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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사랑 속 피어난 사랑, 경계를 허문 감성 영화 '본즈 앤 올'

by 미잉이 2025. 8. 14.

‘본즈 앤 올’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한 독특한 로맨스 호러 로드무비로, 단순한 장르 영화의 틀을 넘어선 깊은 정서와 서사를 품고 있습니다. 영화는 선천적으로 ‘사람을 먹는 충동’을 지닌 주인공 마렌과, 같은 숙명을 가진 리의 만남과 여정을 그리며, 사랑과 욕망, 본능과 도덕 사이의 갈등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황량하고 외로운 도로 위를 달리는 이들의 여정은, 피와 살,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민과 사랑을 통해 인간성을 묻는 시적 여정이 됩니다. 단순한 잔혹함에 의존하지 않고, 그 행위가 가진 감정적·철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기에, 관객은 혐오감과 동시에 강한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피로 물든 여정 속에서 피어난 사랑, 영화 '본즈 앤 올'의 줄거리

1980년대 미국, 고등학생 마렌(테일러 러셀)은 평범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지만, 타고난 본능 때문에 관계를 오래 유지하지 못합니다. 어느 날 친구 집에서 놀던 중, 그녀는 충동적으로 친구의 손가락을 물어뜯고 피를 마십니다. 이를 목격한 사람들의 비명과 혼란 속에서, 마렌은 아버지 프랭크와 함께 서둘러 그곳을 떠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마렌에게 "이제 혼자 살아야 한다"는 편지를 남기고 떠나버립니다.

홀로 남겨진 마렌은 자신이 왜 이런 본능을 가지게 되었는지, 또 세상 어딘가에 같은 존재가 있는지를 찾기 위해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마렌은 설리(마크 라일런스)라는 기이한 남자를 만납니다. 설리는 자신과 같은 ‘이터(사람을 먹는 자)’임을 밝히며, 마렌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려 하지만, 그의 집착과 기괴한 태도에 불안을 느낀 마렌은 그를 떠납니다.

길 위에서 마렌은 리(티모시 샬라메)를 만나게 됩니다. 리 역시 이터이며, 자유롭고 방랑자 같은 성격을 지녔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외로움과 상처를 공유하며 사랑에 빠집니다. 그들은 길 위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생존을 위해 때로는 사람을 먹기도 하지만, 그 행위가 주는 죄책감과 도덕적 혼란 속에서 갈등합니다.

마렌은 친모를 찾기 위해 여정을 이어가고, 결국 정신병원에 수감된 어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어머니 역시 같은 본능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가족을 해친 과거를 회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가둔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만남은 마렌에게 깊은 절망과 혼란을 남깁니다.

설리가 다시 나타나 두 사람의 관계를 위협하게 되고, 마렌과 리는 그와의 치명적인 대결을 벌입니다. 마지막 순간, 리는 치명상을 입고 마렌에게 “나를 끝까지 먹어 달라(Bones and all)”고 부탁합니다. 눈물 속에 마렌은 그의 마지막 소망을 받아들이고, 사랑과 식욕, 생존과 도덕이 뒤엉킨 채 영화는 끝을 맞이합니다.

피와 사랑 속의 인물들,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마렌 이어너(테일러 러셀)는 선천적으로 사람을 먹는 충동을 가진 소녀로, 이 본능 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지만, 세상 속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고독한 여정을 떠납니다. 그녀는 죄책감과 생존 욕구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사랑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청년이자 같은 숙명을 가진 이터로, 거리와 도로를 떠돌며 생존합니다. 그는 과거의 상처와 가족 문제를 안고 있으며, 마렌과의 관계에서 처음으로 진정한 유대감을 느낍니다.
설리(마크 라일런스)는 기괴하고 불안한 분위기의 중년 이터로, 규칙과 집착적인 습관을 지녔습니다. 그는 마렌에게 집요하게 집착하며, 결국 두 사람의 운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됩니다.
프랭크 이어너(안드레 홀랜드)는 마렌의 아버지로, 딸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본능을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버립니다.
마렌의 어머니(클로에 세비니)는 같은 본능 때문에 가족을 해치고 정신병원에 스스로를 가둔 인물로, 마렌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로맨스와 호러의 경계를 허문 감성

첫째, ‘본즈 앤 올’은 단순한 호러 영화가 아니라, 사회의 경계 밖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고독과 사랑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로드무비입니다. 피와 살을 먹는 장면조차 시적으로 연출되어, 관객은 혐오와 동시에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둘째, 테일러 러셀과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섬세한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강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셋째,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특유의 서정적인 촬영과 황량한 미국 중서부 풍경은 캐릭터들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반영합니다. 넷째, 본능과 도덕의 경계, 사랑의 한계와 무조건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대사와 상황들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다섯째, 로맨스·스릴러·성장 드라마가 절묘하게 결합된 드문 작품으로, 장르 혼합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본즈 앤 올’은 피를 흘리는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순수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두 주인공은 서로의 결핍과 어둠을 껴안으며, 끝까지 함께 가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우리는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랑이란 결국 상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임을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그려냅니다. 피와 살, 외로움과 연민이 뒤섞인 이 로드무비는 보기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아름답고 오래 기억에 남는 감정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