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루소(Ry Russo-Young) 감독이 연출한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2017년에 공개된 미국 청춘 드라마 영화로, 로런 올리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사만다 역은 주이 도이치(Zoey Deutch)가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고, 고등학교 청춘물과 판타지적인 시간 반복 설정을 결합하여 ‘삶과 죽음, 그리고 선택의 의미’를 묵직하게 풀어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사랑의 블랙홀'이나 '해피 데스데이'와 같은 타임 루프 설정과 유사하지만,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단순한 스릴러적 재미보다 청춘의 관계, 인간의 성장, 그리고 존재의 소중함을 다루며 사춘기 청소년의 불안정한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단 하루가 일곱 번 반복될 때,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의 줄거리
영화는 평범하면서도 조금은 사치스러운 고등학생 사만다 킹스턴(주이 도이치)의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그녀는 아름답고 인기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멋진 남자친구 롭과 교제 중입니다. 2월 12일, 이른바 ‘큐피드 데이’라 불리는 특별한 날, 사만다는 장미와 선물, 관심을 받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냅니다. 저녁에는 친구들과 함께 파티에 참석하고, 술과 흥분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그러나 귀가하던 길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녀의 삶은 한순간에 끝나버립니다.
하지만 죽음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사만다는 사고가 난 바로 그날 아침에 다시 눈을 뜹니다. 처음에는 꿈이라 생각했지만, 같은 사건들이 반복되며 자신이 시간을 ‘되감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매번 같은 하루를 보내며 파티, 친구들, 남자친구, 가족과의 관계가 반복되지만, 그녀의 작은 행동이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혼란과 두려움 속에 하루를 허비하던 사만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놓치고 있던 삶의 진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됩니다. 자신과 친구들이 즐겨 괴롭히던 소외된 소녀 줄리엣(엘레나 캠포리스)의 고통, 부모와 여동생과의 소중한 관계,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해 주는 남자 켄트(로건 밀러)의 존재까지,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누구였고,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를 조금씩 배워갑니다.
특히 줄리엣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만다는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렇게 간단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러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줄리엣의 죽음을 완전히 막지 못하자, 사만다는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진정한 변화는 단순히 결과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마지막 루프에서 사만다는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결심을 합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줄리엣을 구하고, 동시에 자신이 가진 하루를 사랑과 진심으로 가득 채우며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교통사고의 순간, 사만다는 두려움 대신 해방과 평화를 느끼며 눈을 감습니다. 영화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깨달은 메시지를 관객에게 남기며 끝이 납니다.
반복 속에서 성장하는 얼굴들,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사만다 킹스턴(주이 도이치)은 영화의 주인공으로, 처음에는 인기 있고 예쁘지만 다소 이기적이고 무심한 소녀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그녀는 점점 더 깊은 내면적 성찰을 하게 되고, 진정한 삶의 의미와 타인을 향한 배려를 배워가는 인물입니다.
켄트(로건 밀러)는 사만다의 동급생이자 조용하지만 진실한 마음을 가진 인물로, 오래전부터 사만다를 좋아해 왔습니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사만다는 그가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켄트는 그녀의 변화에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줄리엣(엘레나 캠포리스)은 학교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소녀로, 사만다와 친구들의 무심한 행동 때문에 고통받아왔습니다. 그녀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사만다가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변화하는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구원의 대상’이 됩니다.
롭(키안 로울리)은 사만다의 남자친구로, 잘생기고 인기 많지만 겉모습에만 신경 쓰는 전형적인 고등학생 캐릭터입니다. 그는 사만다가 진짜로 원하는 사랑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며, 사만다가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점점 중요성을 잃어갑니다.
린지와 친구들은 사만다와 함께 어울리며 학교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무리로, 때로는 사만다를 지탱하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집단적 가해자이기도 합니다.
하루의 반복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
첫째, 이 영화는 단순한 ‘타임 루프 판타지’가 아니라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진지한 드라마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라는 설정은 청소년의 성장담과 맞물리며, 우리가 사소하게 흘려보내는 순간들이 사실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만듭니다.
둘째, 주이 도이치의 연기는 영화의 핵심입니다. 그녀는 처음의 가볍고 허영심 많은 모습에서 마지막에 이르러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관객들이 사만다의 감정 변화를 온전히 따라가도록 이끕니다.
셋째, 영화는 청소년 시절의 사회적 문제들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따돌림, 집단 괴롭힘, 인기와 소외, 가족과의 거리감 등은 모두 현실적인 문제이며, 이 영화는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그 문제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넷째,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강조합니다. 사만다는 여러 번 죽음을 경험하며 결국 자신이 마지막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할지를 고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관객들 또한 “만약 오늘이 내 마지막 하루라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어두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따뜻한 희망을 전합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로서 인간은 결국 하루하루를 진심으로 살아내야 하며, 사랑과 배려가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강조하는 이 메시지는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울림을 줍니다.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겉으로는 판타지 청춘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삶과 죽음, 인간의 성장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사만다가 깨달은 것은 화려함이나 인기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진정한 관계였습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가진 하루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고, 또 다른 사람의 인생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마침내 진정한 희생과 성숙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만약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놓치고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화려한 판타지보다는 내면의 울림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의미 있는 청춘 영화와 철학적 메시지를 찾는 이들에게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