로, 실제 역사 속 인물의 기괴한 면모를 영화적으로 극대화하여 등장합니다. 그의 등장은 다소 괴기스러우면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며, 영화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강화시킵니다.
추천 포인트: 스타일과 철학,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스파이 프리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기존 킹스맨 시리즈와는 분위기 자체가 다릅니다.
전작들이 현대적이고 유머러스한 감각으로 무장한 스파이 액션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훨씬 무게감 있는 역사극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킹스맨 특유의 ‘스타일’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고풍스러운 슈트, 절도 있는 액션, 클래식 음악을 활용한 전투 장면 등은 시리즈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합니다.
특히 라스푸틴과의 전투 장면은 춤과 액션이 결합된 독창적인 연출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또한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실제 역사 인물들이 픽션으로 녹아들어 있으며, 역사와 가상 설정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입니다.
스토리는 묵직하지만 캐릭터들의 매력이 빛나고, 감정선이 잘 구축되어 있어 단순한 액션 영화 이상의 감동을 줍니다. 특히 전쟁이라는 배경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상실과 각성은 깊은 여운을 남기며, 조직의 탄생 배경에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단순한 스파이 액션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정의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신념과 선택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혼돈 속에서 한 사람이 자신의 아픔을 딛고 세상을 지키기 위한 조직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진중하고 감성적으로 그려냅니다.
이 영화는 킹스맨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완성도 높은 독립작품으로,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세계관의 기원을 이해하는 소중한 연결 고리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잃어버린 정의와 기사도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무기를 들되 그것을 남용하지 않고, 권력을 가졌지만 그것으로 오만하지 않은 사람들. 그들이 있었기에 ‘킹스맨’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철학이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