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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너머의 진실과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 다르기 때문에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다이버전트'

by 미잉이 2025. 6. 17.

'다이버전트(Divergent, 2014)'는 베로니카 로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SF 액션 영화로,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자유의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청춘 서사물입니다. 감독은 닐 버거(Neil Burger), 주연은 셰일린 우들리(트리스 역), 테오 제임스(포 역), 그리고 케이트 윈슬렛, 마일스 텔러 등 화려한 출연진이 함께하며, 독특한 세계관과 강렬한 메시지로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영화는 인간의 본성에 따라 다섯 개의 계층(분파)으로 나뉜 사회 속에서, 그 어떤 분파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다이버전트’가 된 주인공 트리스가 시스템의 틈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싸워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분류되고, 구분되고, 통제되는 사회에서 ‘다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다름이 왜 위험하다고 여겨지는지에 대한 문제를 던지며, 개인의 자유, 자아, 선택의 의미를 되짚게 하는 작품입니다.

 

다섯 분파, 하나의 선택, 그리고 통제 너머의 진실

영화는 가까운 미래, 전쟁 이후 평화를 위해 인간의 본성에 따라 5개의 분파(에리우다이트, 도전자, 진실자, 박애자, 무지개자)로 나뉜 사회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16세가 되면 평생 소속될 분파를 선택해야 하며, 이 선택은 단 한 번, 인생을 바꿉니다. 주인공 비어트리스 프라이어(셰일린 우들리)는 박애자 가문에서 자라지만, 자신이 그 분파에 속하지 않음을 느끼며 깊은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분파 선택식에서 비어트리스는 예상을 뒤엎고 도전자(무사) 분파를 선택하며 이름도 ‘트리스’로 바꿉니다. 도전자는 용기와 강인함을 중시하는 전투 분파로, 강도 높은 훈련과 무자비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트리스는 이 과정에서 신체적 한계와 정신적 공포를 이겨내야 하며, 훈련에서 낙오되면 무소속(프랙션리스)이 되어 사회적으로 완전히 배제됩니다.

하지만 트리스는 자신이 일반적인 도전자와 다르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됩니다. 모든 분파의 특성을 조금씩 지닌 ‘다이버전트’라는 특이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미노스처럼 통제와 감시로 운영되는 사회에서 위험한 존재가 됩니다. 다이버전트는 어느 분파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기 때문에 조작이나 통제가 불가능하며, 권력을 가진 이들에겐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트리스는 조용히 정체를 감춘 채 훈련을 이어가며, 훈련 교관인 포(테오 제임스)와 점점 가까워지고, 그 역시 다이버전트의 존재를 눈치채면서 그녀를 돕게 됩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에리우다이트 분파의 리더 진(케이트 윈슬렛)이 다이버전트를 색출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기고 있고, 도전자 분파를 세뇌해 다른 분파들을 공격하게 만듭니다.

트리스와 포는 이 거대한 음모를 막기 위해 힘을 합쳐 시스템에 저항하게 되고, 자신들이 속했던 세계가 얼마나 조작되고 있었는지, 그리고 진짜 적은 분류나 성향이 아닌, 권력과 무지가 결합된 통제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영화는 마지막, 트리스가 가족과 분파, 자신의 정체성을 모두 걸고 싸운 끝에 탈출에 성공하며 다음 이야기를 암시하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다르기 때문에 강하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성장하는 인물들

트리스 프라이어(셰일린 우들리)는 기존에 주어진 정체성이나 역할에 의문을 품고, 진실을 선택하는 인물입니다. 다이버전트라는 이유로 모든 위험에 노출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강인함을 발견하고 점점 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해 가는 여성 캐릭터입니다. 셰일린 우들리는 트리스의 복잡한 감정선, 혼란, 각성, 사랑을 설득력 있게 소화해 내며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줍니다.

(테오 제임스)는 트리스의 교관이자 조력자로, 무표정한 얼굴 뒤에 깊은 상처와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는 트리스를 통해 다시금 인간적인 감정을 되찾으며, 냉철한 판단력과 따뜻한 인간미가 공존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케이트 윈슬렛)은 지성과 논리를 기반으로 사회를 통제하려는 에리우다이트 분파의 리더로, 외적으로는 완벽하고 냉정하지만 내면에는 권력욕과 통제 본능이 자리한 반()다이버전트 시스템의 핵심 인물입니다. 케이트 윈슬렛은 절제된 연기 속에서도 위협적인 긴장감을 풍기며, 이야기의 갈등 구조를 깊이 있게 만듭니다.

칼럽(안셀 엘고트)은 트리스의 오빠로, 에리우다이트로 분파를 선택하며 갈등 구조를 형성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전작에서는 모호한 인물로 남지만, 속편에서 중요한 역할로 확장될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피터(마일스 텔러)는 경쟁심 강하고 공격적인 도전자 훈련생으로, 종종 트리스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협력과 배신을 오가는 양면적 캐릭터입니다. 마일스 텔러는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캐릭터의 불안정성을 잘 표현합니다.

분류’라는 허상을 깨고,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

'다이버전트'의 가장 큰 강점은 ‘다르다는 것’이 왜 위험하게 여겨지는지를 정면에서 다루는 점입니다. 사회가 효율과 통제를 위해 사람들을 분류하려고 할 때, 거기에 속하지 않는 존재는 반드시 위협으로 간주되며, 그 위협의 실체는 사실 우리가 품은 자유의지와 창의성임을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SF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현실 사회의 교육 제도, 정치적 구조, 사회적 이분법에 대한 은유가 짙게 깔려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가 자주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어느 편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안감’을 다이버전트라는 개념으로 상징화한 점이 매우 인상 깊습니다. 또한 액션과 로맨스, 성장 서사, 미스터리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 장르적 재미 역시 충분합니다.

CG와 세트 디자인도 상당히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분파별 건물, 복장, 문화적 색채를 차별화함으로써 디스토피아 세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도전자 분파의 훈련 장면은 실전 액션과 심리극이 혼합되어 박진감 넘치고, 주인공의 성장 서사를 시각적으로 잘 드러냅니다.

 

 

'다이버전트'는 겉보기에는 SF 액션 영화이지만, 그 속에는 사회적 통제에 대한 비판,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에 대한 존중, 그리고 다르다는 것이 왜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주는지를 설명하는 성장 드라마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분류되고, 또 자신도 모르게 분류하려 하지만, 사실 인간은 그 어떤 규정된 분류로도 완벽하게 정의되지 않습니다.

트리스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기존의 틀 속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두렵고, 때로는 외롭지만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택하는 용기. 다이버전트는 바로 그 용기를 상징합니다.

'다이버전트'는 청춘의 정체성 혼란과 사회적 억압,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한 인간의 서사를 통해,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은 ‘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 임을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