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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위기 동물원의 반전, 동물이 된 사람들과 위트와 감동이 공존하는 동물원 이야기, 영화 '해치지않아'

by 미잉이 2025. 6. 13.

'해치지않아(2020)'는 ‘사람이 동물을 연기하는 동물원’이라는 엉뚱하면서도 신선한 설정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한국 코미디 영화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이층의 악당' 등을 연출한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배우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 등 탄탄한 연기파 배우들이 의기투합했습니다.

이 영화는 김동식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현실적인 청춘의 고민과 사회 문제를 유쾌하게 녹여낸 코미디와 힐링 드라마가 결합된 작품입니다. 폐업 직전의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사람들이 동물탈을 쓰고 ‘가짜 동물원’을 운영한다는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람 간의 관계, 일의 의미, 책임감과 성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웃음을 주되 허탈하지 않고, 따뜻함을 담되 감상적이지 않게 만든 이 영화는, 코로나19 직전 개봉되어 입소문만으로 관객을 끌어모은 소중한 작품입니다.

 

동물 대신 사람이? 폐업 위기 동물원의 반전 작전이 시작된다

성실하지만 무미건조하게 살아온 신입 변호사 태수(안재홍)는 대형 로펌에 들어가게 되지만, 자신이 맡게 된 첫 번째 임무는 엉뚱하게도 폐업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를 ‘조용히’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태수는 동산파크를 부동산 개발용 부지로 만들기 위해 찾아가지만, 동물원에는 동물은커녕 직원 몇 명과 낡은 우리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태수는 동물원 원장 서정원(박영규)과 사육사 출신 직원 소원(강소라), 그리고 박실장(김성오), 해경(전여빈) 등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직원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동물원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그저 폐업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태수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냅니다. “어차피 동물이 없으면, 사람이 동물 흉내를 내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된 이 아이디어는 현실 속에서 실행되기 시작합니다. 사육사와 직원들은 곰, 사자, 나무늘보, 기린, 판다 등 다양한 동물 의상을 입고 연기를 하기 시작하고,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관람객이 늘고 SNS를 통해 ‘신개념 동물원’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동물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한 관람객들은 ‘믿을 수 없는 리얼함’에 놀라고, 매출은 점점 늘어납니다. 각 직원들은 저마다의 동물 역할을 소화하며 땀과 애정을 쏟아붓고, 동산파크는 점점 활기를 되찾아가지만, 태수는 로펌 본사의 지시에 따라 계획대로 매각을 진행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됩니다.

그러던 중 동물원이 점점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미디어의 주목까지 끌게 되고, 의도치 않게 ‘동물권 보호’와 같은 진지한 이슈로 연결되면서 의외의 사회적 반향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정체가 들통날 위기도 생기지만, 관람객의 순수한 반응과 직원들의 노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태수는 진심과 욕심 사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진심만큼 리얼한 연기로 동물이 된 사람들

태수(안재홍)는 대형 로펌에 입사했지만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청년입니다. 처음엔 동물원 매각을 위한 수단으로만 접근했지만, 직원들과의 유대감과 ‘진짜 일’의 의미를 깨닫게 되며 차가운 논리를 따르던 변호사에서 따뜻한 책임감을 지닌 리더로 성장하는 인물입니다. 안재홍 특유의 착한 얼굴과 진심 어린 눈빛이 캐릭터의 변화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줍니다.

소원(강소라)은 동물에 대한 애정이 넘치고 책임감이 강한 전직 수의사 출신 사육사로, 현실에 치여도 ‘사람과 동물’의 가치를 믿는 인물입니다. 처음엔 태수를 경계하지만, 점점 그의 진심을 알아가며 동물원 재건을 위해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진취적이면서도 따뜻한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서정원(박영규)은 동산파크의 원장으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몰락한 동물원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인물입니다. 진심 어린 연기로 코믹하면서도 짠내 나는 리얼한 캐릭터를 완성해 냅니다..

박실장(김성오)은 사자 연기를 담당하며, 처음엔 억지로 시작했지만 점차 자신의 역할에 몰입하게 되며 진짜 ‘사자’가 되어갑니다. 강한 인상의 김성오가 맹수 연기를 하며 느끼는 자아 정체성 혼란과 직업적 자부심의 교차는 유쾌하면서도 인상 깊은 포인트입니다.

해경(전여빈)은 나무늘보를 연기하는 직원으로, 겉보기엔 무뚝뚝하고 무표정하지만 가장 섬세하고 묵묵하게 동물원을 지탱하는 존재입니다. 특유의 무표정 연기와 느린 움직임으로 ‘슬로우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웃긴데 이상하게 찡하다, 위트와 감동이 공존하는 동물원 이야기

'해치지않아'의 가장 큰 강점은 엉뚱한 설정을 현실처럼 구현해 내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진심 어린 연기입니다. 동물 탈을 쓰고 철망 안에서 연기하는 장면은 웃음이 터지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과 고생, 그리고 ‘일’에 대한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가짜로 시작했지만, 진짜가 되어가는 사람들"이라는 구조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현대인의 자아 찾기와 일의 의미, 공동체 의식을 자연스럽게 건드리며 관객에게 따뜻한 울림을 줍니다.

또한 현실에서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사람들,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밀려난 이들이 어떻게 연대를 통해 진짜 존재감을 회복하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은, 무력한 청춘을 살아가는 관객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게다가 CG 없이 배우들이 직접 탈을 쓰고 동물처럼 움직이는 장면들은 리얼함과 코믹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진심 어린 웃음을 자아냅니다. 현실은 팍팍하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 시대의 ‘동물’ 같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해치지않아'는 유쾌한 웃음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뭉클한 감동을 전하는 휴먼 코미디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심’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며, 어떤 일이든 가볍게 보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결국 사람의 가치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웃기려고 만든 영화’지만,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데에 성공한 보기 드문 한국 코미디 영화이며, 불안한 시대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되짚어보게 하는 따뜻한 작품입니다. 동물원이 아닌, 사람 이야기이기에 더 감동적이고, 가짜 연기 속에서 진짜 마음을 발견하게 되는 영화, '해치지않아'는 그렇게 오래도록 기억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