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The Disappearance of Eleanor Rigby, 2015)’는 네드 벤슨 감독이 연출한 독특한 형식의 멜로드라마입니다.. 이 영화는 한 연인의 사랑과 상실을 두 가지 시선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실험적 구조를 취합니다. ‘그남자(Him)’와 ‘그여자(Her)’라는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존재하면서도 서로 교차하며, 동일한 사건을 두 인물이 어떻게 다르게 경험하고 기억하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작품은 사랑의 본질, 인간의 고통, 그리고 상실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감정적 여운을 남깁니다.
한 사랑의 붕괴와 두 사람의 시선, 영화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의 줄거리
영화의 중심에는 코너(제임스 맥어보이)와 엘리노어(제시카 차스테인)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연인이었지만, 갑작스러운 비극으로 인해 관계가 흔들리게 됩니다. 그들의 사이를 무너뜨린 사건은 아이의 상실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이었고, 이 충격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마주하게 만듭니다.
코너는 여전히 엘리노어와의 관계를 되돌리고 싶어 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뎌내려 합니다. 그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일상 속에서 버티려 하지만, 내면의 상실감과 공허함은 점점 더 깊어집니다. 한편 엘리노어는 이 비극을 견디지 못하고 갑작스레 그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녀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찾기 위해 방황합니다.
영화는 이처럼 한 사건을 ‘그남자’와 ‘그여자’라는 두 가지 시각으로 보여줍니다. 코너의 시선에서는 엘리노어가 갑자기 사라진 연인으로 그려지고, 그는 그녀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고군분투합니다. 반면 엘리노어의 시선에서는 사랑을 지켜내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무너진 자신을 일으킬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결국 새로운 길을 찾아야만 하는 여인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교차하면서, 사랑이 무너진 자리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려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상실 속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
코너(제임스 맥어보이)는 외식업을 운영하는 젊은 남성으로, 열정적이고 진실한 사랑을 나누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잃은 뒤 무너진 관계 앞에서 그는 여전히 엘리노어와의 연결을 되찾고 싶어 하며, 미련과 희망 사이를 오가는 인물입니다. 그의 시선은 상실 앞에서 남자가 느끼는 무력감과 애착을 잘 드러냅니다.
엘리노어(제시카 차스테인)는 사건 이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여인으로, 사랑하는 남자 곁에 머물 수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녀의 내면에는 죄책감, 분노, 그리고 새로운 삶을 향한 갈망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엘리노어의 부모인 메리(이사벨 위페르)와 줄리안(윌리엄 허트)은 딸의 상처를 치유하려 애쓰지만, 부모 역시 상실의 그림자 속에서 힘겨워합니다. 그들의 모습은 가족이란 울타리의 따뜻함과 동시에 개인의 고통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주변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두 사람을 지지하거나 갈등을 유발하며, 결국 코너와 엘리노어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두 시선이 엮어내는 감정의 심연
첫째, 영화는 동일한 사건을 두 시각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독창적인 서사 구조가 돋보입니다. 관객은 같은 사건이라도 관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체험하게 됩니다.
둘째, 제시카 차스테인과 제임스 맥어보이의 열연은 영화의 감정을 극대화합니다. 특히 엘리노어의 내면적 붕괴와 코너의 집착 어린 사랑이 대비되며, 감정의 깊이를 더욱 진하게 전달합니다.
셋째, 영화는 상실과 회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슬픔의 나열이 아니라, 사랑의 의미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넷째,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존재는 주인공들의 상처를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상실이 개인을 넘어 주변 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실감 나게 전달합니다.
다섯째, 영화의 잔잔한 음악과 도시적 풍경은 두 사람의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며, 현실적인 분위기 속에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듭니다.
‘엘리노어 릭비: 그남자 그여자(2015)’는 사랑이 무너진 자리에서 각자가 어떻게 고통을 받아들이고 삶을 이어가는지를 진솔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영화는 사랑의 시작보다 그 끝을 어떻게 마주하는지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한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반드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코너와 엘리노어는 같은 비극을 경험했지만 서로 다른 길을 택하며, 이를 통해 관객은 사랑과 상실, 그리고 인간의 회복력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됩니다. 작품은 단순히 로맨스 드라마를 넘어,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탐구하는 진지한 영화로 남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자신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묻게 하는 감동적인 여운을 남깁니다.